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한 푼 없이 뇌 속 치매 독소 지운다… 질병청이 찾아낸 '비결'
2026-01-26 11:42
add remove print link
한국인 맞춤형 알츠하이머병 위험 유전자 발견의 의미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이 한국인 뇌 질환 데이터를 활용해 치매와 파킨슨병의 조기 진단 및 예측 기술을 고도화하고 예방과 치료의 과학적 근거를 마련한 ‘뇌 질환 연구 기반 조성 사업(BRIDGE)’의 주요 성과집을 발간했다.
국립보건연구원이 추진해 온 BRIDGE 사업은 흩어져 있던 뇌 질환 연구 자원을 통합하고 표준화해 연구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국가 단위 프로젝트다. 연구원은 2021년부터 치매와 파킨슨병의 조기 진단과 예측을 위한 AI 및 영상 기반 연구, 임상 현장에 적용 가능한 중재 연구, 한국인 특이적 특성 분석 등 세 가지 핵심 분야에 집중해 왔다. 이를 통해 현재까지 국제학술지에 101편의 논문을 게재하고 5건의 특허를 출원하는 등 질적 성과를 축적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성과는 생활 습관 교정이 실제 생물학적 지표 개선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입증한 연구다. 연구진이 한국인 성인 1144명을 대상으로 신체활동 수준과 혈액 내 알츠하이머병 바이오마커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 신체활동이 활발한 집단일수록 신경 퇴행 지표인 NfL과 알츠하이머 병리에 관여하는 p-tau217 수치가 낮게 측정됐다. 운동량이 많을수록 인지기능 점수도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 운동이 단순한 건강 관리를 넘어 뇌 병리를 완화하는 실질적 예방 전략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국인에게 특이적인 유전적 위험 요인을 규명한 점도 주목된다. 기존의 서양인 중심 연구와 달리 한국인 1559명의 전장 유전체 데이터를 분석해 APCDD1, SAMD3 등 새로운 알츠하이머병 위험 유전자를 찾아냈다. 연구팀은 이러한 위험 유전자가 누적될수록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인 맞춤형 위험 평가 모델을 제시했다. 이는 향후 정밀 의료 실현을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영상 분석 기술은 진단 정확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대규모 뇌 MRI 데이터를 딥러닝으로 분석해 산출한 가속된 뇌 나이(ABA) 지표는 정상인이 경도인지장애나 알츠하이머병으로 진행될 위험을 예측하는 데 유효성을 보였다. 또한 환자마다 제각각인 뇌 위축 패턴을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고, 기억력 저하가 완만하게 진행되는 내측측두 경로와 시공간 기능이 급격히 악화되는 두정-측두 경로 등을 구분해 냈다. 이러한 분석은 환자별 진행 속도를 예측하고 맞춤형 치료 전략을 수립하는 근거가 된다.
파킨슨병 분야에서는 본태성 떨림 환자가 파킨슨병으로 이행되는 기전을 규명했다. 연구 결과 루이소체 병리가 동반된 본태성 떨림 환자는 파킨슨병으로 진행될 위험이 높았으며, 도파민 신경 손상과 심장 교감신경 기능 저하가 순차적으로 발생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단순 떨림과 파킨슨병 전조 증상을 구분하고 조기에 개입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로서의 가능성을 열었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이번 성과집 발간에 대해 국가 단위의 코호트와 데이터 인프라가 뇌 질환 극복의 핵심 기반임을 확인한 결과물이라고 평가했다. 질병관리청은 확보된 연구 기반을 토대로 조기 진단과 예방, 치료 기술 개발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며, 관련 자료는 질병관리청 누리집을 통해 연구자들에게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