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만 하던 딸 의대 보내려 왔는데…” 은마아파트 10대 사망자, 이사 5일 만에 참변

2026-02-25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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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꿈꾼 17세 여학생, 이사 5일 만에 화재로 숨져

은마아파트 화재로 숨진 17세 여학생이 의대 진학을 목표로 대치동으로 이사한 지 불과 5일 만에 참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24일 화재가 발생한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에서 경찰, 소방 관계자들이 화재 원인 조사를 위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 뉴스1
24일 화재가 발생한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에서 경찰, 소방 관계자들이 화재 원인 조사를 위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 뉴스1

지난 24일 오전 6시 18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8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1시간 20분 만에 진화됐지만 집 안에 있던 17세 김모 양이 베란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40대 어머니는 얼굴과 다리 등에 화상을 입었고, 10대 여동생은 연기를 마셔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위층에 살던 50대 여성도 연기 흡입으로 병원 치료를 받았다. 부상자들은 모두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로 알려졌다. 이 화재로 아파트 주민 약 70명이 긴급 대피했다.

25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불이 났을 당시 어머니는 화재를 처음 목격한 뒤 현관과 가까운 방에서 자고 있던 둘째 딸을 먼저 깨워 집 밖으로 내보냈다. 그 사이 첫째 딸인 김양은 119 신고를 위해 안방 베란다로 이동했고, 어머니는 첫째 딸의 위치를 파악하지 못한 채 집을 빠져나간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어머니는 복도를 뛰어다니며 딸을 찾다가 4주 치료가 필요한 화상을 입게 됐다.

이날 화재 발생 전 출근해 집에 없었던 아버지는 취재진을 만나 "중학교 때 줄곧 1등만 했던 딸이었다"며 "의사가 꿈이었던 우리 애를 위해 대치동으로 이사 온 지 5일 만에 이런 일이 있을 줄 어떻게 알았겠느냐"고 안타까운 사연을 전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딸의 꿈은 의사였다"며 "(입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학군지인 대치동으로 이사를 왔는데..."라며 눈물을 쏟았다.

아버지 김 씨는 "시집갈 때까지 아무 일 당하지 않게 지켜주려 했는데 이런 일이 있을 줄 어떻게 알았겠느냐"며 "딸이 학교 다닐 때 받은 상도 다 가지고 있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화재 현장 / 뉴스1
대치동 은마아파트 화재 현장 / 뉴스1

김 양 가족은 양천구에 거주하다가 아파트 내부 인테리어 공사가 마무리된 지난 19일 이 집으로 이사온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고등학교에 진학할 예정이었던 김 양은 새 학기를 코앞에 두고 의사의 꿈을 펼쳐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이번 화재 피해가 커진 원인 중 하나로 소방 설비 미비와 소방차 진입 지연이 지목되고 있다. 아버지는 "불이 난 우리 집은 스프링클러 설치가 제대로 안 돼 있었다"며 "(화재 당시) 복도에 있던 소화전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1979년 준공된 은마아파트는 4400여 세대 규모의 대단지로, 지어진 지 47년이 지나 노후 시설에 대한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1992년 스프링클러 설비 의무화 조항이 소방법에 신설되기 이전에 착공된 탓에 전 층에 스프링클러가 없는 상태다. 또 지하 주차장이 없고 가구당 주차 대수가 0.7대에 불과해 이중 주차가 일상화돼 있어, 이번 화재에서도 소방차와 구급차가 사고 현장으로 진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드러났다.

은마아파트 화재 발생 당시 소방차 진입 모습 / 유튜브 'JTBC News'
은마아파트 화재 발생 당시 소방차 진입 모습 / 유튜브 'JTBC News'

경찰은 인테리어 공사 당시 천장에 설치한 LED 조명이 발화 원인일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에 대해 아버지는 "불이 난 새벽에 불을 켠 적이 없다"며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가스·전자레인지 설치도 안 돼 있는 상황"이라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합동 감식을 진행 중이며, 현재까지 방화 등 범죄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튜브, MBN News
home 윤희정 기자 hjyun@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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