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까지 중국으로 바꿨지만... 린샤오쥔(임효준)에게 밀라노 빙판은 차가웠다
2026-02-19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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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샤오쥔, 500m 준준결승서 탈락

린샤오쥔은 19일(한국시각)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500m 준준결승 3조에서 40초638의 기록으로 4위에 머물렀다. 캐나다의 윌리엄 단지누(40초330)와 개최국 이탈리아의 피에트로 시겔(40초392)이 조 1, 2위를 차지해 준결승에 올랐고, 3위를 차지한 캐나다의 막심 라운(40초454)이 각 조 3위 가운데 가장 좋은 기록으로 추가 진출 티켓을 따냈다. 린샤오쥔에게는 그 어떤 기회도 돌아오지 않았다.
이로써 린샤오쥔은 이번 대회 개인전 세 종목 모두 준준결승 탈락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앞서 남자 1000m 준준결승에서 조 최하위로 탈락했고, 1500m 준준결승에서도 선두권과 격차를 좁히지 못한 채 물러났다. 주종목이자 자신의 최대 강점으로 꼽혔던 500m마저 끝내 준준결승의 벽을 넘지 못했다.
단체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혼성 2000m 계주에서는 예선만 소화한 채 준결승과 결승 라인업에서 제외됐고, 중국 팀은 결승에서 4위에 그쳐 메달을 얻지 못했다. 남자 5000m 계주에서도 준결승에 투입됐지만 팀이 결승 진출에 실패하면서 개인전에 이어 단체전에서도 메달 없이 물러났다.
혼성 계주 결승에서 린샤오쥔을 제외한 중국 벤치의 결정은 현지 매체들의 강한 비판을 샀다. 시나스포츠는 "쑨룽이 충돌이나 방해가 없는 상황에서 넘어지면서 추월을 허용했다"며 쑨룽의 실수를 직격했고, "린샤오쥔이 결승전에서 뛰지 않은 것은 이번 대회 최대 의문점"이라고 꼬집었다. 중국 포털 소후닷컴 역시 "린샤오쥔이 쑨룽의 구간을 뛰었다면 무리하게 추월을 시도하다 얼음에 걸리는 실수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린샤오쥔을 향한 중국 내 여론은 이미 대회 전부터 양극화된 상태였다. 중국 매체 텐센트와 시나스포츠는 밀라노 올림픽 개인전 부진이 이어지자 지지층과 비판층의 반응이 극단적으로 갈리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팬은 성적보다 감정적 서사에 집중하며 린샤오쥔을 옹호했지만, 전문 스포츠 커뮤니티에선 "경기를 포기한 것 같다", "이름값이 실력보다 앞선다"는 강도 높은 비판이 쏟아졌다. 소후는 올림픽 이전인 2025년 10월 월드투어 2차 대회 부진 당시 이미 "막대한 인력과 물자, 돈을 들인 귀화가 결국 아무 일 없이 끝나버렸다. 그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몇몇 대회 우승을 차지한 뒤 빠르게 무너졌다"고 비판한 바 있다.
린샤오쥔의 이번 올림픽 행보는 파란만장했던 그의 지난 8년과 맞닿아 있다. 한국명 임효준인 그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남자 1500m 금메달과 500m 동메달을 따내며 한국 쇼트트랙의 에이스로 떠올랐다. 이듬해인 2019년에는 세계선수권 4관왕을 차지하며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2019년 6월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훈련 중 동성 후배의 신체를 노출시키는 장난을 쳤다가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됐고, 대한빙상경기연맹으로부터 선수 자격 1년 정지 중징계를 받았다. 대한체육회에 재심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결국 2020년 6월 중국 귀화를 선택했고, 2021년 5월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국적은 이미 바뀐 뒤였다.
귀화 후에도 길은 순탄하지 않았다. IOC 올림픽 헌장 제41조 2항에 따라 기존 국적으로 출전한 국제대회 이후 3년이 지나야 올림픽에 나설 수 있는데, 임효준 시절이던 2019년 3월 세계선수권에 출전한 이력 탓에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출전 자격을 충족하지 못했다. 자국에서 열린 올림픽을 지켜봐야만 했다.
긴 기다림 끝에 린샤오쥔은 2022-2023시즌 ISU 쇼트트랙 월드컵을 통해 국제 무대에 복귀했다. 이후 2024 로테르담 세계선수권 3관왕,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500m 금메달 등 굵직한 성과를 냈다. 그러나 2024년 11월 왼쪽 어깨 부상으로 수술대에 오른 뒤 2025-2026시즌 월드투어 1, 2차 대회에서 잇달아 부진했다. 3차 대회 500m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가까스로 올림픽 출전 자격을 충족했다.
대회 전 린샤오쥔은 중국 스포츠 전문지 타이탄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처음엔 어색했지만 이제는 중국인이라는 자부심이 느껴진다"며 귀화 이후의 심정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평창 올림픽에선 남자 5000m 계주에서 실수로 넘어져 메달을 놓친 아픈 기억이 있는데 2026 올림픽에선 힘을 합쳐 좋은 결과를 얻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밀라노 빙판 위의 현실은 그 각오와 거리가 멀었다.
한편 이날 남자 500m 금메달은 캐나다의 스티븐 뒤부아가 차지했고, 은메달은 멜러 판트 바우트, 동메달은 옌스 판트 바우트(이상 네덜란드)에게 돌아갔다. 다관왕 후보로 꼽혔던 세계랭킹 1위 단지누는 결승에서 페널티를 받아 메달 획득에 실패하며 이번 대회 개인전 전체를 무관으로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