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삶지 마세요...밤을 '이렇게' 까면 설 차례 준비 시간 '10분' 줄어듭니다
2026-02-16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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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살은 살리고 껍질만 벗겨내는 놀라운 비법
설 명절을 앞두고 주부들의 손길이 분주해진다. 차례상에 올릴 과일과 나물을 준비하고, 전을 부치고, 탕을 끓이느라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도 모른다. 그중에서도 은근히 시간을 잡아먹는 작업이 있다. 바로 생밤 까기다.
윤기가 도는 갈색 껍질을 벗겨내는 일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단단한 겉껍질에 칼이 미끄러지기 쉽고, 조금만 방심하면 손을 다치기 십상이다.
보통은 밤을 한소끔 삶아 껍질을 부드럽게 만든 뒤 까는 방법을 많이 사용한다. 하지만 삶는 과정에서 속살까지 익어버리면 차례상에 올릴 생밤의 식감이 달라지고, 과하게 익으면 부스러지기 쉽다. 이보다 더 간단하면서도 밤의 식감을 그대로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방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먼저 밤을 깨끗이 씻어 겉면의 흙과 이물질을 제거한다. 이때 물에 띄워보아 위로 둥둥 뜨는 밤은 벌레 먹었거나 속이 비었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골라내는 것이 좋다. 그다음 냄비에 물을 넉넉히 끓인다. 물이 팔팔 끓어오르면 불을 끄고, 준비한 밤을 한 번에 넣은 뒤 그대로 10분간 둔다. 따로 삶거나 끓이지 않고, 뜨거운 물에 담가두는 것이 핵심이다.
10분이 지나면 밤을 건져 곧바로 찬물에 헹군다. 이 과정을 거치면 껍질이 한층 수월하게 벗겨진다. 칼집을 살짝만 넣어도 겉껍질이 쩍 하고 갈라지며, 속의 얇은 속껍질까지 비교적 쉽게 분리된다. 칼 대신 가위나 밤 전용 칼을 사용하면 손에 힘을 덜 주고도 깔끔하게 깔 수 있다.

이 방법이 효과적인 이유는 ‘열충격’과 ‘수분 침투’에 있다. 밤의 겉껍질은 단단한 리그닌과 셀룰로오스 성분으로 구성돼 있어 건조한 상태에서는 매우 질기다. 끓는 물을 붓는 순간 높은 온도의 수분이 껍질 표면에 빠르게 침투하면서 조직이 팽창한다. 그러나 밤 속살까지 완전히 익을 만큼 오랜 시간 가열하지 않기 때문에 내부 전분은 그대로 유지된다.
이후 찬물에 헹구는 과정에서는 급격한 온도 변화가 일어난다. 뜨거운 상태에서 팽창해 있던 껍질 조직이 갑자기 수축하면서 미세한 틈이 생긴다. 이 틈이 겉껍질과 속살 사이의 결합력을 약화시켜 껍질이 쉽게 분리되는 것이다. 마치 토마토 껍질을 벗길 때 끓는 물에 데쳤다가 찬물에 식히는 원리와 비슷하다.

또 하나의 장점은 밤의 수분 균형을 크게 해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랜 시간 삶으면 밤 속의 당분과 향 성분이 물로 빠져나갈 수 있다. 반면 끓는 물에 잠시 담갔다 빼는 방식은 표면만 부드럽게 만들 뿐, 내부 성분 손실이 적다. 덕분에 차례상에 올렸을 때 단맛과 고소함이 살아 있다.
주의할 점도 있다. 첫째, 물의 양은 밤이 충분히 잠길 만큼 넉넉해야 한다. 물이 적으면 온도가 급격히 떨어져 효과가 반감된다. 둘째, 10분 이상 오래 담가두면 속까지 부분적으로 익어버릴 수 있으니 시간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물에서 건진 직후에는 밤이 매우 뜨거우므로 체에 밭쳐 물기를 빼고 잠시 식힌 뒤 작업해야 화상을 피할 수 있다.

또한 밤의 신선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너무 오래 저장해 수분이 빠진 밤은 껍질이 더 질겨질 수 있으므로, 가능한 한 신선한 밤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껍질에 금이 가 있거나 상처가 많은 밤은 물이 과하게 스며들 수 있으니 먼저 골라내는 것이 안전하다.
명절 준비는 작은 요령 하나로도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밤을 하나하나 붙잡고 씨름하던 시간을 생각하면, 끓는 물을 붓고 10분 기다리는 방식은 훨씬 효율적이다. 손 다칠 위험도 줄고, 작업 속도도 눈에 띄게 빨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