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과일 성적표…올해 소비자들은 '이 과일'을 가장 많이 샀다
2026-02-24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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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45%·만감류 급부상, 명절 과일의 판도가 바뀌다
2026년 설 명절 과일 시장에서 사과와 배 같은 전통적인 강자들이 주춤한 사이 레드향과 천혜향을 필두로 한 만감류가 그 빈자리를 꿰찼으며 고물가 기조 속에서 1만 원대 가격 경쟁력을 갖춘 딸기가 2년 연속 매출 비중 1위를 기록하며 명절 소비 지형의 변화를 주도했다.
24시간 무인 과일 판매점 이름 없는 과일 가게와 홍보법인 동서남북이 발표한 트렌드 나침반: 명절 과일 소비편 자료를 보면 올해 설 연휴 기간 과일 소비의 핵심은 가성비와 세대교체로 요약된다. 전국 14개 매장의 매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작년 설 시즌 매출의 40%를 차지했던 딸기는 올해 45%까지 비중을 확대하며 독보적인 위치를 굳혔다. 딸기는 보관 기간이 짧아 소비 회전이 빠를 뿐만 아니라 1만 원대라는 심리적 가격 저항선 아래에 위치해 있어 매일 구매가 일어나는 생활 밀착형 과일로 완전히 자리 잡은 모습이다.

올해 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만감류(완전히 익을 때까지 따지 않고 기다렸다가 수확하는 감귤류)의 도약이다. 레드향은 작년 5위에서 올해 2위로 올라섰고 천혜향은 판매 비중 1% 미만에서 단숨에 3위권에 진입했다. 명절 대목마다 시장을 지배하던 사과와 배가 각각 5위와 4위로 밀려난 결과다. 사과와 배의 점유율 하락은 지난해 발생한 폭염과 폭우 등 기상 이변에 따른 수확량 급감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생산비 상승이 소비자 가격으로 전이되면서 명절 선물로 사과나 배를 선택하던 관행이 가격 부담이 덜한 만감류로 옮겨가는 풍선 효과가 나타났다.
반면 한때 명절 선물의 대명사로 통했던 샤인머스캣은 올해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재배 면적 확대에 따른 공급 과잉이 이어지며 연말부터 가격이 하락세를 걷자 역설적으로 선물이나 접대용으로서의 희소가치가 하락했다는 분석이다. 프리미엄 과일이라는 인식이 옅어지면서 실속을 챙기려는 명절 수요에서 외면받는 현상이 뚜렷해졌다. 소비자들은 이제 가격이 내려간 샤인머스캣을 특별한 선물이 아닌 일상적인 기호 식품으로 분류하기 시작했다.
이름 없는 과일 가게 허예선 대표는 현장 데이터를 근거로 과일 소매 시장의 선물용 가격 마지노선을 5만 원으로 규정했다. 올해 설 사과와 배 선물 세트가 7만 원을 상회하는 가격대를 형성하면서 5만 원대에서 풍성한 구성을 맞출 수 있는 레드향과 천혜향이 합리적인 대안으로 선택받았다는 설명이다. 고물가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명절 과일을 대하는 대중의 태도가 명분보다는 실리 위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홍보법인 동서남북 문예진 CCO는 과일 시장의 마케팅 민감성을 강조했다. 1인 가구와 2인 가구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수박이나 멜론을 조각내서 파는 소분 판매 방식이 매출을 견인하고 있으며 흠집은 있지만 맛은 차이가 없는 맛난이 과일(상품 가치는 떨어지나 맛은 좋은 못생긴 과일) 명칭을 활용한 고물가 타격 마케팅이 소비자들의 지갑을 여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유통업계는 이러한 트렌드가 단순한 일시적 현상을 넘어 명절 과일 소비의 표준으로 굳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2021년 설립된 이름 없는 과일 가게는 서울과 파주, 화성 등 주요 거점을 중심으로 전국 14개 매장을 운영하며 농수산 유통의 디지털 전환과 무인화를 이끌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데이터 기반의 수급 조절과 무인 매장의 효율성을 결합해 급변하는 신선식품 시장에서 새로운 유통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이번 설 데이터 분석 결과 역시 현장의 실시간 매출 흐름을 반영한 지표로서 향후 과일 유통 전략 수립의 기초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