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대보름엔 '이 나물' 볶으세요...무조건 '칭찬' 받습니다
2026-02-27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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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기름 한 숟가락이 바꾸는 토란대의 맛
준비 과정이 만드는 건토란대의 진가
건토란대는 손이 많이 가는 재료다. 하지만 들기름 한 숟가락을 더하는 순간, 그 수고로움은 충분히 보상받는다. 은은하고 깊은 향이 토란대 특유의 구수함을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토란대는 토란 줄기를 말린 것으로, 특유의 질감과 향이 있다. 생토란대와 달리 건토란대는 충분히 불리고 삶는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부드럽게 변한다. 이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으면 질기거나 떫은맛이 남을 수 있다. 그래서 건토란대볶음의 성패는 준비 단계에서 이미 갈린다.
먼저 건토란대는 찬물에 반나절 이상 넉넉히 불린다. 시간이 부족하다면 따뜻한 물에 3~4시간 정도 담가도 되지만, 천천히 불릴수록 조직이 균일하게 풀린다. 충분히 불어난 토란대는 깨끗이 헹군 뒤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20분 안팎 삶는다. 손으로 눌렀을 때 쉽게 휘어질 정도가 되면 적당하다. 삶은 뒤에는 찬물에 헹궈 남은 이물감을 씻어내고, 먹기 좋은 길이로 썬다.

이제 볶는 과정이다. 팬을 달군 뒤 가장 먼저 들기름을 두른다. 식용유가 아닌 들기름을 사용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토란대는 향이 강하지 않고 담백한 재료라, 고소한 지방이 맛의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들기름 속 불포화지방산은 가열되며 특유의 고소하고 깊은 향을 낸다. 이 향이 토란대의 흙내를 덮어주고 구수함을 강조한다.
달궈진 팬에 다진 마늘을 먼저 넣어 향을 낸 뒤, 준비한 토란대를 넣고 중약불에서 천천히 볶는다. 이때 서두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토란대가 들기름을 머금으며 겉면이 살짝 투명해질 때까지 볶아야 한다. 너무 센 불에서 빠르게 볶으면 겉만 마르고 속은 밋밋해질 수 있다.

간은 국간장으로 맞춘다. 짙은 색을 원한다면 진간장을 소량 섞어도 좋다. 여기에 쌀뜨물이나 다시마 우린 물을 조금 부어 자박하게 끓이듯 볶으면 한층 부드럽게 완성된다. 수분이 서서히 졸아들면서 토란대에 간이 스며든다. 마지막에 들깨가루를 한 숟가락 넣으면 고소함이 배가된다. 들기름과 들깨의 조합은 향의 결을 맞추며 한층 깊은 맛을 낸다.
건토란대볶음이 유독 맛있는 이유는 식감에 있다. 겉은 부드럽지만 씹으면 은근한 탄력이 느껴진다. 여기에 들기름의 고소함이 더해져 담백하지만 허전하지 않다. 입안에 남는 향은 자극적이지 않고 길게 이어진다. 그래서 고기 반찬 옆에서도 존재감이 있고, 나물만으로 차린 상에서도 중심을 잡는다.
또한 들기름은 토란대의 떫은맛을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 지용성 향 성분이 열과 만나 퍼지면서 특유의 풋내를 덮어주기 때문이다. 충분히 볶아 향을 입히면 별다른 양념 없이도 깊은 맛이 난다. 지나치게 매운 양념이나 강한 향신료가 필요 없는 이유다.

보관도 비교적 수월하다. 완성된 토란대볶음은 냉장 보관해 두었다가 데워 먹으면 오히려 간이 더 배어 맛이 깊어진다. 시간이 지나며 들기름 향이 은은하게 스며들어 처음과 또 다른 매력을 낸다. 다만 다시 데울 때는 약불에서 천천히 볶듯이 데워야 질감이 유지된다.
건토란대는 준비 과정이 번거롭지만, 그 과정을 지나야 비로소 진가를 드러낸다. 들기름을 만나 고소함을 입은 토란대는 소박하지만 깊다. 화려하지 않아도 밥 한 숟가락을 부르는 힘, 그것이 들기름으로 완성한 건토란대볶음의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