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분간의 '어둠' 체험… 국립정신건강센터의 뜻밖의 처방전

2026-01-22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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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로 체험하는 우울증,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다

국립정신건강센터가 한국국제교류재단, 주한체코문화원과 손잡고 우울증을 소재로 한 가상현실 체험 전시 다크닝(Darkening)을 개최한다. 서울 광진구 국립정신건강센터 갤러리M에서 오는 2월 6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행사는 디지털 신기술을 활용해 현대인의 정신건강 문제를 예술적 시각으로 조명하고 타인의 고통에 깊이 공감하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기획됐다.

이번 초청 전시는 한국국제교류재단(KF)이 운영하는 XR 갤러리의 기획전 '플랫폼: 보다 인간적인'과 연계된 프로젝트다. 디지털 공공외교 체험을 지향하는 KF의 취지에 맞춰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기술을 통해 관객이 단순한 관찰자가 아닌 당사자의 입장이 되어보는 경험을 유도한다.

단순 자료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단순 자료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전시작 다크닝은 체코의 온드레이 모라베크 감독이 직접 겪은 사춘기 시절의 우울증 투병기를 바탕으로 제작된 18분 분량의 애니메이션이다. 제목이 암시하듯 감독은 우울감이 찾아오는 순간을 어두워짐이라고 명명했다. 관객은 VR 기기를 착용함으로써 감독의 내면세계로 들어간다. 디지털로 구축된 가상 공간 속에서 체험자의 손이 화면에 구현되거나 목소리를 내어 작품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은 관객과 작품의 경계를 허문다.

작품은 우울증이 개인의 삶을 어떻게 잠식하는지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고통 속에서도 자신을 지키고 치유해 나가는 당사자들의 구체적인 대처 방식을 감각적으로 전달한다. 이는 우울증을 앓지 않는 이들에게도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연대할 수 있는 정서적 교두보를 마련해준다.

주한체코문화원의 협력으로 제작된 한국어 더빙 버전은 국내 관람객의 몰입도를 한층 높였다. 이 작품은 지난 2025년 9월 KF XR 갤러리에서 최초 공개된 바 있으나, 정신건강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상영된다는 점에서 공간적 의미가 남다르다. 치료와 요양의 공간이 문화적 체험을 통해 공공 담론의 장으로 확장된 셈이다.

<플랫폼: 보다 인간적인> 전시 포스터 / 보건복지부부
<플랫폼: 보다 인간적인> 전시 포스터 / 보건복지부부

남윤영 국립정신건강센터장 직무대리는 가상현실이라는 도구가 우울증이라는 주제를 놓고 서로 이해하고 연대하는 매개체가 되길 바란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번 전시가 단순한 관람을 넘어 정신건강에 대한 사유와 성찰의 시간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전시는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되며 주말과 공휴일은 휴관한다. 별도의 예약 절차 없이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상세한 정보는 국립정신건강센터 누리집을 통해 확인 가능하다.

home 조희준 기자 chojoon@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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