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곡 모드' 아니다...찰밥 만들 땐 '이 버튼' 눌러야 잔소리하던 시어머니도 인정합니다
2026-02-27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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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대보름 팥찰밥, 전기밥솥 ‘쾌속모드’로 해야 더 쫀득한 이유
정월대보름이면 어김없이 팥찰밥을 짓는다. 그런데 의외로 많은 이들이 놓치는 버튼이 있다. 잡곡 모드도, 백미 모드도 아닌 ‘쾌속모드’다. 이 버튼 하나가 찰밥의 식감을 바꾼다.
찰밥의 핵심은 ‘찰기’다. 찹쌀은 일반 멥쌀과 달리 아밀로스 함량이 거의 없고 대부분이 아밀로펙틴으로 구성돼 있다. 아밀로펙틴은 점성이 강해 충분히 팽윤되고 젤라틴화되면 특유의 쫀득한 식감을 만든다. 문제는 가열 방식이다. 잡곡 모드는 조리 시간이 길고 불림과 가열을 반복하며 수분을 충분히 침투시키는 구조다. 멥쌀과 여러 곡물이 단단하기 때문에 긴 시간 동안 천천히 익히도록 설계돼 있다.

하지만 찹쌀은 구조가 다르다. 이미 수분 흡수력이 높고 점성이 강하다. 여기에 긴 가열 시간을 적용하면 전분이 과도하게 풀어지면서 겉은 질고 속은 퍼진 듯한 식감이 되기 쉽다. 수분이 지나치게 스며들면 쫀득함보다는 축축함에 가까워진다. 반면 쾌속모드는 상대적으로 조리 시간이 짧고 고온에서 빠르게 가열해 전분의 젤라틴화를 단시간에 끌어낸다. 전분 입자가 과하게 붕괴되기 전에 익히기 때문에 표면은 탱글하고 내부는 탄력이 살아난다.
또 하나의 차이는 수분 증발량이다. 긴 취사 과정에서는 수분이 계속 순환하며 일부가 빠져나가지만, 동시에 내부로도 깊게 침투한다. 찹쌀은 그 흡수 속도가 빨라 지나치게 부드러워질 수 있다. 쾌속모드는 전체 가열 시간이 짧아 수분 이동이 상대적으로 제한되고, 겉면에 탄력이 남는다. 그 결과 씹을 때 이가 달라붙는 듯한 쫀득함이 살아난다.

팥과 함께 지을 때도 쾌속모드가 유리하다. 팥은 미리 삶아 사용하는데, 이미 익은 팥과 불린 찹쌀을 다시 오랜 시간 가열하면 팥이 터지며 전분이 국물로 풀어질 수 있다. 이는 밥알 표면을 흐릿하게 만들고 질척한 느낌을 준다. 짧고 강한 가열은 팥의 형태를 유지하면서 찹쌀의 탄력만 살려준다.
그렇다면 실제로 어떻게 지어야 할까. 먼저 찹쌀은 최소 2시간 이상 물에 불린다. 겨울철이라면 3시간 정도가 적당하다. 불림 과정에서 이미 수분을 충분히 흡수해야 쾌속 취사에서도 속까지 고르게 익는다. 팥은 따로 삶는다. 처음 끓인 물은 한 번 버려 떫은맛을 줄이고, 다시 물을 부어 팥이 터지지 않을 정도로 삶는다. 이때 삶은 물은 붉은 색을 내는 데 사용하므로 일부 남겨둔다.

전기밥솥 내솥에 불린 찹쌀을 넣고, 팥과 팥 삶은 물을 섞는다. 물의 양은 일반 백미 취사보다 약간 적게 잡는 것이 좋다. 이미 찹쌀이 수분을 머금고 있기 때문이다. 너무 많은 물을 넣으면 쾌속모드의 장점이 사라진다. 재료를 고르게 섞은 뒤 ‘쾌속모드’를 선택한다. 취사가 끝나면 바로 뚜껑을 열지 말고 10분 정도 뜸을 들인다. 이 과정에서 내부 수분이 안정되며 밥알이 한층 탱글해진다.
주걱으로 아래에서 위로 뒤집듯 섞어 공기를 넣으면 표면이 더욱 윤기 나게 정리된다. 취사 직후보다 한 김 식었을 때가 가장 쫀득하다. 팥의 고소함과 찹쌀의 탄력이 조화를 이루며, 씹을수록 단맛이 은은하게 올라온다.
정월대보름 팥찰밥은 단순한 절기 음식이 아니다. 작은 취사 모드 선택 하나로 식감이 달라진다. 찹쌀의 전분 구조와 가열 시간의 상관관계를 이해하면, 왜 쾌속모드가 더 쫀득한 결과를 내는지 자연스럽게 납득하게 된다. 올해 대보름에는 버튼을 한 번 바꿔 눌러보자. 밥알 하나하나가 살아 있는 찰밥을 맛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