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순직 경찰관 다룬 예능에 법적 조치 검토…심의 요청도 논의
2026-02-25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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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장면 편집 요청 방침
방미심위 심의도 검토
경찰청이 순직 경찰관을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 논란과 관련해 공식 대응에 나섰다.

지난 2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찰청은 디즈니+ 예능 ‘운명전쟁49’ 제작사에 공식 사과와 함께 문제의 방영분 편집 또는 삭제를 요청하고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에 대한 심의 요청도 함께 검토 중이다. 경찰청은 유가족의 뜻을 확인한 뒤 대응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 순직 경찰 사인 추리…부적절한 은어 사용 논란
‘운명전쟁49’는 49명의 운명술사가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며 자신의 운명을 시험하는 서바이벌 형식의 예능 프로그램이다.
이번 논란은 지난 11일 공개된 2화에서 불거졌다. 방송에는 2004년 강력 사건 피의자 검거 과정에서 흉기에 찔려 순직한 고(故) 이재현 경장의 사망 경위를 맞히는 미션이 등장했다. 출연진이 이를 추리하는 과정에서 순직 원인을 지칭하는 부적절한 은어가 사용됐고 표현 수위가 지나치게 직접적이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문제의 표현은 진행을 맡은 전현무가 출연자의 발언을 정리하는 과정에서도 그대로 반복되며 논란을 키웠다. 패널인 신동 역시 해당 표현에 호응하는 반응을 보여 비판이 확산됐다.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순직자의 희생이 예능 미션으로 소비되는 방식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과 함께 고인을 희화화했다는 반응이 잇따랐다.
◈ 경찰직협 “14만 경찰 가슴에 대못” 강력 반발
이에 전국경찰직장협의회는 24일 성명을 내고 “범인 검거 중 순직한 공무원의 희생을 저속한 은어로 비하하고 유희의 소재로 삼은 출연진과 제작진의 몰상식한 행태에 깊은 분노와 참담함을 표한다”고 밝혔다.
직협은 “제복 입은 영웅의 숭고한 희생을 예능 가십으로 전락시켰다”며 “해당 방송은 고인의 명예를 난도질하고 현장에서 사투를 벌이는 14만 경찰 공무원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고 비판했다. 또 문제 장면에서 사용된 표현을 두고 “고인과 유가족에 대한 명백한 2차 가해”라고 지적하며 공개 사과와 해당 회차 방영분의 즉각 삭제를 요구했다.
직협은 특히 진행자인 전현무의 반응을 거론하며 “대중의 사랑을 받는 방송인이 부적절한 표현에 동조하며 즐거워한 모습은 공인으로서의 자격 미달을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 소방 순직자도 미션 소재…유족 반발
논란은 순직 경찰관 사례에 그치지 않았다. ‘운명전쟁49’는 2001년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고(故) 김철홍 소방교의 사례도 미션 소재로 활용했다. 방송은 고인의 사진과 생전 정보, 사망 시점 등을 단서처럼 제시했고 출연진은 점사와 추리를 통해 사고 경위를 맞히는 방식으로 미션을 진행했다. 화면에서는 화재와 붕괴, 압사 가능성 등 다양한 추정이 오가는 장면이 그대로 담기면서 “순직자의 죽음을 예능의 퀴즈처럼 소비한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방송 이후 유족 측 반발도 나왔다. 김 소방교의 조카는 SNS를 통해 제작진이 사전에 프로그램 성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영웅이나 열사를 기리는 취지의 다큐멘터리성 콘텐츠로 이해하게 만들었다는 취지로 문제를 제기했다. 동의 절차가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진행됐는지, 가족 구성원 간 공유와 합의가 충분했는지를 두고 논란이 커졌다.
전국소방공무원노조 역시 고인의 희생을 예능 미션으로 다루는 방식이 부적절하다고 보고 유감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순직자에 대한 예우는 물론 유가족의 상처를 고려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제작진의 사전 설명과 동의 과정, 방송 편집 기준 전반이 도마 위에 올랐다.
■ 제작진 “진심 사과”…전현무도 공식 사과
논란이 커지자 ‘운명전쟁49’ 제작진은 지난 24일 사과문을 내고 재차 고개를 숙였다. 제작진은 “프로그램에 등장한 순직하신 분들을 추모하며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와 존경의 마음을 전한다”고 한 뒤 “출연자가 고인을 모르는 상태에서 점사를 보던 중 부적절한 언어와 묘사가 등장한 부분에 대해 순직하신 분들, 상처받으셨을 유가족분들, 동료분들 그리고 이 사안으로 심려를 끼쳐드린 많은 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제작진은 유가족분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으며 사전에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사죄드리고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고 “향후 방송 제작 전반에 보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며 내부 검토 및 제작 프로세스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진행자인 전현무 측도 지난 23일 입장을 내고 사과했다. 전현무 소속사 SM C&C는 “방송에서 사용된 일부 표현으로 인해 고인과 유가족분들께 상처를 드린 점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출연자 발언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부 단어를 그대로 언급했고 표현의 적절성을 충분히 살피지 못했다”며 “어떠한 맥락이 있었더라도 고인을 언급하는 자리에서 더욱 신중했어야 했다”고 했다.
소속사는 “고인과 유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리며 방송을 시청하며 불편함을 느끼셨을 모든 분께도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보다 엄격한 기준과 책임감을 갖도록 내부적으로 점검하고 재발 방지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향후 대응을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