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보드 금메달 기적 최가온... 알고 보니 그 뒤에 '불교'가 있었다

2026-02-13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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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달리스트 상당수가 '달마배 스노보드 대회'와 인연

쓰러진 자리에서 다시 일어나 금빛 점수를 찍었다. 90.25점. 한국 스키 사상 첫 동계 올림픽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2003년부터 이어온 달마배와 불교계의 후원이 이번 금메달로 결실을 맺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13일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최가온(세화여고)이 90.25점을 기록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 뉴스1
13일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최가온(세화여고)이 90.25점을 기록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 뉴스1

최가온(세화여고)은 13일(한국시각)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스키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90.25점을 받아 88.00점의 클로이 김(미국)을 제치고 우승했다.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 첫 금메달이자 한국 스키의 동계 올림픽 1호 금메달이다.

2008년 11월생인 최가온은 17세 3개월의 나이로 정상에 올랐다. 클로이 김이 2018년 평창 대회에서 세운 이 종목 최연소 금메달 기록(17세 10개월)도 갈아치웠다. 한국 설상 종목의 새 이정표다.

13일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최가온(세화여고)이 90.25점을 기록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 뉴스1
13일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최가온(세화여고)이 90.25점을 기록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 뉴스1

결선은 극적이었다. 1차 시기 두 번째 점프에서 크게 넘어지며 한동안 일어서지 못했다. 의료진이 슬로프로 들어가 상태를 확인했고, 전광판에는 잠시 출전하지 않는다는 표시가 떴다. 2차 시기에서도 완주에 실패해 1차 시기 10점으로 12명 중 11위에 머물렀다. 메달권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반면 클로이 김은 1차 시기에서 더블 콕 1080을 성공해 88.00점을 받고 선두에 올랐다. 올림픽 3회 연속 우승 기대가 커진 상황이었다.

승부는 마지막 3차 시기에서 갈렸다. 최가온은 1080도 이상의 고난도 기술 대신 900도와 720도 회전을 중심으로 구성해 안정성을 택했다. 2.5바퀴 회전 기술을 세 차례 성공시키며 연기를 마쳤다. 점수는 90.25점. 단숨에 선두로 올라섰다. 클로이 김은 3차 시기에서 착지에 실패해 재역전에 실패했다. 3위는 85.00점을 받은 오노 미쓰키(일본)다.

13일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최가온(세화여고)이 90.25점을 기록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 뉴스1
13일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최가온(세화여고)이 90.25점을 기록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 뉴스1

이번 대회에서 한국 스노보드는 연이어 메달을 수확했다. 김상겸이 남자 스노보드 알파인에서 은메달을, 유승은이 여자 스노보드 빅에어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2018년 평창 대회 이상호의 은메달로 시작된 한국 설상 종목의 올림픽 메달 역사는 이번에 금빛으로 확장됐다.

이들 메달리스트 상당수는 2003년 시작된 ‘달마배 스노보드 대회’와 인연을 맺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25교구 본사 봉선사 주지 호산스님이 중심이 돼 불교계가 20년 넘게 이어온 대회다. 국내 설상 종목이 기업 후원과 제도적 지원이 부족했던 시기, 종교계가 나서 장기 후원을 이어온 사례로 꼽힌다.

경기도 남양주 봉선사 주지 호산스님이 12일 인터뷰 후 보드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호산스님을 중심으로 불교계는 2003년부터 20년 넘게 '달마배 스노보드 대회'를 개최해 김상겸, 유승은 등 한국 동계올림픽 선수들을 후원해왔다.  / 연합뉴스
경기도 남양주 봉선사 주지 호산스님이 12일 인터뷰 후 보드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호산스님을 중심으로 불교계는 2003년부터 20년 넘게 '달마배 스노보드 대회'를 개최해 김상겸, 유승은 등 한국 동계올림픽 선수들을 후원해왔다. / 연합뉴스

달마배는 단순한 동호인 대회가 아니다. 한 차례 개최에 5000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이 투입된다. 전성기에는 국제스키스노보드연맹(FIS) 포인트가 인정되는 국제대회로 치러지며 국내 선수들이 해외에 나가지 않고도 국제 랭킹 포인트를 쌓을 수 있는 무대가 됐다. 설상 종목 특성상 해외 원정 비용 부담이 큰 현실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지원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13일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최가온(세화여고)이 90.25점을 기록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 뉴스1
13일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최가온(세화여고)이 90.25점을 기록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 뉴스1

김상겸, 유승은, 최가온 모두 달마배를 거쳤다. 평창에서 한국 스키 첫 올림픽 메달을 안긴 이상호 역시 대회와 인연을 맺었다. 일부 선수는 장학금과 훈련비 지원을 받았고, 대회를 통해 후원 연결 기회를 확보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대회 형식을 유소년 중심 캠프로 전환해 선수 발굴과 집중 훈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전문 코치를 초빙해 기술 지도를 진행하고, 장비 지원과 전지훈련 연계도 병행한다. 국내에 상시 하프파이프 시설이 부족한 현실을 보완하기 위한 방식이다.

국내 설상 종목은 오랫동안 ‘개인 부담 종목’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기업 후원이 제한적이고 협회 예산도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 20년 넘게 이어진 불교계 지원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체육 후원 사업이 장기간 지속된 사례 자체가 드물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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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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