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효과의 배신…집값 오를수록 지갑 닫는 이 세대의 '정체'

2026-02-19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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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가격 상승이 청년 소비를 옥죄는 역설적 진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장기간 이어진 주택가격 상승이 자산 가치 증대에 따른 소비 진작 효과보다는 청년층의 소비 여력을 위축시키고 세대 간 후생 격차를 벌리는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우리나라 주택가격이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리는 동안 가계소비 증가세는 오히려 힘을 잃는 흐름을 보였다. 자산 가치가 오르면 가계가 부유해졌다고 느껴 지갑을 더 여는 자산효과(Wealth Effect)가 일반적인 경제 상식이지만 현실은 이와 상충되는 양상을 나타냈다. 한국은행은 이러한 현상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미시데이터와 이질적 경제주체를 반영한 구조모형을 활용해 연령 및 자산계층별 소비 행태를 정밀 분석했다. 주택가격 변동이 단순한 자산 증식을 넘어 생애주기 전반의 소비와 후생에 어떤 경로로 영향을 미치는지 정량적으로 평가한 결과는 사뭇 엄중하다.

단순 자료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단순 자료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가계금융복지조사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전 연령대에서 평균소비성향이 하락하는 추세가 관찰된다. 소비성향은 가처분소득 중 실제 소비로 지출되는 비율을 뜻한다. 특히 40세 미만 젊은 층에서 이 비율이 급격히 낮아졌으며 그중에서도 내 집이 없는 무주택 가구의 하락세가 가장 두드러졌다. 주택가격 탄력성을 추정한 결과에서도 50세 미만 세대는 집값이 오를 때 소비를 유의미하게 줄이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은퇴를 앞두거나 이미 은퇴한 고령층의 소비가 집값 변동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구조모형을 통한 모의실험 결과는 세대 간의 명암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주택가격이 5% 상승할 때 50세 미만 세대의 후생은 0.23% 감소하는 반면 50세 이상 세대는 0.26%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되었다. 후생은 경제적 만족도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젊은 층의 후생이 깎여나가는 배경에는 투자효과와 저량효과가 자리 잡고 있다. 생애 첫 주택을 마련하거나 더 넓은 집으로 옮겨가는 주거 사다리 상향 이동을 위해 당장의 소비를 누르고 저축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 투자효과다. 이미 대출을 끼고 집을 산 경우라도 금리 부담이나 원리금 상환액이 늘어나 소비 여력이 잠식되는 현상이 저량효과(Stock Effect, 자산 보유에 따른 부채 상환 부담)로 작용한다.

이미 주택을 소유한 50세 미만 가구라 할지라도 후생 감소를 피하지 못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들 역시 더 나은 주거 환경으로 이동하기 위한 추가 자금 마련 압박에 시달리며 현재의 삶을 희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50세 이상 고령층은 주택 보유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고 주거 이동을 꾀할 유인이 적어 집값 상승을 온전한 자산 가치 증대로 받아들인다. 자산효과가 주거비 부담이라는 부정적 요인을 압도하며 세대 간의 경제적 불균형을 고착화하는 구조다.

단순 자료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단순 자료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주택가격의 지속적인 우상향은 단순히 개인의 소비를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국가 경제 전반의 체질을 약화시킨다. 내수 기반이 흔들리는 것은 물론 자산 계층 간의 불평등이 심화되어 사회적 갈등의 불씨가 된다. 무엇보다 심각한 지점은 주거비 부담이 청년들의 생애 설계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사실이다. 집값 상승세가 꺾이지 않는 환경에서 청년들은 결혼을 미루고 출산을 포기하는 선택으로 내몰린다. 이는 저출산과 고령화라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구조적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악순환의 고리가 된다. 결국 주택 시장의 안정이 경제 활력 회복과 인구 위기 극복을 위한 선결 과제임을 이번 분석 결과는 재확인시켜 준다.

home 조희준 기자 chojoon@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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