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빚도 빈부격차…부자는 변동으로 아끼고 20대는 고정에 묶였다, 당신은?
2026-01-27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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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일수록 변동금리 선택…경제력이 금리 결정 좌우
주택담보대출 차입자가 자가 거주자이거나 소득과 자산 규모가 클수록 변동금리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은행 최영준 연구위원이 발표한 '주택담보대출 차입자의 금리 선택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가계의 금리 유형 결정에는 차입자의 경제적 여력과 시장의 금리 스프레드, 미래 기대 금리 등 공급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가계 부채 구조는 주요국과 비교해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금리 변동에 따른 금융 시스템의 취약성이 꾸준히 지적되어 왔다. 2022년 4분기 기준 한국의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비중은 34.9%로 멕시코(99.6%), 미국(95.3%), 프랑스(93.2%) 등 주요국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정부는 2011년부터 고정금리 비중 확대를 위한 정책 목표를 지속적으로 제시해 왔으나, 2023년 말 기준 고정금리 비중은 50%대 수준에서 정체된 양상을 보인다.

최영준 연구위원은 2012년부터 2023년까지의 가계금융복지조사 패널 자료를 활용해 차입자 특성과 공급 요인을 통합적으로 분석했다. 분석 결과 차입자의 재무적 완충 능력이 금리 선택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 자가를 보유한 경우 변동금리를 선택할 확률이 고정금리 대비 3.4%p 높았으며, 총소득과 총자산이 한 분위 상승할 때마다 변동금리 선택 확률은 각각 2.3%p, 1.5%p 증가했다. 이는 경제적 여력이 뒷받침되는 차입자들이 금리 변동에 따른 이자 부담 변화를 감내하면서 변동금리의 초기 낮은 금리 혜택을 취하려 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출 공급 측면의 시장 여건도 핵심적인 결정 요인으로 확인됐다.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간의 격차인 스프레드가 1%p 확대될 경우 변동금리 선택 확률은 6.5%p 높아졌다. 고정금리가 변동금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싸질수록 차입자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변동금리로 쏠리는 현상이 실증된 것이다. 반면 장단기 금리차로 측정되는 미래 기대 금리가 1%p 상승할 때는 고정금리 선택 확률이 37.6%p 급증했다. 이는 시장 참가자들이 향후 금리 상승을 예상할 때 금리 인상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고정금리 대출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함을 시사한다.
부동산 시장 상황 또한 차입자의 선택에 영향을 주었다. 주택 가격 상승률이 1%p 높을 때 변동금리 선택 확률은 1.2%p 증가했다. 이는 주택가격 상승기에 보유 기간이 짧은 투기적 수요가 유입되면서 고정금리보다 초기 금리가 낮은 변동금리를 선호하는 경향이 반영된 결과다.
차입자의 연령대별로도 선택 패턴은 엇갈렸다. 30대와 40대에서는 소득과 자산 규모가 클수록 변동금리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했던 반면, 20대 이하 차입자는 소득과 자산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아 금리 변동 위험을 감내하기 어려운 탓에 오히려 고정금리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그간 제한적인 자료로 인해 개별적으로 다뤄졌던 차입자 특성과 시장 공급 요인을 동시에 분석해 선택 편의 문제를 보완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최 연구위원은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고정금리 비중 확대를 위해 당국이 일률적인 목표치를 설정하기보다 차입자의 특성과 시장 금리 상황을 반영한 정교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