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여름이 제철인데 2월인 요즘 찾는 사람 너무 많아 인기 폭발한 '식재료'
2026-02-24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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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향토 음식에서 찾은 간편함
영화 한 장면이 겨울 끝자락 식탁을 흔들었다. 제철은 5~7월이지만, 요즘 검색창을 달구는 메뉴는 다름 아닌 다슬기국이다.
최근 6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중인 영화 ‘왕과 사는 남자’에 다슬기국이 등장했다. 극 중 단종이 떠먹는 장면이 짧게 스치는데, 그 소박한 그릇 하나가 관객의 기억을 붙잡았다. 화려한 궁중 음식이 아닌, 강가의 기운을 담은 국 한 그릇이 오히려 더 진한 여운을 남겼다는 반응이다.

다슬기국은 강원도 영월을 대표하는 향토 음식으로 꼽힌다. 석회암 지대가 많은 동강과 서강 일대는 물이 맑고 차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다슬기는 껍질이 단단하고 속살이 단단하다. 예부터 영월 사람들은 봄이 오면 강으로 나가 다슬기를 잡았고, 이를 삶아 국을 끓이며 계절의 변화를 실감했다.
다슬기는 민물고둥의 일종이다. 손톱만 한 크기지만, 속살을 빼내면 깊은 감칠맛이 난다. 된장을 풀어 구수하게 끓이거나, 맑은 국물로 시원하게 끓이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지역에 따라 부추나 얼갈이배추, 아욱을 넣기도 하고, 고추장 대신 고춧가루로만 칼칼함을 더하기도 한다. 기본은 간단하지만 손은 많이 간다.

만드는 과정은 정성이 핵심이다. 먼저 다슬기를 깨끗이 해감해야 한다. 소금물에 반나절 이상 담가 흙과 이물질을 빼낸 뒤 여러 번 헹군다. 끓는 물에 한 차례 삶아 건져내고, 이쑤시개나 전용 도구로 속살을 빼낸다. 이때 모래가 씹히지 않도록 검은 내장을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준비가 끝나면 멸치와 다시마로 낸 육수에 된장을 풀고, 다슬기 살을 넣어 한소끔 끓인다. 마지막에 다진 마늘과 채소를 더하면 특유의 시원한 향이 완성된다.
국물은 맑지만 맛은 깊다. 첫 숟가락을 뜨면 은은한 흙내와 바다와는 다른 담백함이 동시에 퍼진다. 기름기 없이도 속을 채우는 힘이 있다. 그래서인지 다슬기국은 예부터 해장국으로도 사랑받았다. 밤새 술을 마신 뒤 이 국을 먹으면 속이 풀린다고 믿었다.

영양학적으로도 다슬기는 단백질이 풍부하고 지방이 적다. 특히 타우린과 아미노산이 들어 있어 간 기능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철분과 칼슘도 함유돼 있어 피로 회복과 빈혈 예방에 긍정적이라는 연구도 있다. 물론 특정 식품이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기름진 음식에 지친 몸에 부담이 적은 단백질 공급원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다슬기국이 봄철 보양식으로 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겨우내 움츠렸던 몸을 깨우는 데 제격이라는 것이다. 차가운 강물에서 자란 다슬기의 기운이 몸속 열을 내려준다고 여기는 민간 인식도 전해진다. 실제로 국물은 맑고 개운해 입맛이 없을 때도 부담 없이 넘어간다.

제철이 아님에도 관심이 쏠리는 건, 영화 속 장면이 환기한 정서 덕분이다. 화려한 음식이 넘치는 시대에, 투박한 강된장국 같은 다슬기국은 오히려 신선하다. 영월 여행을 계획하며 이 음식을 찾는 이들도 늘고 있다. 현지 식당에서는 다슬기비빔밥이나 다슬기전 등 다양한 변주 메뉴도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