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지금이다…'봄 바다의 여왕' 도다리, '이곳'에서 먹어야 집 나간 입맛 돌아옵니다

2026-02-27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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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나간 입맛도 돌아온다, 봄 도다리
3월 통영·거제·포항에서 만나는 봄의 맛

겨울의 끝자락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제법 훈훈한 온기가 섞이기 시작했다. 달력을 넘기며 봄을 기다리는 마음은 설레지만, 몸은 계절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나른함과 식욕 부진을 겪기도 한다. 이럴 때 미식가들의 발길은 약속이라도 한 듯 바다로 향한다. 화려한 양념이나 거창한 조리법 대신, 오직 지금 이 시기에만 맛볼 수 있는 자연의 식재료가 주는 매력을 믿기 때문이다. '통영'과 '거제', '포항'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도다리 투어는 겨우내 움츠렸던 입맛을 깨우는 든든한 봄맞이 코스가 된다.

도다리쑥국   / 연합뉴스
도다리쑥국 / 연합뉴스

우리가 흔히 ‘봄 도다리’라고 부르는 생선의 표준명은 문치가자미다. 도다리는 추운 겨울철에 산란을 마치고, 봄이 되면 영양분을 보충하기 위해 연안으로 올라와 먹이 활동을 시작한다. 이때 살이 오르기 시작한 도다리는 지방 함량이 적어 맛이 담백하고 개운한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해풍을 견디고 갓 돋아난 여린 쑥이 더해지면 비로소 도다리쑥국이라는 봄의 한 그릇이 완성된다. 쑥이 자라나 억세지는 5월이 되면 특유의 부드러운 향이 옅어지기에 3월과 4월은 이 맛을 만끽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자료 이미지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자료 이미지

도다리쑥국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통영에서는 새벽을 여는 서호시장과 중앙시장 인근이 맛의 중심지다. 서호시장은 이른 아침부터 문을 여는 식당이 많아 여행객들이 아침 식사를 해결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이곳의 식당들은 쌀뜨물에 재래식 된장을 연하게 풀어 도다리와 쑥의 본연의 맛을 살려낸다. 맑고 시원한 국물은 부담이 적고 속을 편안하게 풀어주는 느낌이 있어 전날의 숙취를 달래기 위해 찾는 이들도 많다.

거제도로 넘어가면 고현시장과 옥포시장 주변, 그리고 사등면 일대의 해안가를 따라 도다리쑥국을 전문으로 하는 노포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거제 지역은 통영보다 국물이 조금 더 진하고 구수한 맛을 내는 경향이 있어 미묘한 차이를 비교하며 즐기는 재미가 있다. 된장의 농도나 쑥의 양, 도다리 손질 방식에 따라 같은 메뉴도 식당마다 인상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어떤 집은 쑥 향을 앞세워 산뜻함을 강조하고, 또 다른 집은 깊은 국물 맛으로 든든함을 내세운다. 여행의 방식도 달라진다. 한 끼로 끝내기보다 아침과 점심을 나눠 서로 다른 집을 들러보는 ‘국밥 투어’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경북 포항 죽도어시장에서 상인이 도다리를 뜰채로 들어 올리고 있다. / 뉴스1
경북 포항 죽도어시장에서 상인이 도다리를 뜰채로 들어 올리고 있다. / 뉴스1

경북의 대표적인 수산시장인 포항 죽도어시장 역시 도다리의 성지로 통한다. 동해안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이곳은 봄이면 싱싱한 도다리를 찾는 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포항의 도다리는 남해안과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다. 이곳에서는 도다리쑥국만큼이나 뼈째 썰어낸 도다리회가 미식가들의 사랑을 받는다. 뼈가 아직 연한 이른 봄의 도다리를 뼈째 썰어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우러나오고, 입안 가득 퍼지는 오독오독한 식감은 봄철 입맛을 돋우는 데 제격이다. 시장 골목마다 즐비한 횟집에서 갓 잡아 올린 도다리를 마주하면 진정한 봄의 미각을 실감하게 된다.

어촌 마을에서 즐겨 먹는 또 다른 별미 중 하나는 도다리 미역국이다. 소고기 대신 도다리를 넣어 끓인 미역국은 비린내가 거의 없고 담백하면서도 깊은 감칠맛을 낸다. 산모의 보양식으로 쓰일 만큼 영양이 풍부해 현지인들이 아끼는 '숨은 보물' 같은 메뉴다. 여기에 양념장에 바짝 졸여낸 도다리조림이나 굵은소금을 뿌려 노릇하게 구워낸 소금구이는 밥상에서 빠지기 어려운 '밥도둑' 역할을 톡톡히 한다. 도다리는 단백질이 풍부하고 지방이 적어 다이어트에도 좋으며, 타우린 성분이 많아 나른한 봄철 피로 해소에도 큰 도움을 준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자료 이미지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자료 이미지

우리 바다의 봄은 이렇듯 대지의 향기와 바다의 깊은 맛이 만나는 지점에서 시작된다. 3월의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통영의 시장통을 걷거나 거제의 해안도로를 달리고, 때로는 포항의 활기 넘치는 죽도어시장에서 갓 썰어낸 도다리회 한 점을 맛보는 경험은 그 자체로 여행의 목적이 되기에 충분하다. 이번 주말, 겨우내 잠들었던 미각을 깨우고 싶다면 남해와 동해의 푸른 물결을 따라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향긋한 쑥 향이 배어든 도다리쑥국 한 그릇과 오독오독 씹히는 도다리회의 고소함이 함께하는 여정은, 봄을 맞이하는 데 더없이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home 양주영 기자 zoo123@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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