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 잡던 어부들, 이제 '데이터' 낚는다~고흥, AI 수산업의 메카로 부상

2026-02-17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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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 잡던 어부들, 이제 '데이터' 낚는다~고흥, AI 수산업의 메카로 부상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전남 고흥 앞바다가 대한민국 수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거대한 실험실로 변모한다.

스마트수산업혁신 선도지구 조감도
스마트수산업혁신 선도지구 조감도

그동안 어민들의 오랜 경험과 '감'에 의존했던 양식업이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라는 최첨단 기술을 입고 환골탈태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기후 위기로 인한 수온 변화와 고령화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수산업계에 고흥발(發) '디지털 혁명'이 어떤 해법을 제시할지 주목된다.

#전통의 바다에 들이닥친 '디지털 파도'

해양수산부가 추진하는 'AI 스마트수산업 혁신 선도지구' 사업에 전남 고흥군이 최종 낙점됐다. 이는 단순한 국비 지원 사업 선정을 넘어, 정부가 그리는 '수산업 4.0'의 청사진을 가장 먼저 구현해낼 테스트베드로 고흥을 지목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사실 수산업은 그동안 디지털 전환의 사각지대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최근 급격한 수온 상승과 빈번한 질병 발생, 어가 인구의 급격한 고령화는 더 이상 과거의 방식으로는 생존할 수 없다는 위기감을 불러왔다. 정부가 내건 '초혁신경제 15대 선도 프로젝트'의 핵심이 바로 이 전통 산업에 AI라는 두뇌를 이식하는 것이다. 고흥은 이미 탄탄한 수산 기반과 연구 인프라를 갖춰, 이 거대한 실험을 수행할 최적지로 평가받았다.

#물고기 질병, AI가 먼저 안다

새롭게 조성될 혁신 지구의 핵심은 '예측'과 '제어'다. 바닷속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것은 기본이고,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AI가 질병 발생 가능성을 미리 경고한다. 사료 공급부터 수질 관리까지, 모든 과정이 자동화·지능화 시스템에 의해 통제된다.

이는 생산성 향상은 물론, '식탁의 안전'과도 직결된다. 생산 단계부터 체계적으로 관리된 데이터는 소비자가 믿고 먹을 수 있는 수산물의 '디지털 보증수표'가 된다. 경험 많은 선장의 노하우가 데이터로 치환되어, 누가 양식하더라도 균일하고 높은 품질의 수산물을 생산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돌아오는 어촌'을 위한 승부수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히 기술 도입에 그치지 않는다. 소멸 위기에 처한 어촌의 생태계를 뒤흔들 '메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스마트 양식 기술은 노동 강도를 획기적으로 낮추고 수익성을 높여, IT 기술에 익숙한 청년 인재들을 어촌으로 불러들일 강력한 유인책이 될 수 있다.

전남도는 이번 선도지구 선정을 계기로 지역 기업과 연구기관의 협업을 강화하고, 청년 수산인을 집중 육성해 '지속 가능한 어촌 모델'을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고흥에서 시작된 변화의 바람이 전남 연안을 넘어 전국으로 확산될 때, 대한민국 수산업은 노동집약적 1차 산업에서 고부가가치 첨단 전략산업으로 진화하게 된다.

#국가 수산정책의 리트머스 시험지

전창우 전남도 친환경수산과장은 이번 사업을 두고 "전남의 산업을 넘어 국가 수산정책의 방향성을 증명하는 무대"라고 강조했다. 그의 말처럼 고흥의 성공 여부는 대한민국 스마트 수산업의 미래를 가늠할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다.

바다는 이제 더 이상 미지의 영역이 아니다. 데이터로 읽히고, AI로 관리되는 새로운 '블루 오션'이 고흥에서 열리고 있다. 어업인의 소득 증대와 국민의 안전한 먹거리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전남도의 항해가 본격적으로 닻을 올렸다.

home 노해섭 기자 noga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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