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아파도 갈 병원이 없다” 똘똘 뭉쳐 병원에 '돈' 기부한 강릉 아빠들

2026-02-14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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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시민 10명이 모은 1억500만원

지방 의료 공백이 일상이 된 강원 강릉에서 시민 10명이 뜻을 모아 소아 진료 공백 해소를 위해 1억500만원을 기부했다.

지난 9일 중앙일보가 자세히 보도한 내용이다.

강원도 강릉 아산병원에 소아 진료 인력 확충을 위해 1억500만원을 기부한 주인공은 카페 ‘에이엠브레드앤커피’를 운영하는 김동일 대표와 그의 동네 친구들이다. 이들은 모두 강릉에서 나고 자라 아이를 키우고 있는 평범한 시민으로, 지역 소아 의료 현실을 더는 외면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기부를 결심했다. 김 대표는 “의료 취약지에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한 번쯤 느꼈을 마음일 뿐”이라며 이번 기부를 특별한 일로 포장하는 데 손사래를 쳤다.

기부가 이뤄진 배경에는 지역 소아 의료의 심각한 공백이 자리하고 있다. 강릉아산병원은 영동 지역에서 유일한 상급종합병원이지만, 소아 환자를 위한 휴일·야간 진료는 1년 10개월째 중단된 상태다. 소아과 전문의가 충분하지 않아 응급 상황에서도 아이를 데리고 갈 병원이 마땅치 않은 현실이 반복되고 있다. 현재 병원이 정상적인 소아 진료 체계를 갖추기 위해서는 최소 3명의 전문의 추가 충원이 필요하지만, 지원자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김 대표가 문제의 심각성을 체감한 계기는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추석 무렵 초등학생 자녀가 고열에 시달렸지만, 밤늦은 시간 당장 갈 수 있는 병원을 찾지 못해 발만 동동 굴러야 했다. 그는 “아이를 안고 차에 오르긴 했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막막했다”며 “지역에서는 이런 일이 결코 드문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이가 아파도 병원을 찾아 도시를 헤매는 이른바 ‘뺑뺑이’ 상황이 반복되면서, 부모들 사이에서는 어느새 체념처럼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마저 형성돼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이 경험을 계기로 동네 또래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모두 비슷한 불안을 안고 아이를 키우고 있었고, 문제의식은 빠르게 공감대로 이어졌다. 그렇게 모인 인원은 총 10명으로, 카페 사장인 김 대표를 비롯해 횟집·한우식당·닭강정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와 변호사, 치과의사 등 직업도 제각각이었다. 경기 침체로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적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이들은 큰 고민 없이 기부에 동참했다. 김 대표는 “아픈 아이가 갈 병원이 없다는 문제 앞에서는 손익을 따질 수 없었다”고 말했다.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후원 모임을 꾸려 거액의 기부금을 전달한 사례는 드물다. 강릉아산병원 역시 개원 이후 처음 겪는 일이다. 병원 측은 이 기부금을 소아외과와 소아신경외과 등 중증 소아 환자의 최종 치료를 담당하는 배후 진료 체계를 강화하는 데 우선 사용할 계획이다. 단순 외래 진료를 넘어 응급과 중증 치료까지 이어질 수 있는 인력 구조를 갖추는 것이 목표다. 병원 관계자는 “지역 아버지들이 직접 나선 만큼 사회적 관심도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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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기부는 단순한 선행을 넘어 지역 의료 문제를 드러내는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된다. 지방이라는 이유만으로 아이들이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현실이 시민들의 자발적인 행동으로 수면 위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지방에서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부족한 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라며 “같은 조건이라면 의사들이 수도권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바꾸지 않으면 이런 상황은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의 바람은 거창하지 않다. 아이가 아프면 제때 병원에 갈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이 지역에도 갖춰지기를 바랄 뿐이다. 김 대표는 “지방에 산다는 이유로 아이들이 의료에서 밀려나서는 안 된다”며 “파격적인 지원과 제도 개선을 통해 소아 진료만큼은 어디서든 차별 없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릉 시민 10명의 선택은 지금도 흔들리고 있는 지역 소아 의료 현실에 묵직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home 위키헬스 기자 wikihealth75@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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