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수가…공개 직후 '넷플릭스 1위' 쓸어버린 240억 대작 '한국 영화'

2026-01-30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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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호불호 → OTT 재평가의 역전?!

지난해 9월 극장 개봉 당시 294만 관객을 동원한 박찬욱 감독의 영화 ‘어쩔수가없다’가 넷플릭스 공개 직후 곧바로 국내 1위에 올랐다.

'어쩔수가없다' 속 한 장면. / CJ ENM-넷플릭스
'어쩔수가없다' 속 한 장면. / CJ ENM-넷플릭스

지난 29일 넷플릭스를 통해 처음 공개된 이후 불과 하루 만에 정상을 차지하며 다시 한 번 화제의 중심에 선 '어쩔수가없다'. ‘어쩔수가없다’는 박찬욱 감독의 신작이자 이병헌과 손예진의 첫 부부 호흡, 여기에 이성민과 차승원까지 합류한 대규모 캐스팅으로 개봉 전부터 주목받았던 작품이다. 총제작비 약 240억(순제작비 170억원 추정)원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진 작품으로, 극장 흥행 성적만 놓고 보면 초대형 흥행작이라 부르긴 어렵지만 결코 실패로 보기 힘든 수치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넷플릭스 공개 직후 폭발적인 반응이 이어진 배경에는 몇 가지 분명한 이유가 있다.

극장에서 이미 영화를 본 관객이 300만 명에 가까웠음에도 다시 선택한 가장 큰 요인은 '이름값'이다. 박 감독의 작품은 개봉 여부 자체가 하나의 이벤트처럼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이병헌과 손예진이라는 두 배우가 같은 프레임 안에 등장한다는 점은 극장 관람 여부와 관계없이 다시 확인하고 싶은 요소로 작용했다. 특히 큰 화면에서 미처 보지 못했던 표정 연기와 디테일을 집에서 다시 감상하려는 재관람 수요가 적지 않았다.

'어쩔수가없다' 스틸컷. (오른쪽)이병헌, (왼쪽)손예진. / CJ ENM 제공
'어쩔수가없다' 스틸컷. (오른쪽)이병헌, (왼쪽)손예진. / CJ ENM 제공

장르적 특성 역시 OTT 흥행과 맞물렸다. 영화는 전형적인 스릴러나 범죄극이 아니라 박 감독 특유의 블랙 코미디와 부조리극 성격이 강하게 깔린 작품이다. 극장 개봉 당시 관객 반응은 “강렬하다”는 평가와 “난해하다”는 반응이 동시에 나왔다. 이로 인해 극장 관람을 망설였던 관객들이 적지 않았고, “돈 내고 보기엔 부담되지만 OTT로 공개되면 꼭 봐야겠다”는 심리가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최근 고물가 흐름 속에서 극장 대신 OTT를 선택하는 소비 패턴도 영향을 미쳤다. 영화 관람료가 1만 5천 원을 웃도는 상황에서 관객들은 확실한 블록버스터가 아니면 공개를 기다리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어쩔수가없다’는 이미 극장에서 어느 정도 검증된 작품이라는 인식이 있었고, 그 대기 수요가 공개 시점에 한꺼번에 몰리며 순위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넷플릭스의 큐레이션 전략도 한몫했다. 한국 영화 대작이 플랫폼에 들어올 경우 메인 배너와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집중적으로 노출하는 방식이 반복돼 왔다. 주말을 앞둔 시점에 별다른 고민 없이 선택할 수 있는 콘텐츠로 배치되면서 자연스럽게 시청이 확산됐다.

'어쩔수가없다' 스틸컷. 박희순. / CJ ENM 제공
'어쩔수가없다' 스틸컷. 박희순. / CJ ENM 제공

'어쩔수가없다' 알고 보니…비하인드 대방출

영화 제목인 ‘어쩔수가없다’는 작품의 정서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이 표현은 박 감독이 평소 자주 사용하던 말버릇에서 착안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상적인 체념의 언어를 살인극의 제목으로 끌어온 점이 아이러니를 극대화한다. 원작 소설 드루 에드워즈의 ‘액스’를 한국 사회의 현실과 정서에 맞게 각색하면서, 생존을 이유로 선을 넘는 인물들의 심리를 강조하려는 의도가 이 제목에 담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씨네21 등에 따르면 각본 단계에서 변화된 설정도 흥미롭다. 초기 시나리오에는 주인공 만수가 노리는 대상이 네 명인 버전이 존재했다. 그중 한 명은 새벽마다 조깅을 하는 평범한 아파트 주민이었다. 일상 속 아무렇지 않은 인물을 보여주려는 의도였지만, 살해와 처리 과정이 반복되면서 영화의 리듬이 느슨해질 수 있다는 판단 아래 해당 인물은 최종 편집 과정에서 제외됐다.

'어쩔수가없다' 스틸컷. 이성민. / CJ ENM 제공
'어쩔수가없다' 스틸컷. 이성민. / CJ ENM 제공

원작과 가장 크게 달라진 지점은 가족 서사다. 소설에는 없던 설정이지만 영화에서는 만수의 범죄가 결국 아내와 가족에게 드러난다. 박찬욱 감독은 이 지점을 영화화의 핵심 동기로 삼았다고 밝힌 바 있다. 주인공의 선택이 끝내 자신을 파괴하는 구조를 만들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아들이 지붕 위에서 우연히 아버지의 범죄 현장을 목격하는 장면은 그 의도가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순간으로 평가된다.

연출 디테일 역시 반복해서 언급된다. 미리가 은행에서 체납 경고장을 읽는 장면에서 카메라가 위에서 아래로 휘어지며 강한 역광이 들어오는 구도는 인물에게 덮쳐오는 압박과 운명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장치로 해석된다. 여직원들의 발소리가 들리자 만수가 급히 도망치는 장면 또한 단순한 상황 연출을 넘어 보이지 않는 압력과 불안을 형상화한 장면으로 받아들여진다.

'어쩔수가없다' 스틸컷. 차승원. / CJ ENM 제공
'어쩔수가없다' 스틸컷. 차승원. / CJ ENM 제공

인물 설정에도 상징이 담겼다. 미리는 아이가 있는 이혼녀로, 만수와 재혼한 인물이다. 이는 재혼 가정이기에 더욱 필사적으로 가정을 지키려는 부부의 심리를 강조하기 위한 장치로 읽힌다. 만수가 과거 술에 취해 아이에게 폭력을 행사한 이후 미리가 금주를 강요했다는 설정 역시, 남편을 끝까지 신뢰하지 못하는 감정의 근거로 기능한다.

살인 장면의 상태 변화도 관객 사이에서 자주 언급되는 요소다. 만수는 대부분의 범죄를 맨정신으로 저지르지만, 마지막 인물을 살해할 때만 술에 취해 있다. 가장 큰 선을 넘는 순간에만 취해 있다는 설정은 그가 끝까지 자신의 행동을 직시하지 못하는 인물임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는 해석으로 이어진다. 이처럼 ‘어쩔수가없다’는 단순한 범죄 영화라기보다 인물의 선택과 체념, 책임을 끈질기게 따라가는 작품에 가깝다.

극장에서는 호불호가 갈렸지만, OTT 환경에서는 오히려 천천히 곱씹으며 감상할 수 있는 작품으로 재평가되고 있다. 공개 직후 넷플릭스 1위에 오른 흐름은 단기 화제성을 넘어, 박 감독 영화가 지닌 반복 소비 가능성을 다시 한번 보여준 사례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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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권미정 기자 undecided@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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