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8년 만의 등장... 하태경 "안희정에게 두 번째 기회 줘야"
2026-02-12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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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김지은 "정계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면 안 돼"

하 원장은 12일 페이스북에서 “사건이 발생한 지 8년,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지 7년이 지났지만 안 전 지사가 언론에 등장하자 여성단체의 비난이 다시 쏟아지고 있다”며 “그는 3년 6개월의 수형 생활을 했고 총 7년 동안 사실상 두문불출한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공직 출마나 임명이 아닌 사적 친분이 있는 인사의 행사에 참여한 지극히 시민적인 활동만으로 지탄받고 있다”고 했다.
하 원장은 “이는 일상적인 시민권마저 안희정에게는 영구히 박탈돼야 한다는 인식에 기반한 것”이라며 “정치인 안희정은 물론 시민 안희정에게도 두 번째 기회를 줄 수 없다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법치국가의 근본 지향은 두 번째 기회를 주는 데 있고, 이것이 정의와 인권 보호의 가치를 실현하는 원칙”이라고 썼다.
그는 “안희정에게 두 번째 참정권을 부여하자는 뜻은 아니다”라며 “적어도 누구나 일상적으로 누려야 할 최소한의 시민권은 두 번째 기회를 부여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또 “여성단체가 지향하는 성평등의 원칙 역시 법치국가로서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정의와 인권 보호의 원칙 안에서 지켜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안 전 지사는 자신의 행위에 대한 법적 책임을 이미 졌다”며 “개인적 관계에서 도리를 하는 것과 공적 정치행위는 분리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덕적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더라도 시민으로서 두 번째 기회마저 영구히 박탈하는 사회가 과연 공정한 법치주의 사회인지 묻고 싶다”고도 했다.
안 전 지사는 지난 7일 충남 부여국민체육센터에서 열린 박정현 부여군수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했다.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실형이 확정된 뒤 정계를 떠난 지 8년 만의 공개 석상 등장이다. 그는 행사장 객석 첫 줄에 앉아 시작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전해졌다. 주최 측이 “오늘 이 자리에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분”이라고 소개하자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다만 연단에 올라 축사를 하지는 않았다.
박 군수는 안 전 지사가 충남도지사로 재직하던 시절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그는 행사에서 안 전 지사를 두고 “사실상 나를 정치하게 만든 사람”이라며 “비난을 받을 수도 있을 텐데 행사에 와줘 고맙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나를 키운 사람으로서 격려하기 위해 온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군수는 충남·대전 통합특별시장 출마가 거론되는 상황이다.
안 전 지사는 2017년 7월부터 2018년 2월까지 수행비서를 여러 차례 성폭행 및 성추행한 혐의로 2018년 4월 기소됐고, 2019년 9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 6개월이 확정됐다. 2022년 8월 만기 출소했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출소 후 10년간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안 전 지사의 행사 참석을 두고 여성단체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비판이 이어졌다. 정의당은 “성폭력 가해자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피해자에게 또 한 번의 폭력을 가하는 행위이자, 유권자에 대한 명백한 모욕”이라고 밝혔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안 전 지사의 등장은 권력형 성범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심판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라며 “가해자의 복귀는 피해자의 일상을 파괴하는 폭력의 연장선”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계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영향력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는 피해자의 견해를 전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피해자에게 제대로 사과하지 않고 피해자의 존엄과 일상을 무너뜨린 가해자가 정치적 교류의 장에 등장해 영향력을 과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대전여성단체연합도 “성폭력 가해자의 공적·정치적 활동을 규탄한다”며 “공적 공간에 복귀하려는 시도는 우리 사회가 쌓아온 성폭력 인식과 책임의 기준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했다.
피해자 김지은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정계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영향력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