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일냈다…531만 관객 몰린 ‘초호화 캐스팅’ 한국 영화, 드디어 공개
2026-02-15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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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성·정우성 '초호화 캐스팅', 9년 만에 넷플릭스 귀환
531만 관객 영화 '더 킹', 권력의 민낯을 풍자하다
531만 관객을 모았던 2017년 한국 영화가 드디어 지난 13일 넷플릭스에 풀렸다.

극장 흥행으로 끝난 작품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도 “다시 보면 더 탄탄하다”는 반응이 이어졌던 타이틀이라 공개 소식의 체감이 더 크다. 무엇보다 이름값만으로도 설명이 끝나는 배우 조합이 다시 한번 주목받을 만한 타이밍이다.
정체는 2017년 1월 개봉작 ‘더 킹’(감독 한재림)이다. 지난 1일 넷플릭스 코리아 공식 인스타그램에는 “짧은 달, 꽉 찬 재미. 넷플릭스 2월 신작 라인업” 게시물이 올라왔고, 여기에 ‘더 킹’이 포함됐다. 함께 공개된 작품으로는 ‘반도’, ‘시동’, ‘악녀’, ‘신세계’, ‘더 폰’, ‘변호인’, ‘패션왕’, ‘스윙키즈’, ‘7번방의 선물’, ‘바람 바람 바람’, ‘남자가 사랑할 때’,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 등이 있다.

‘더 킹’은 대한민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큰 세계관을 가진 영화로, 무소불위 권력을 쥐고 폼나게 살고 싶었던 박태수(조인성)가 대한민국을 입맛대로 좌지우지하는 권력의 설계자 한강식(정우성)을 만나 세상의 왕으로 올라서기 위해 펼치는 이야기다. 권력이 만들어내는 달콤한 약속과 잔혹한 현실, 그 사이에서 인물이 어떻게 변형되는지 촘촘히 따라가며 풍자와 쾌감을 함께 쌓아 올린다. 정장 권력물 특유의 속도감, 현실을 비껴가듯 찌르는 대사와 장면들이 연쇄적으로 이어지면서 관객을 끌고 간다.
제작발표회 당시 한재림 감독은 ‘더 킹’을 통해 사회 부조리를 유쾌하게 풍자하고 싶다는 뜻을 비췄다. 한 감독은 “사회 부조리를 어둡게 풀어내기보다는 즐겁고 유쾌하게 그려내면서 더 크게 느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더 킹’의 의미는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다. 영화를 보지 않은 상황에서 ‘더 킹’은 권력을 누리는 사람들을 뜻하는 것일 수도 있고 박태수라고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특히 강조한 지점은 ‘검찰’이라는 소재였다. 한 감독은 “정권이 교체되면 권력이 바뀌는데 바뀌지 않는 권력이 법조 권력이라고 생각했다”며 “평범하게 사는 검사님들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왜 권력형 비리가 일어나는지 호기심이 영화를 만든 이유다”라고 밝혔다. 권력은 늘 교체되는 듯 보이지만, 시스템 속에서 쉽게 형태를 바꾸지 않는 힘이 있다는 문제의식이 영화의 출발점이 됐다는 얘기다.
배우들의 발언도 다시 회자된다. 8년 만에 스크린 복귀였던 조인성은 “권력을 다루고 있지만 부담감은 없었다”며 “영화는 영화라는 매체의 특성이 있기 때문에 괜찮았다”고 말했다. 이어 “촬영 당시에 이런 시국 될 줄 몰랐다. 비판하려고 만든 장면이 현실과 맞아떨어져서 당황한 측면이 있다. 시국이 이래서 절망에 빠져계시다면 이 영화를 보고 희망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당시의 발언이 지금도 작품의 문제의식과 맞물리며 ‘재관람’ 포인트로 작용한다.

‘더 킹’의 또 다른 힘은 캐스팅 그 자체다. 정우성, 조인성, 배성우, 류준열 조합으로 ‘초호화 캐스팅’을 완성해 화제의 중심에 섰고, 김의성, 김아중까지 합류해 판을 더 크게 만든다. 한 감독은 작업 과정에 대한 만족감을 언급하며 “조인성은 여성스럽다고 생각했었는데 촬영을 하면서 남자답다고 느꼈다. 배우로서 유연한 모습을 보여줬다”며 “정우성은 풍자를 담고 있는 역할이니만큼 비틀어진 모습까지도 잘 표현해 줬다. 류준열은 순발력이 아주 뛰어나고 건달로서 섬세한 면을 잘 표현했다”고 밝혔다. 배우 개개인의 결이 뚜렷한데, 그 결이 한 프레임 안에서 충돌하고 맞물리며 이야기를 굴린다는 점이 관전의 핵심이다.
관전 포인트를 정리하면 크게 세 갈래다. 첫째는 연기다. 조인성을 중심으로 정우성, 배성우, 류준열, 김의성, 김아중까지 어느 하나 구멍 없는 연기를 선보이며 영화의 욕망과 균열을 밀도 있게 채운다. 특히 조인성은 고등학생 시절부터 40대 중반까지를 특별한 CG나 과도한 분장 없이 ‘연기만’으로 소화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기 위해 변화되는 심리를 단계별로 쌓아 올리며, 캐릭터의 상승과 추락을 설득력 있게 끌고 간다.

둘째는 비주얼이다. 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시대를 구현해야 했던 제작진은 제작 단계부터 촌스러움은 배제하고 클래식하면서도 세련된 톤을 강조하기 위해 고민을 거듭했다고 한다. 과도한 장치로 시대를 ‘티 나게’ 만들기보다는, 디테일로 분위기를 설계해 화면의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시대극 특유의 부담을 줄이면서도, 이야기의 무게를 견딜 수 있게 만든 장치로 읽힌다.
셋째는 OST다. 한 감독은 “사회적 모순을 마치 마당놀이처럼 즐겁게 보여주고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고 싶었다”며 기획 당시의 의도를 전한 바 있다. 관객의 흥을 돋우는 음악은 이 영화에서 ‘설명’이 아니라 ‘추진력’에 가깝다. ‘클론-난’, ‘자자-버스 안에서’, ‘Jose Gonzalez-Teardrop’ 등 올드팝과 대중가요를 적절히 조화해, 장면의 리듬을 끌어올리고 감정의 속도를 조절한다. 영화만큼이나 선곡이 또 하나의 기억 포인트로 남는 이유다.
흥행 성적은 이미 숫자로 증명됐다. 531만 관객은 단순한 스코어가 아니라, 이 영화가 대중적인 흡입력과 화제성을 동시에 확보했다는 방증이다. 시간이 흐른 뒤에도 온라인에서 재평가가 이어지는 점은 OTT 공개 이후 입소문 확산 가능성을 높인다. “스토리부터 캐릭터, 연기 모든 것이 짜임새 있고 탄탄했다”, “배우들 보러 왔다가 영화에 몰입했다”, “오랜만에 다시 봐도 명작” 등 관람객 반응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네이버 기준 평점은 8.39점으로 집계돼 있다.

넷플릭스 공개는 ‘더 킹’에겐 사실상 두 번째 개봉과 같다. 극장에서 봤던 관객에게는 ‘복습’의 이유를, 놓쳤던 관객에게는 ‘뒤늦게 따라잡을 명분’을 준다. 특히 사회 분위기와 현실 감각에 따라 작품의 체감이 달라지는 장르인 만큼, 어떤 반응이 다시 쌓일지 관심이 모인다. 531만이 만들어낸 흥행의 기억이 OTT에서 어떤 속도로 재점화될지, ‘더 킹’의 또 한 번의 상승 곡선이 시작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