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 후추 아니다…육전에는 '이 가루'를 뿌려야 온 가족이 인정합니다
2026-02-09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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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전의 식감, 왜 명절 상에서 질겨질까?
설 명절 상차림에서 빠지지 않는 음식 가운데 하나가 바로 육전이다.
얇게 썬 소고기를 부드럽게 부쳐내는 단순한 음식 같지만, 집에서 만들면 의외로 실패가 잦다. 고기가 뻣뻣해지거나 계란물이 떨어져 나가고, 식은 뒤에는 질겨지기 쉽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의외의 재료가 바로 설탕이다. 육전을 만들 때 소금이나 후추 대신 소량의 설탕을 사용하는 방법은 고기의 식감과 풍미를 동시에 끌어올리는 핵심 포인트로 꼽힌다.
설탕을 육전에 넣는 이유는 단순히 단맛을 더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설탕은 고기 표면의 단백질 구조에 작용해 수분이 빠져나가는 속도를 늦춘다. 그 결과 열을 가해도 고기가 급격히 수축하지 않아 부드러운 식감을 유지할 수 있다. 특히 얇게 썬 소고기는 불에 닿는 순간 수분이 쉽게 증발하면서 질겨지기 쉬운데, 설탕이 이 과정을 완충해 주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육전을 한 김 식힌 뒤에 먹어도 퍽퍽하지 않고 촉촉함이 오래 남는다.

설탕은 또 고기의 표면을 균일하게 만들어 계란물이 잘 달라붙도록 돕는다. 고기에 아주 미세하게 남아 있는 수분과 설탕이 결합하면서 자연스러운 점성을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이 덕분에 밀가루를 과하게 묻히지 않아도 계란물이 고르게 입혀지고, 부칠 때 벗겨지는 현상이 줄어든다. 육전이 두툼해 보이지 않고 깔끔한 모양으로 완성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설탕을 사용하는 육전은 맛의 균형에서도 장점이 있다. 소고기의 고소한 지방 맛과 계란의 담백함 사이에 은은한 단맛이 더해지면서 별도의 양념장 없이도 완성도가 높아진다. 특히 명절 상차림처럼 여러 전과 나물이 함께 올라가는 상황에서는 자극적이지 않은 단맛이 전체 흐름을 부드럽게 만들어 준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호불호 없이 먹기 좋은 맛이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설탕 육전을 만들 때는 고기 손질부터 신경 써야 한다. 우둔살이나 홍두깨살처럼 지방이 많지 않은 부위를 얇게 써는 것이 좋다. 고기는 결 반대 방향으로 썰어야 씹을 때 질기지 않다. 썬 고기는 키친타월로 가볍게 눌러 표면의 핏기와 수분을 정리해 준다. 이 과정이 있어야 설탕이 고기에 고르게 작용한다.

양념은 단순해야 한다. 고기 한 장당 설탕을 아주 소량만 뿌린다. 눈에 보일 정도로 많이 넣을 필요는 없고, 고기 전체에 얇게 코팅된다는 느낌이면 충분하다. 여기에 소금은 넣지 않거나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소금은 수분을 끌어내는 성질이 있어 설탕의 장점을 상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후추 역시 생략하거나 마지막에 살짝만 더하는 편이 낫다.
설탕을 뿌린 고기는 바로 조리하지 말고 5분 정도만 두어 설탕이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한다. 오래 재울 필요는 없으며, 오히려 시간이 길어지면 고기 표면이 지나치게 무를 수 있다. 이 짧은 대기 시간 동안 고기는 한결 부드러워지고 계란물과의 접착력도 높아진다.
계란물은 잘 풀되 거품이 많지 않게 준비한다. 거품이 많으면 부칠 때 표면이 고르지 않게 익을 수 있다. 밀가루는 고기에 아주 얇게만 묻혀 여분을 털어낸 뒤 계란물을 입힌다. 이때 고기를 계란물에 오래 담그지 말고 살짝 적신다는 느낌으로 처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불 조절 역시 육전의 완성도를 좌우한다. 팬은 중약불로 예열하고 기름은 넉넉하지 않게 둘러준다. 불이 너무 세면 설탕 성분이 먼저 타면서 색이 어두워지고 쓴맛이 날 수 있다. 약불에서 천천히 익히듯 부쳐야 고기 속까지 부드럽게 열이 전달된다. 앞뒤로 한 번씩만 뒤집어 짧게 조리하는 것이 좋다.
설탕을 넣은 육전은 식어도 맛의 변화가 적다는 장점이 있다. 명절 상차림처럼 미리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특히 유용하다. 냉장 보관했다가 데울 때도 수분이 덜 빠져 퍽퍽해지지 않는다. 다시 데울 때는 전자레인지보다 약불의 팬에 살짝 데우는 것이 식감을 살리는 데 도움이 된다.
설탕 육전의 또 다른 장점은 별도의 양념장이 필요 없다는 점이다. 간장이나 초간장을 찍지 않아도 고기 자체의 맛이 살아 있어 담백하게 즐길 수 있다. 만약 곁들임이 필요하다면 무나 양파를 곁들인 가벼운 장아찌 정도면 충분하다.
설 명절 음식은 손이 많이 가고 준비 과정도 길다. 설탕을 활용한 육전은 복잡한 양념 없이도 실패 확률을 낮추고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실용적인 방법이다. 고기를 부드럽게 유지하면서도 계란옷을 깔끔하게 살려주는 설탕 한 꼬집의 역할은 생각보다 크다. 전통적인 육전에 작은 변화를 더해, 명절 밥상에서 가장 먼저 손이 가는 메뉴로 만들어 주는 비결이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