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돈 14만원에 공장인수… LG엔솔이 북미서 노리는 '승부처'

2026-02-09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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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데이터센터 폭증으로 ESS 시장 급부상, LG에너지솔루션의 북미 삼각편대 전략

LG에너지솔루션이 스텔란티스와 손잡고 설립한 캐나다 합작법인 '넥스트스타 에너지'를 100% 자회사로 편입하며 북미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제패를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전기차 시장의 일시적 둔화로 숨 고르기가 필요한 스텔란티스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급증하는 전력망 수요에 대응해야 하는 LG에너지솔루션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전략적 결단이다. 이번 인수로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내 ESS 생산 거점을 세 곳으로 늘리며 시장 내 유일한 '현지 완결형' 생산 체제를 구축하게 됐다.

넥스트스타 에너지 공장 전경 / LG 에너지솔루션 뉴스룸
넥스트스타 에너지 공장 전경 / LG 에너지솔루션 뉴스룸

LG에너지솔루션은 6일 캐나다 윈저에 위치한 넥스트스타 에너지의 스텔란티스 보유 지분 49%를 전량 인수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넥스트스타 에너지는 합작법인(JV) 꼬리표를 떼고 LG에너지솔루션의 단독 법인으로 재탄생한다. 단순히 지분 구조만 바뀌는 것이 아니다. 의사결정의 신속성을 확보한 LG에너지솔루션은 이곳을 단순 배터리 공장을 넘어 북미 ESS 시장 공략을 위한 핵심 전초기지로 탈바꿈시킨다는 구상이다. 이미 지난해 11월부터 ESS용 배터리 시제품 생산을 시작한 이 공장은 즉각적인 전력 투입이 가능한 상태다. 올해 북미 생산 역량을 두 배로 늘리고 매출을 세 배 이상 끌어올리겠다는 공격적인 목표도 수립했다.

이번 거래는 글로벌 배터리 동맹이 시장 변화 앞에서 얼마나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스텔란티스는 전동화 전환 속도를 조절하며 자산 효율화를 꾀해야 했고, LG에너지솔루션은 폭발하는 ESS 수요를 감당할 추가 생산 기지가 절실했다. 서로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윈윈(Win-Win) 전략인 셈이다. 지분 관계는 정리됐지만 협력의 끈은 여전하다. 스텔란티스는 이곳에서 생산되는 전기차 배터리를 예정대로 공급받기로 합의했다. 안토니오 필로사 스텔란티스 CEO는 이번 결정이 윈저 공장의 생산 능력을 극대화하고 자사의 전동화 전략을 뒷받침하는 최적의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단독 경영권을 확보하면서 얻게 될 재무적 실익도 상당하다. 무엇보다 캐나다 정부가 약속한 설비 투자 보조금과 생산 세액 공제 혜택을 LG에너지솔루션이 독차지하게 된다. 이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상 첨단 제조 생산 세액 공제(AMPC)에 준하는 혜택으로, 원가 경쟁력이 필수적인 배터리 시장에서 수익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카드다. 합작 파트너와의 조율 과정 없이 시장 상황에 따라 생산 라인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된 점 또한 보이지 않는 무형의 자산이다.

넥스트스타 에너지 공장에서 ESS 제품 출하되는 모습 / LG 에너지솔루션 뉴스룸
넥스트스타 에너지 공장에서 ESS 제품 출하되는 모습 / LG 에너지솔루션 뉴스룸

시장의 시선은 이제 LG에너지솔루션이 그리는 '북미 ESS 삼각편대'로 쏠린다. 이번 인수로 LG에너지솔루션은 미시간 홀랜드 공장, 미시간 랜싱 공장에 이어 캐나다 윈저 공장까지 북미에만 총 3개의 ESS 생산 거점을 확보했다. 경쟁사들이 따라올 수 없는 압도적인 생산 능력이다. 올해 말 기준 글로벌 ESS 생산 능력을 60GWh까지 확대할 계획이며, 그중 50GWh 이상을 북미 지역에 집중시킨다. 이는 단순한 양적 팽창이 아니다. 테라젠, 한화큐셀 등 글로벌 고객사들로부터 이미 140GWh 규모의 수주 물량을 확보해 둔 상태다. 만들어내기만 하면 팔리는 구조를 완성해 둔 것이다.

배터리 업계가 ESS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명확하다. 챗GPT를 필두로 한 생성형 AI 시대가 열리면서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후 변화로 인한 냉난방 전력 수요 급증까지 겹치며 전력을 저장해 뒀다 필요할 때 꺼내 쓰는 ESS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시장조사기관 우드맥킨지는 향후 5년간 미국 내 ESS 신규 설치 규모가 317.9GWh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기차 시장이 잠시 주춤하는 사이, ESS라는 거대한 파도가 밀려오고 있는 형국이다.

넥스트스타 에너지는 지역 경제의 핵심 축으로도 자리 잡았다. 현재까지 50억 캐나다 달러 이상이 투입됐으며 1300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향후 고용 인원을 2500명까지 늘려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경제 성장을 견인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훈성 넥스트스타 에너지 법인장은 이번 인수가 캐나다의 제조 역량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의미한다며 지역 사회와의 동반 성장을 약속했다.

장기적으로 넥스트스타 에너지는 전기차 배터리와 ESS 배터리를 동시에 생산하는 복합 제조 허브로 진화한다. 시장 상황에 따라 두 제품 간의 생산 비중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는 '스윙 생산' 체제를 갖추게 되는 것이다. 이는 특정 산업의 업황 부진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공장 가동률을 항상 최적의 상태로 유지할 수 있게 만든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캐나다 거점 확보가 북미 시장에서의 성장 기반을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급증하는 시장 수요에 신속하게 대응해 압도적인 시장 리더십을 구축하겠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LG에너지솔루션의 과감한 베팅이 북미 에너지 시장의 판도를 어떻게 바꿀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home 조희준 기자 chojoon@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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