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팔고 끝? 10년 뒤에도 추적한다… 화학업계 뒤흔들 '생존법'
2026-01-21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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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독성 예측으로 동물실험 대체, 화학제품 안전성 어떻게 바뀌나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15일 국무총리 주재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확정한 제2차 생활 화학제품·살생물제 관리 종합계획(2026~2030)을 통해 화학산업의 패러다임을 사후 규제에서 선제적 예방으로 전환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케모포비아를 해소하기 위해 단순한 유통 차단을 넘어 제품 승인 단계부터 실사용, 폐기, 그리고 사법적 책임까지 아우르는 전주기 관리 체계를 구축한다. 특히 이번 계획은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독성 예측 기술 도입과 살생물제 승인 제도의 고도화를 예고하고 있어, 국내 화학 및 생활 소비재 산업계의 연구개발(R&D) 전략과 컴플라이언스(법규 준수) 환경에 상당한 변화를 불러올 전망이다.

정부의 이번 로드맵에서 가장 눈여겨볼 대목은 제조 단계의 선제적 위해 차단이다. 그동안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있거나 제한적으로 관리되던 살생물 물질과 제품에 대한 승인 평가가 대폭 강화된다. 정부는 2032년까지 살균제, 살충제, 보존제 등 15개 제품 유형 전체에 대한 승인 평가를 순차적으로 완료하고,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미승인 물질은 시장에서 완전히 퇴출하기로 했다.
소비자 접점이 넓은 생활 화학제품의 관리 대상도 현행 33개 품목에서 2032년까지 39개 이상으로 확대된다. 특히 호흡기 노출 위험이 높은 품목이 우선 관리 대상에 포함되며, 최근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로봇청소기용 세정제와 같은 전자기기 융복합 제품에 대한 안전 기준이 신설된다. 이는 가전 산업과 화학 산업의 경계가 흐려지는 시장 트렌드를 반영한 조치로, 융복합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은 기존 전기, 전자 인증 외에 화학물질 안전 기준까지 충족해야 하는 새로운 과제를 안게 되었다.
단순한 개별 물질 독성 평가를 넘어선 누적 위해성 평가 도입은 화학 안전 과학화의 핵심이다. 소비자가 일상에서 여러 제품을 동시에 사용할 때 노출될 수 있는 복합적인 위험을 평가하고, 동물 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반의 독성 예측 기술을 개발해 적용한다.
유통 및 소비 단계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조치도 산업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가 제품의 안전 정보를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필수 정보는 크게 표시하고 상세 정보는 QR코드로 제공하는 이(e)-라벨 제도가 도입된다. 또한 알리, 테무 등 해외 직구 플랫폼을 통한 미인증 제품 유입을 막기 위해 인공지능을 활용한 24시간 온라인 유통 감시 체계가 가동된다.
가장 강력한 규제적 변화는 사후 책임 강화에 있다. 화학제품 안전법 위반으로 인명 피해(사상)가 발생할 경우, 과학적 증거가 확인되면 공소시효를 10년 연장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제품 출시 후 수십 년이 지나도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강력한 경고이자, 안전성 검증에 대한 투자를 비용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자산으로 인식해야 할 계기가 마련된 셈이다.

정부는 강화된 규제에 따른 산업계의 피로도를 낮추기 위한 지원책도 병행한다. 복잡한 승인 서류 검토 기간을 AI 기술로 20% 이상 단축하고, 영세 기업을 위한 AI 어시스턴트를 도입해 법령 이행을 돕는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이번 종합계획을 통해 "제조부터 유통, 사용까지 전 단계에 걸친 관리 체계를 완성하여 국민이 안심하고 화학제품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