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가격 대폭락 후유증… 바이낸스 책임론 재점화
2026-02-02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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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폭락의 원흉은 ‘바이낸스’?

암호화폐(가상자산·코인) 시장에서 ‘10·10 사태’의 충격이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하루 만에 190억달러 규모의 거래가 강제 청산되고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한 ‘10·10 사태’는 가상자산 시장이 얼마나 취약한 구조 위에 서 있는지를 드러낸 계기로 평가된다. 미국 가상자산 전문매체 코인데스크는 2일(현지시각) ‘10·10 사태’ 이후 시장이 회복되지 못한 이유와 함께 세계 최대 거래소 바이낸스를 둘러싼 책임 논쟁에 대해 보도했다.
‘10·10 사태’는 지난해 10월 10일 발생했다. 당시 비트코인 가격이 단기간에 급락하면서 빚을 내 투자한 레버리지 거래자들의 포지션이 대거 정리됐다. 가격이 일정 수준 아래로 내려가면 거래소가 자동으로 포지션을 정리하는데, 이 과정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며 시장 전체에 충격을 줬다. 당시 하루 동안 강제 청산된 금액은 약 190억달러다. 가상자산 시장 역사상 최대 규모다. 비트코인 가격은 장중 한때 하루에만 12.5% 떨어지며 14개월 만의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사태 후 시장 상황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의 유동성은 여전히 회복되지 못한 상태다. 사고 당시 무너진 주문장이 제대로 복구되지 않았고, 매수·매도 가격 차이는 이전보다 크게 벌어졌다. 이는 대규모 거래가 들어올 경우 가격이 쉽게 흔들리는 구조로 이어졌다. 실제로 비트코인은 당시 약 12만4800달러 수준에서 현재 8만달러 맡으로 하락했다.
논란의 중심에는 바이낸스가 있다. 바이낸스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거래가 이뤄지는 가상자산 거래소다. 특히 파생상품 시장에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사태 당일 대규모 청산이 바이낸스에서 발생한 만큼, 시장에서는 자연스럽게 책임론이 제기됐다. 일부 투자자는 바이낸스 내부 시스템 문제나 운영상의 오류가 사태를 키웠다고 주장하고 있다.
바이낸스는 이 같은 의혹을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다. 회사 측은 이번 사태가 내부 시스템 결함 때문이 아니라 거시경제 불안과 과도한 레버리지, 낮은 시장 유동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해왔다. 코인데스크의 논평 요청에도 바이낸스는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회사는 핵심 시스템은 정상적으로 작동했으며, 피해를 본 이용자들에게 약 2억8300만달러를 보상했다고 밝혔다.
논쟁은 최근 다시 확산했다.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 최고경영자가 지난달 말 미국 방송에 출연해 비트코인 가격 약세의 원인으로 ‘바이낸스의 소프트웨어 결함’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 문제로 대규모 디레버리징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허이 바이낸스 공동창업자는 SNS에서 바이낸스가 미국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반박했으나, 해당 발언은 이후 삭제됐다.
다른 거래소와 업계 인사들도 목소리를 냈다. 경쟁 거래소 OXK의 창업자 스타 쉬는 10·10 사태가 가상자산 산업 전반에 “실질적이고 장기적인 피해”를 남겼다고 지적했다. 탈중앙화 거래소 하이퍼리퀴드는 최근 파생상품 거래량과 유동성이 늘고 있다며, 중앙화 거래소에 대한 불신 속에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음을 강조했다.
반면 바이낸스에 모든 책임을 돌리는 데 선을 긋는 시각도 있다. 마켓메이커 윈터뮤트의 최고경영자 에브게니 가에보이는 “유동성이 얇은 상황에서 과도한 레버리지가 쌓인 시장에 외부 충격이 가해진 전형적인 플래시 크래시”라고 평가했다. 그는 “한 거래소를 희생양으로 삼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흐린다”고 주장했다.
이번 논란은 2022년 가상자산 거래소 FTX 붕괴와 자주 비교된다. 당시 FTX는 고객 자금을 부적절하게 운용한 사실이 드러나며 파산했는데, 이로 인해 가상자산 시장 전반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 업계에서는 10·10 사태가 범죄나 부정행위 때문은 아니지만 시장 구조의 취약성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또 다른 경고 신호로 보고 있다.
전직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규제 당국자 살만 바나이는 위법 행위를 단정하지 않으면서도, 10·10 사태에 대한 공식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통 금융시장에서는 대규모 시장 충격 이후 반드시 원인 분석과 제도 개선 논의가 이뤄지지만 가상자산 시장에는 이런 절차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코인데스크는 이번 사태의 핵심이 특정 거래소가 아니라 시장 구조 자체에 있다고 분석했다. 가상자산 시장은 여전히 높은 레버리지와 불안정한 유동성에 의존하고 있으며, 신뢰가 흔들릴 경우 충격이 빠르게 증폭되는 구조라는 것이다. 한 전직 옵션 트레이더는 “높은 레버리지와 낮은 유동성, 실효성이 불분명한 알트코인 구조가 결합하면 참사는 시간문제였다”며 “문제는 발생 여부가 아니라 언제 터지느냐였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