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인만 알기엔 아깝다…10억 년의 신비를 간직한 '해안 절벽' 정체
2026-02-10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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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의 해금강, 10억 년 역사의 백령도 두무진
조선 이대기가 극찬한 “늙은 신의 마지막 작품”
인천 옹진군 백령도 북서쪽 해안에 자리한 두무진은 ‘서해의 해금강’으로 불리며 백령도를 대표하는 경승지로 꼽힌다. 해안선을 따라 이어지는 기암괴석은 오랜 시간 파도와 바람의 침식 작용을 거치며 다듬어진 지형으로, 바다를 배경으로 독특한 실루엣을 만든다. 두무진은 1997년 문화·경관적 가치를 인정받아 국가 지정 명승 제8호로 지정됐다.

지명 ‘두무진(頭武津)’은 바다를 향해 솟은 바위 무리가 장수들이 머리를 맞대고 서 있는 모습과 닮았다는 데서 유래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장에서는 코끼리바위, 장군바위, 신선대, 선대암, 형제바위 등 형태가 뚜렷한 암석들이 연속적으로 나타나며, 지형에 따라 전망이 달라 걷는 동선마다 분위기도 바뀐다. 조선 광해군 때 백령도에 유배됐던 이대기가 기록에서 두무진을 “늙은 신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표현한 일화도 전해진다.
두무진은 경관뿐 아니라 지질학적 가치도 언급되는 곳이다. 해안 절벽과 바위 단면을 보면 층이 수평에 가깝게 겹겹이 이어진 구조가 관찰되는데, 이는 오랜 시간 퇴적과 변성, 지각 변동을 거치며 만들어진 결과로 해석된다. 안내 자료에서는 약 10억 년 전 퇴적된 모래가 암석으로 굳고, 이후 고온·고압 환경에서 변성 과정을 거쳐 규암(변성암의 한 종류)으로 바뀐 뒤 지표로 드러났다고 설명한다. 풍화와 침식이 반복되며 단단한 규암층이 남아 지금의 윤곽을 이루었고, 층리 구조는 당시의 지질 환경을 추정하는 단서가 된다.

두무진을 즐기는 방식은 크게 유람선 관람과 해안 산책(트레킹)으로 나뉜다. 두무진 포구에서 출발하는 유람선은 해안을 따라 가까이 이동하며 바위의 측면과 전체 윤곽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육지에서 보던 풍경이 바다 위 시점에서는 다르게 펼쳐져 사진 촬영에도 유리하다. 운이 좋으면 바위 위에서 쉬는 점박이물범을 멀리서 관찰할 수 있다는 안내도 있으나, 야생동물 관찰은 계절·시간·기상에 따라 편차가 큰 만큼 기대치를 과도하게 두기보다는 ‘가능성’ 정도로 생각하는 편이 좋다. 날씨가 매우 맑은 날에는 북측 해안선이 희미하게 보이기도 한다고 알려져 있다.

가까이에서 지형을 보고 싶다면 트레킹이 적합하다. 포구 왼쪽 방향으로 조성된 해안 자갈길을 따라 선대암 방면으로 이동하는 코스는 보행 속도에 따라 약 20분 내외가 소요된다. 산책로 중간에는 해안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나타나는데, 내려서면 바위의 질감과 층리, 파도의 움직임을 눈앞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다만 해안가 바위는 젖어 미끄러울 수 있고, 파도가 높은 날에는 접근이 위험해질 수 있어 무리한 이동은 피하는 것이 안전하다.
두무진은 기본적으로 상시 개방되며 별도의 입장료는 없다. 다만 유람선의 경우 1만 원에서 2만 원대의 이용료가 발생하며, 기상 상황에 따라 운항 여부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방문 전 확인이 필요하다. 서해 최북단에서 마주하는 이 장엄한 자연의 조각품은 10억 년이라는 유구한 세월이 빚어낸 지구의 기록이자 신비로운 예술 작품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