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태양건설이 무너진다면, 그것은 기업의 실패가 아니라 회생을 외면한 부산의 정책 실패다

2026-02-09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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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생 중에도 해외 인프라 수주…‘정상화 가능성’ 증명한 중견 건설사
- 해외에서 길 찾은 신태양건설, 지역은 왜 외면하고 있나
- 기술력으로 버티는 회생기업, 부산 건설산업의 시험대에 서다

위키트리 부산경남취재본부-전국총괄본부장 / 사진=위키트리DB
위키트리 부산경남취재본부-전국총괄본부장 / 사진=위키트리DB

[전국=위키트리 최학봉 선임기자] 회생절차에 들어간 기업을 바라보는 시선은 늘 단순하다. 위기, 실패, 구조조정. 그러나 현장에서 마주한 신태양건설의 현재는 그 공식에서 벗어나 있다. 법정관리 국면 속에서도 해외 인프라 수주를 이어가는 이 기업의 모습은, 과연 ‘기업의 실패’라는 단어만으로 설명될 수 있을지 부산에 묻고 있다.

신태양건설의 현재는 그 질문을 부산 앞에 다시 던진다.

부산의 대표적인 중견 건설사였던 신태양건설은 사업장 20곳으로부터 공사비 수백억원을 받지 못해 법정관리 국면에 있다. 하지만 이 회사를 단순히 ‘위기에 처한 기업’으로만 규정하기엔 최근 행보가 분명히 다르다. 회생절차를 밟는 와중에도 필리핀에서 도시 인프라 사업 3건을 연이어 수주하며, 스스로 살아날 수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내고 있다.

이번 필리핀 산악지대 하수관망 정비, 도심 교통 문제 해결형 주차장 조성,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 등은 단기 수익을 노린 무리한 사업이 아니다. 축적된 기술력과 오래된 현장 경험이 없으면 접근하기 어려운 인프라 중심 프로젝트다. 회생 중인 기업이 이런 선택을 했다는 점은 ‘정상화를 전제로 한 경영’이라는 메시지로 읽힌다.

기업은 분명히 말하고 있다. “아직 할 수 있다”고. 이 지점에서 질문은 자연스럽게 정책으로 향한다.

중앙정부의 제도적 한계도 크지만, 지역의 역할 역시 외면할 수 없다. 부산에 본사를 둔 중견 건설사가 회생 국면에 들어섰을 때, 과연 부산은 어떤 선택을 했는가.

부산의 건설·도시 정책을 총괄하는 ‘부산광역시’는 이 상황을 단순히 ‘개별 기업의 경영 실패’로만 보고 있지는 않았는지 되묻게 된다. 지역 건설사가 무너지면 그 여파는 협력업체와 고용, 지역 경제 전반으로 번진다. 그럼에도 회생기업에 대한 부산시 차원의 분명한 정책 메시지나 대응 전략은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다.

공공 발주 시장은 회생기업 앞에서 여전히 닫혀 있고, 행정은 “법과 규정이 그렇다”는 말 뒤에 숨는다. 하지만 지역 산업을 지키는 일은 규정을 전달하는 선에서 끝나지 않는다. 현장을 읽고, 중앙에 요구하고, 제도를 움직이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입법과 견제의 역할을 맡은 부산광역시의회 역시 자유롭지 않다. 회생기업이 지역 경제에 미치는 구조적 영향, 선별적 지원의 필요성에 대해 공개적으로 논의한 흔적은 많지 않다. 기업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전반의 위기라면, 의회는 질문을 던지고 대안을 요구했어야 한다.

중앙정부와 공공금융의 책임도 분명하다. 다만 모든 기관이 같은 선택을 한 것은 아니다.

특히 HUG(주택도시보증공사)가 PM 용역비 승인을 통해 신태양건설에 최소한의 사업 지속 동력을 제공한 결정은 회생기업을 ‘차단 대상’이 아닌 ‘회복 가능성’으로 평가한 드문 사례로 평가할 만하다. 공공 보증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준 선택이었다.

신태양건설은 누리마루 APEC하우스, 아미산 전망대 등 부산을 대표하는 건축물들을 시공해 온 중견 건설사다. 부산 도급순위 7위라는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이 기업이 지역에서 축적해 온 기술과 현장 경험이다.

이 기업의 회생 여부는 단지 한 회사의 생존 문제가 아니다. 부산이 지역 산업을 어떻게 대하는가에 대한 기준이 된다.

회생은 특혜가 아니다. 정상화 가능성이 확인된 기업에게 다시 일할 기회를 주는 것은 지역 경제를 지키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중앙정부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면, 지역은 그 목소리를 더 크게 내야 한다.

신태양건설이 무너진다면, 그것은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회생 앞에서 손을 놓은 부산 행정의 자화상이다.

home 최학봉 기자 hb7070@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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