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영덕대게축제, 영양 '꽁꽁 겨울축제' 타산지석 삼아야
2026-02-09 13:46
add remove print link
영양 겨울축제가 보여준 것은 거창한 예산이나 긴 역사보다, 방문객의 체험 만족도와 몰입도가 축제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현실
방문객은 단순 소비자가 아니라 참여자가 돼야

[영덕 = 위키트리] 박병준 기자 = 영덕군과 경계하고 있는 영양군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고속도로, 철도, 4차선 도로가 없는 '교통 3무' 지역으로, 일명 '육지 속의 섬'으로 불리는 오지다.
그런 지역의 겨울 축제에 올해 10만 명에 달하는 관광객이 다녀갔다.
영양군 전체 인구가 약 1만 6천 명임을 감안하면, 인구의 6배가 넘는 사람이 한겨울 산골 군을 찾은 셈이다.
숫자 자체가 이미 하나의 메시지다.
첫해인 2024년 2만 9천여 명, 지난해 4만 8천여 명에 이어 올해는 단숨에 10만 명을 돌파했다.
불과 3년. 이 짧은 시간 안에 만들어낸 성장 곡선은 ‘기대 이상’을 넘어 ‘충격’에 가깝다.
포항–영덕 간 고속도로 개통이라는 접근성 개선이 한몫했겠지만, 도로 하나로 설명되기에는 성과가 너무 크다.
결국 관건은 콘텐츠와 운영으로 본다.
영덕대게축제는 울진대게축제와 함께 오랜 시간 대게의 주도권을 두고 선의의 경쟁을 펼쳐왔다.
1998년 강구항에서 첫 막을 올렸고, 지자체 주도의 지역 홍보 행사 성격이 강했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 대게 인기가 급증하며 전성기를 맞았다.
2010년대에는 40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리기도 했다.
다만 최근의 숫자는 다소 다르게 읽힌다.
2025년 제28회 축제의 경우 공식 발표는 10만 명이었지만, 실제 집계는 약 5만 명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는 축제가 위축됐다기보다 집계 방식이 정교해지고, 체류형 관광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나타난 조정으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먹거리존 일부 점포의 조기 매진, 대표 체험 프로그램인 대게낚시 전 회차 매진은 단순한 흥행을 넘어 축제가 ‘소비되고 있다’는 분명한 신호다.
구경만 하는 축제가 아니라, 참여하고 머무는 축제로 자리 잡았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분명한 사실이 하나 있다.
이제 축제는 ‘규모’만으로 평가받는 시대가 아니라는 점이다.
영양 겨울축제가 보여준 것은 거창한 예산이나 긴 역사보다, 방문객의 체험 만족도와 몰입도가 축제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현실이다.
작은 군, 짧은 역사, 불리한 조건 속에서도 새로운 시도와 콘텐츠로 승부하면 충분히 판을 흔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영덕대게축제 역시 이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왔는가”가 아니라 “군민과 방문객이 얼마나 함께 즐겼는가”를 묻는 축제가 되어야 한다.
지역 주민은 준비 과정부터 주인공이 되고, 방문객은 단순 소비자가 아니라 참여자가 되어야 한다.
대게라는 강력한 브랜드에 안주하기보다, 체험·문화·이야기를 덧입혀 오래 머물고 다시 찾는 축제로 진화해야 한다.
축제는 지역의 얼굴이며, 얼굴은 나이보다 표정이 중요하다.
3년밖에 안 된 영양 겨울축제의 10만 명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모든 지역 축제에 던지는 질문이다.
영덕대게축제가 앞으로도 군민과 방문객 모두가 웃으며 화합하는 축제로 오래도록 자리 잡기 위해, 지금이야말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