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부턴 사라진다…코스닥 150개 기업의 생사 가를 결정적 '숫자'

2026-02-13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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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좀비기업' 150개 강제퇴출, 동전주 시대 막을까

금융당국이 코스닥 시장에 기생하며 연명하는 이른바 '좀비기업'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약 150개 상장사를 즉각적인 퇴출 사정권에 넣는 고강도 개혁안을 발표했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이날 '부실기업 신속·엄정 퇴출을 위한 상장폐지 개혁 방안'을 통해 주가 1000원 미만의 동전주(Penny Stock)를 퇴출시키는 요건을 신설하고 시가총액 미달 기준을 대폭 강화해 시장 건전성을 갉아먹는 한계기업을 솎아내겠다고 밝혔다.

코스닥 시장은 지난 20년간 외형적으로 비대해졌다. 진입한 기업은 1353개사에 달했으나 퇴출된 기업은 415개사에 불과한 '다산 소사(많이 낳고 적게 죽음)' 구조가 고착화된 탓이다. 이 기간 시가총액은 8.6배나 불어났지만 정작 시장 지수는 1.6배 상승에 그치는 기형적인 성장을 보였다. 부실기업이 제때 정리되지 않고 시장에 남아 자금을 빨아들이고 투자자 피해를 양산하는 동안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심화됐다. 금융당국이 칼을 빼 든 배경이다.

이번 개혁안의 핵심은 '동전주' 퇴출이다. 주가가 1000원 미만인 기업은 그 자체로 상장폐지 대상이 된다. 주가 변동성이 크고 시가총액이 작아 시세 조종 세력의 먹잇감이 되기 쉬운 동전주의 특성을 고려한 조치다. 오는 7월 1일부터 30거래일 연속으로 주가가 1000원을 밑돌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이후 90거래일 동안 1000원 이상 주가를 45거래일 연속으로 유지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강제 퇴출당한다.

단순 자료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단순 자료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단순히 주식 수를 줄여 주가를 높이는 '액면병합' 꼼수도 차단된다. 액면병합을 통해 주가를 1000원 위로 끌어올리더라도 병합 후 주가가 액면가 미만이라면 여전히 상장폐지 요건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액면가 500원짜리 주식이 300원에 거래되던 것을 액면가 2000원으로 병합해 주가를 1200원으로 만들더라도 규제망을 피할 수 없다. 시장 감시망을 피해 연명하려는 시도 자체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의지다.

기업 덩치를 나타내는 시가총액 요건도 숨 가쁘게 상향된다. 당초 단계적으로 올리려던 시가총액 기준을 앞당겨 적용한다. 오는 7월부터 상장 유지에 필요한 최소 시가총액이 150억 원에서 200억 원으로 오르고, 2027년 1월에는 300억 원으로 껑충 뛴다. 기준을 맞추기 위해 인위적으로 주가를 띄우는 행위를 막기 위한 장치도 마련됐다. 관리종목 지정 후 90거래일 중 절반인 45거래일 이상 기준 시가총액을 넘지 못하면 즉시 퇴출된다.

재무 건전성 심사 그물망도 촘촘해진다. 기존에는 연말 결산 시점에만 적용하던 '완전 자본 잠식' 퇴출 요건을 반기 보고서 시점으로 확대했다. 1년에 한 번만 통과하면 되던 시험을 6개월마다 치르게 된 셈이다. 반기 기준 완전 자본 잠식이 발생하면 기업 계속성 심사를 거쳐 시장 잔류 여부를 결정한다. 불성실 공시 법인에 대한 제재 수위도 높였다. 최근 1년간 누적 벌점이 10점만 넘어도 상장폐지 심사대에 오르며, 고의적이거나 중대한 공시 위반은 단 한 번만 적발돼도 즉시 심판을 받게 된다.

퇴출 절차는 속도전으로 바뀐다. 상장폐지실질심사 과정에서 부실기업에게 부여하던 개선 기간은 대폭 단축된다. 1심과 2심을 합쳐 최대 1년 6개월(1.5년)까지 시간을 벌 수 있었으나, 앞으로는 최대 1년 내에 모든 절차가 마무리된다. 소송을 통해 퇴출을 지연시키는 행태를 막기 위해 법원과 협의해 가처분 소송 기간도 단축할 방침이다.

권대영 부위원장 / 뉴스1
권대영 부위원장 / 뉴스1

한국거래소는 이번 대책을 실행하기 위해 '상장폐지 집중관리단'을 출범시켰다. 코스닥 본부 부이사장이 단장을 맡고 전담 인력을 20명으로 늘려 2027년 6월까지 고강도 구조조정 작업을 지휘한다. 거래소 직원 평가 항목에 상장폐지 업무 실적 비중을 20%로 신설해 내부 경쟁을 유도한다. 부실기업 정리가 조직의 명운을 건 최우선 과제가 된 것이다.

이번 조치로 시장에 불어닥칠 후폭풍은 거셀 전망이다. 한국거래소가 현시점을 기준으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올해 상장폐지 대상에 오를 기업은 당초 예상했던 50개 안팎에서 150개 내외로 3배 급증할 것으로 추산된다. 최대 220여 개사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국은 부실기업이 빠져나간 자리에 AI, 우주, 에너지 등 유망 혁신기업을 채워 넣어 코스닥 시장 체질을 '다산 다사(많이 낳고 많이 죽음)'의 역동적인 구조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home 조희준 기자 chojoon@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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