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완도군,전남도 공모사업 8년 연속 제패~완도 ‘자치 근육’ 증명
2026-02-19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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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 든 주민들, ‘다시마 섬’ 금일읍의 스카이라인을 바꾼다
잿빛 해안도로에 입히는 ‘안전’과 ‘청정 바다’의 색채
관 주도 타파, 기획부터 시공까지 주민 손끝에서 완성되는 ‘이음길’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전남 완도군(군수 신우철)의 거친 바닷바람을 맞으며 주민들이 직접 페인트를 들고 나섰다. 단순한 환경 정비가 아니다. 삭막했던 해안 도로를 안전과 예술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려는 거대한 ‘마을 디자인’ 프로젝트다.
완도군은 금일읍 주민자치센터가 제안한 ‘주민과 함께 안전한 이음길 만들기’ 프로젝트가 전라남도 주관 ‘2026 주민자치센터 특성화 프로그램 공모’에 최종 선정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완도군은 2017년 첫 선정 이후 무려 8년 연속 공모 당선이라는 진기록을 세우며, 명실상부한 ‘주민자치 1번지’임을 입증했다.
◇ 위험했던 해안도로, ‘치유의 길’로 다시 태어나다
이번 프로젝트의 무대는 금일읍의 관문이자 얼굴인 ‘일정항’ 인근 해안도로다. 그동안 이곳은 낡은 난간과 불분명한 경계로 인해 보행자와 차량 모두에게 잠재적 위협이 되어왔다. 금일읍 주민들은 이 위험 요소를 기회로 바꿨다.
주민들은 단순한 보수 공사를 넘어, 도로 난간에 금일읍의 정체성을 입히기로 했다. 특산품인 다시마의 생동감 넘치는 초록빛과 청정 완도 바다의 푸른빛을 난간 곳곳에 채색해, 안전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지역의 스토리를 담아낸다는 구상이다. 낡은 회색빛 도로가 지역의 랜드마크로 변모하는 순간이다.
◇ “우리가 사는 곳, 우리가 고친다”… 능동적 주민자치의 모범
이번 사업의 핵심은 철저한 ‘주민 주도형’이라는 점이다. 관청에서 예산을 내려보내고 업체가 시공하는 기존 관행을 과감히 깼다. 기획 단계부터 주민들이 머리를 맞댔고, 실제 도색 작업과 안전 점검, 주변 환경 정비까지 주민들이 직접 팔을 걷어붙인다.
단순히 보기에 좋은 길을 만드는 것을 넘어, 이웃들이 땀 흘리며 협력하는 과정에서 무뎌졌던 공동체 의식을 회복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안전한 이음길’이라는 사업명에는 도로와 도로를 잇는다는 의미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잇겠다는 중의적인 뜻이 내포되어 있다.
◇ 완도군, ‘풀뿌리 민주주의’의 토양을 다지다
완도군의 8년 연속 선정 기록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2017년 완도읍을 시작으로 고금면, 보길면, 신지면, 청산면 등 섬마을 곳곳에서 주민자치 역량을 키워온 결과다. 이는 관 주도의 획일적인 행정에서 벗어나, 주민 스스로 지역의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풀뿌리 민주주의’가 완도군 전역에 깊게 뿌리내렸음을 시사한다.
이기석 완도군 행정지원과장은 “8년 연속 선정이라는 타이틀보다 더 값진 것은 주민들이 보여준 뜨거운 참여 열정”이라며 “주민들의 손끝에서 변화하는 마을의 모습이 곧 완도의 경쟁력이 되도록 행정적인 뒷받침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금일읍의 이번 도전은 단순한 도로 정비를 넘어, 지방 소멸 위기 속에서 주민 스스로 살고 싶은 마을을 만들어가는 ‘로컬 르네상스’의 작은 불씨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