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크기 야생동물'이 주민보다 무려 4배나 많이 살고 있는 지역

2026-01-30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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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획 작업 시작... 일각선 “사람이 문제 만들고 왜 사슴에게 책임 묻나”

전남 영광 법성포에서 배로 2시간 거리에 있는 안마도엔 사슴 937마리가 서식하고 있다. 주민 수는 223명. 사람 한 명당 사슴 네 마리 꼴이다. 면적 5.8㎢에 사슴 밀도가 1㎢당 162마리다. 고라니 서식 밀도(1㎢당 7.1마리)의 23배 수준이다.

안마도 / '대한민국 구석구석'
안마도 / '대한민국 구석구석'

1985년 한 축산업자가 녹용 생산을 위해 대만과 일본에서 꽃사슴 10여 마리를 들여왔다. 1950년대부터 외국산 꽃사슴은 가축으로 사육됐고, 당시엔 수익성이 있었다. 그러나 1990년대 저가 수입 녹용이 유입되며 사업성이 떨어지자 업자는 사슴들을 산에 방치했다. 천적이 없는 환경에서 40년간 개체 수가 약 100배 증가했다.

사슴들은 고구마, 벼, 콩, 고추 등 농작물을 먹어치웠다. 2m 높이 그물망을 뚫고 들어가 추수를 앞둔 벼를 먹는 일도 있었다. 최근 5년간 농작물 피해액은 1억6000만 원으로 집계됐다. 동네 이장은 지난해 2600㎡ 규모로 벼농사를 지었다가 전량 피해를 입어 올해는 포기했다. 현재 섬에서 농사를 짓는 사람은 2명뿐이다.

안마도 꽃사슴 / MBN 뉴스
안마도 꽃사슴 / MBN 뉴스

산림 피해도 극심하다. 사슴들이 나무껍질을 벗겨 먹으며 숲이 고사하고 있다. 주민들은 꽃게잡이 외에 산에서 꾸지뽕과 돌귤을 채취하고 지네를 잡아 약재로 팔았으나, 사슴들이 식물을 먹어치우며 부수입원이 사라졌다. 식생 파괴로 토양 유실과 산사태 위험도 커졌다. 묘지 훼손, 돌담 파손도 일어났고, 야간엔 도로를 차지해 통행을 방해했다. 꽃사슴과 엘크가 섞인 종으로 덩치가 커 주민들의 우려도 컸다. 법적 대응 방법이 없었다.

축산법에서 꽃사슴을 가축으로 분류해, 멧돼지나 고라니처럼 유해야생동물 기준을 적용할 수 없었다. 영광군과 주민들은 마취총 작전 등을 시도했으나 개체 수 감소에 실패했다. 2022년부터 민원을 제기했지만 해결되지 않았다. 주민 593명이 2023년 7월 국민권익위원회에 집단 민원을 넣었다. 권익위는 현장 조사와 주민 의견 수렴 후 관련 부처와 협의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환경부가 두 차례 조사를 실시했고, 지난해 1월 권익위는 꽃사슴을 유해동물로 관리하라고 권고했다.

지난해 ‘야생생물 보호·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이 개정됐다. 꽃사슴이 19번째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돼 지자체장 허가 아래 포획이 가능해졌다. 사슴을 총으로 쏴 잡아도 된다는 뜻이다.

최근 엽사 8~10명이 안마도에 투입됐다. 2박 3일간 사냥 작업이 진행됐다. 총을 든 이들이 나타나자 사슴들은 소리를 내며 경계하고 귀를 세우고 발을 구르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 목표는 100여 마리 감축이다. 포획된 사슴은 고온 고압 처리 후 폐기된다. 영광군은 피해 신고를 받아 규모와 생태 조건을 검토한 뒤 포획 수를 정하고 단계적으로 개체 수를 줄일 계획이다.

안마도 꽃사슴 / MBN 뉴스
안마도 꽃사슴 / MBN 뉴스

안마도 외에도 문제가 있다. 고흥 소록도는 1992년 방사한 40여 마리가 230여 마리로 늘었고, 순천 봉화산에선 2010년대 초반 탈출한 4마리가 60~70마리로 번식했다. 완도 당사도와 옹진 굴업도도 유사한 상황이다. 정부는 이들 지역에도 안마도와 같은 대책을 세울 예정이다. 포획 방식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주민은 사슴에게 정이 들었다는 반응을 보였고, 사슴이 사라지는 것을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인간이 만든 문제인데 사슴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맞느냐는 의견도 있다. 관광객들이 사슴을 보고 좋아한다는 점을 언급하는 주민도 있다.

동물복지 단체들은 대안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별도 서식지 조성이나 다른 지역 이주, 중성화 등 비살상 개체 수 조절 방법을 검토하지 않고 사살로만 해결하려 한다는 것이다. 아르헨티나 노르델타의 카피바라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부에노스아이레스 노르델타에선 카피바라가 민가로 내려와 쓰레기를 뒤지고 반려견을 공격하며 잔디를 훼손하는 문제가 생겼다. 60㎏이 넘는 대형 설치류지만 온순한 성격으로 인형과 굿즈로 인기 있는 동물이다. 노르델타에선 골칫거리가 됐지만, 부동산개발 업체가 지방정부 승인을 받아 수의사를 고용해 불임 백신을 투여하는 방식으로 개체 수를 관리하고 있다. 살처분 대신 공존을 택한 셈이다.

안마도 꽃사슴 / MBN 뉴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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