소금 아니다…'겨울' 시금치에는 꼭 '이것' 넣어야 가족들이 젓가락 댑니다
2026-01-16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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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시금치의 단맛을 살리는 양념의 과학
겨울이 되면 유난히 달고 진해지는 채소가 있다. 마트나 시장에서 유독 잎이 두툼하고 색이 짙은 시금치가 눈에 띄는 이유다. 많은 사람들이 겨울 시금치는 그냥 데쳐도 맛이 다르다고 말하지만, 막상 무칠 때 어떤 양념을 써야 하는지는 의외로 갈린다.
소금을 써야 할지, 된장을 써야 할지 고민하다가 대부분 익숙한 방식으로 손이 간다. 그런데 겨울 시금치만큼은 ‘간장’을 쓰는 편이 훨씬 낫다는 이야기가 있다. 단순한 취향의 문제가 아니다.
겨울 시금치는 다른 계절 시금치와 성질부터 다르다. 추위를 견디는 과정에서 당분을 스스로 축적해 잎이 두꺼워지고 단맛이 강해진다. 동시에 질산염 함량은 상대적으로 낮아지고, 비타민과 미네랄 밀도는 높아진다. 이 때문에 겨울 시금치는 풋내가 적고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살아 있다. 문제는 이런 맛을 살리느냐, 덮어버리느냐다.

여기서 간장이 등장한다. 소금은 짠맛이 빠르고 직선적이다. 시금치 조직에 바로 스며들어 수분을 빠르게 끌어내고, 달큰한 맛보다 짠맛을 먼저 밀어 올린다. 반면 간장은 발효 과정에서 만들어진 아미노산과 당 성분을 함께 가지고 있어, 짠맛이 완만하게 퍼진다. 겨울 시금치의 자연스러운 단맛과 겹치면서 맛의 층이 생긴다. 간장을 넣어 무치면 “짠데 달다”는 표현이 나오는 이유다.
또 하나의 이유는 향이다. 겨울 시금치는 여름철 시금치보다 풋내가 적지만,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간장은 콩 발효 향을 가지고 있어 잔잔한 흙내나 풀 향을 자연스럽게 감싸준다. 소금으로 무쳤을 때보다 맛이 둥글고 깊게 느껴지는 배경이다. 여기에 참기름이나 들기름을 소량 더하면 겨울 시금치 특유의 고소함이 확실히 살아난다.
영양 측면에서도 겨울 시금치는 제철 채소다운 힘을 가진다. 비타민 A와 베타카로틴이 풍부해 겨울철 건조해지기 쉬운 피부와 점막을 보호하는 데 도움을 준다. 비타민 C 역시 상당량 들어 있어 면역력이 떨어지기 쉬운 계절에 제 역할을 한다. 철분과 엽산 함량도 높아 피로감을 줄이고 혈액 생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특히 겨울 시금치는 낮은 온도에서 자라면서 세포벽이 단단해져, 씹는 과정에서 영양 손실이 적다는 점도 장점이다.

조리 과정에서도 몇 가지 요령이 필요하다. 먼저 시금치는 뿌리 쪽 흙을 충분히 털어낸 뒤 흐르는 물에 여러 번 씻는다. 잎 사이에 흙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아 한 번에 씻는 것은 부족하다. 손질한 시금치는 뿌리 부분부터 끓는 물에 넣는다. 소금을 약간 넣은 물에 데치되, 전체를 오래 담가두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뿌리부터 넣고 20초 정도 지난 뒤 잎을 눌러 넣어 전체를 합쳐 40초 안팎이면 충분하다.
데친 뒤에는 찬물에 오래 담그지 않는다. 색을 살리기 위해 얼음물에 담그는 경우도 있지만, 겨울 시금치는 단맛과 영양이 빠져나가기 쉽다. 빠르게 헹군 뒤 물기를 손으로 꼭 짜준다. 이때 물기를 과하게 남기면 간장이 묽어지고, 너무 짜면 식감이 퍽퍽해진다.
양념은 간장을 중심으로 최소화한다. 간장은 한 스푼 정도부터 시작해 시금치 양에 따라 조절한다. 다진 마늘은 아주 소량만 넣거나 생략해도 좋다. 겨울 시금치 자체의 맛이 강해 마늘 향이 과해지면 오히려 방해가 된다. 참기름이나 들기름을 반 스푼 정도 넣고 손으로 살살 무친다. 주무르듯 무치지 말고, 공기를 섞듯 가볍게 다루는 것이 포인트다.

완성된 겨울 시금치 무침은 밥반찬으로도 좋지만, 국물 있는 음식과 특히 잘 어울린다. 찌개나 국 옆에 놓았을 때 짠맛이 튀지 않고, 씹을수록 단맛이 살아난다. 간단한 반찬처럼 보이지만, 제철 재료와 양념 선택 하나로 완성도가 크게 달라진다.
겨울 시금치를 간장으로 무친다는 선택은 우연이 아니다. 계절이 만든 맛을 그대로 살리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같은 시금치라도 겨울에 먹는 한 접시는 분명히 다르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