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지에만 바르는 줄 알았는데…반도체 칩 꽁꽁 싸맨 삼화페인트의 '반전' 기술력

2026-03-06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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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인트 기업이 반도체 핵심소재 양산

삼화페인트공업이 삼성SDI와 공동 개발한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핵심 소재인 고성능 MMB(Melt Master Batch)를 양산하며 페인트 전문 기업에서 글로벌 종합화학기업으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단순 자료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단순 자료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삼화페인트와 삼성SDI는 지난 1년여 간의 긴밀한 연구 협력을 통해 고성능 MMB 개발을 완료했다. 양사는 지난해 4월 반도체 패키징용 에폭시 밀봉재인 EMC(Epoxy Molding Compound) 조성물 공동개발에 합의한 이후 기술적 접점을 찾아왔다. 이번 성과는 단순히 원료를 납품하는 수준을 넘어 차세대 모바일 기기의 핵심 부품 경쟁력을 좌우하는 소재 국산화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최근 인공지능 산업의 급격한 팽창에 따라 반도체 기술은 회로의 미세화와 칩을 수직으로 쌓아 올리는 고집적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성능 향상과 함께 필연적으로 뒤따르는 발열 문제는 반도체 수명과 전력 소모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를 보호하고 열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반도체 칩 외부를 감싸는 소재가 EMC다. 이번에 개발된 MMB는 이 EMC를 제조하기 위한 반제품 성격의 핵심 소재로 품질의 균일성을 결정짓는 토대가 된다.

기술적 측면에서 삼화페인트는 기존의 드라이 블렌드(Dry Blend, 원료를 단순 혼합하는 방식)를 탈피했다. 특수 수지와 첨가제를 직접 합성하는 선 반응 기술을 도입해 화학적 안정성과 성분 균일성을 확보했다. 이 과정을 통해 반도체 기판이 열에 의해 휘어지는 워페이지(Warpage) 현상을 억제하고 습기에 견디는 내습성을 대폭 강화했다. 정밀한 화학 합성이 요구되는 하이엔드급 반도체 공정에 최적화된 결과물이다.

양산 체제 구축을 위해 삼화페인트는 과감한 인프라 확충에 나섰다. 반도체 소재는 극소량의 이물질로도 불량이 발생할 수 있어 고도의 청정 환경이 필수적이다. 회사는 전용 반응 설비와 정밀 분쇄기, 다중 필터 시스템을 갖춘 고순도 MMB 제조 라인을 완성했다. 이를 통해 수율을 높이는 동시에 글로벌 반도체 제조사의 엄격한 품질 기준을 충족하는 생산 시스템을 확보했다.

삼화페인트의 이 같은 행보는 건설 경기 침체와 원자재 가격 변동 등 외부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전통적인 페인트 제조 중심의 사업 구조를 전자재료, 에너지 소재 등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재편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회사는 모바일 AP를 시작으로 향후 AI 서버용 고대역폭메모리(HBM)와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시장까지 MMB 적용 범위를 넓혀갈 방침이다.

삼화페인트  / 삼화페인트
삼화페인트 / 삼화페인트

시장 분석가들은 이번 공급 계약이 삼화페인트의 중장기 실적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소재 시장은 그간 해외 기업들이 주도해 왔으나 이번 국산화 성공으로 수입 대체 효과와 함께 국내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에도 기여하게 됐다. 삼화페인트는 이차전지 소재 및 PCM(Pre Coated Metal, 가전용 도강판) 리밸런싱 사업 등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삼화페인트 관계자는 이번 성과를 두고 글로벌 기업이 독점하던 반도체 소재 시장에서 국내 기술의 우수성을 확인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회사는 앞으로도 삼성SDI와의 협력을 공고히 하며 차세대 반도체 공정에 필요한 신소재 연구개발을 지속할 예정이다. 도료 시장에서의 노하우를 정밀 화학 영역으로 확장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종합화학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목표다.

home 조희준 기자 chojoon@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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