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징역 23년'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얼마나 심각할까
2026-01-22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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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친위 쿠데타' 성격 규정
尹 재판에 결정적 영향 미칠 듯

21일 늦은 오후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 이진관 부장판사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하며 잠시 말을 멈췄다. "무장한 계엄군에 맨몸으로 맞서 국회를 지킨 국민의 용기"를 언급하는 순간이었다. 법정은 숨죽인 침묵으로 가득했다. 비상계엄 선포 414일 만에 나온 첫 사법 판단이었다.
재판부는 12·3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명확히 규정했다. 헌법상 의회·정당제도와 영장주의를 소멸시키려 한 국헌문란 목적과 군경 병력 동원이라는 폭동 행위를 모두 인정한 것이다. 더 나아가 이를 '위로부터의 내란', 즉 '친위 쿠데타'로 성격을 규정했다.
이날 판결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앞날은 무거운 그림자가 드리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전 총리에 대한 내란 중요임무종사 유죄 판결은 내란죄가 필요적 공범이라는 점에서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도 성립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한 전 총리가 국무회의 심의라는 외관을 형성하고, 국무위원들로부터 부서를 받으려 시도하며, 특정 언론사 단전·단수 조치를 논의하는 등 중요한 임무를 수행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윤석열이 주장하는 비상계엄 선포의 필요성과 정당성에 동의해 그 실행을 지지했다"고 지적했다.
법조계는 이번 판결이 다음 달 19일 선고될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중요 사건에서 선례를 만드는 선도적 판결을 해온 곳이고, 재판부별 흐름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경향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내란 특검은 지난 13일 결심공판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형법상 내란 우두머리죄의 법정형은 사형, 무기징역, 무기금고 세 가지뿐이다. 재판부는 "전두환·노태우 세력에 대한 단죄보다 더 엄정한 단죄가 필요하다"는 특검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재판부는 12·3 내란을 "대한민국에서 친위 쿠데타가 발생했다는 사실로 인해 생긴 경제적·정치적 충격은 기존 내란 행위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라고 평가했다. 또 "국민이 선출한 권력자가 헌법과 법률을 경시하고 위반하는 내란 행위를 함으로써 국민이 가진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신뢰 자체를 뿌리째 흔들었다"고 질타했다.
특히 피해가 경미했다거나 짧은 시간 동안 진행됐다는 윤 전 대통령 측 주장을 강하게 반박했다.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고 몇 시간 만에 종료된 것은 무엇보다 무장한 계엄군에 맞서 국회를 지킨 국민의 용기 때문"이라며 "결코 내란 가담자에 의한 게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재판부는 "일단 국헌문란 목적의 폭동이 발생하면 막대한 인명과 재산상 피해, 사회적 혼란이 초래될 것이 분명하다"며 "내란에 성공해 헌법 질서가 폭력에 의해 무너지면 원래대로 회복하기는 대단히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내란 행위를 사전에 차단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서는 내란 가담자들을 무겁게 처벌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법조계의 한 형사소송 전문 변호사는 "구체적인 행위가 상대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한 전 총리에 비해 윤 전 대통령은 내란 우두머리로서 지시 행위가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중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 전 대통령은 그간 국정 위기 상황을 알리기 위한 '경고성 계엄'이었을 뿐 국헌문란의 목적이 없었고, 군경 투입 행위 역시 질서 유지를 위한 것이었던 만큼 폭동이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날 재판부가 이를 모두 배척하면서 윤 전 대통령의 변론 전략은 근본적으로 흔들리게 됐다.
한편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로 기소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경우 한 전 총리보다 무거운 형이 선고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지시 행위가 명확히 드러난 만큼 중형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