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기관사, 운행 중 화장실은 어떻게 갈까?… 알고 나면 경악

2026-03-04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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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대한민국 지하철의 민낯
달리는 열차서 용변 보는 기관사들

수도권 전철 1호선 서동탄역에서 전동차가 출발하고 있다. / 뉴스1
수도권 전철 1호선 서동탄역에서 전동차가 출발하고 있다. / 뉴스1

첨단 교통 시스템을 자랑하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매일 수백만 명을 실어 나르는 지하철 기관사가 달리는 열차 안에서 한 손은 핸들을 잡고 다른 손으로 용변을 봐야 하는 상황을 상상할 수 있을까. 운전대에서 5초 이상 손을 뗄 수 없는 기관사에게 갑자기 복통이 밀려올 때 남은 선택지는 사실상 두 가지뿐이다. 이를 악물고 참거나, 운전석 옆에서 직접 해결하거나. 누리꾼들은 "우리 지하철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면서 직원 처우는 후진국이다"고 경악했다.

EBS 다큐 유튜브 채널에 최근 올라온 고발 영상에는 열차를 운전하면서 용변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기관사의 기막힌 실상이 담겼다.

영상 속 기관사는 운행 중 갑자기 화장실이 급해진 상황을 직접 시연했다.

달리는 열차 안에서 가방에 담긴 휴대용 변기를 꺼내는 기관사. / 유튜브 채널 'EBS 다큐'
달리는 열차 안에서 가방에 담긴 휴대용 변기를 꺼내는 기관사. / 유튜브 채널 'EBS 다큐'
운전석 옆에 급조된 휴대용 변기. / 유튜브 채널 'EBS 다큐'
운전석 옆에 급조된 휴대용 변기. / 유튜브 채널 'EBS 다큐'

그는 캠핑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휴대용 변기를 운전석 옆에 설치했다. 설치를 해놓은 뒤에 바로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다음 정거장에서 대변 봉투인 비닐을 변기에 씌우는 기관사. / 유튜브 채널 'EBS 다큐'
다음 정거장에서 대변 봉투인 비닐을 변기에 씌우는 기관사. / 유튜브 채널 'EBS 다큐'

가방에서 검은색 비닐, 이른바 비상용 대변 봉투를 꺼내 변기에 씌워야 하는데, 초를 다투는 운행 특성상 그 작업은 다음 정거장에 정차한 뒤에야 이어갈 수 있었다. 그는 "편하게 운전 못 해요. 막 손발이 떨리고 앉지도 못해요"라고 말했다.

변기를 꺼내고 봉투를 씌우는 두 단계를 마친 기관사는 "그래도 여기까지는 했다"는 듯 반쯤 안도한 표정으로 다시 핸들을 잡았다.

이하 화장실이 급해진 상황을 시연한 기관사. / 유튜브 채널 'EBS 다큐'
이하 화장실이 급해진 상황을 시연한 기관사. / 유튜브 채널 'EBS 다큐'
유튜브 채널 'EBS 다큐'
유튜브 채널 'EBS 다큐'

하지만 본격적인 난관은 그다음이었다. 다음 정차역까지 가는 동안 한 손으로 열차를 조작하고, 다른 한 손으로 용변을 해결해야 했다.

반대편에서 교행 열차가 지나가면 기관실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일 수 있었지만, 그런 시선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볼일을 본 뒤에는 다시 손을 바꿔 핸들을 잡아야 했다.

달리는 열차 안에서 대변을 담은 비닐을 밀봉하는 기관사. / 유튜브 채널 'EBS 다큐'
달리는 열차 안에서 대변을 담은 비닐을 밀봉하는 기관사. / 유튜브 채널 'EBS 다큐'

뒤처리도 만만치 않았다. 악취가 객실로 흘러갈 수 있어 응고제를 넣어 밀봉해야 했다. 봉투를 묶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이 모든 과정을 운전하면서 동시에 해내야 했다.

기관사들이 이런 상황에 내몰리는 데는 운행 규정이 있다. 열차 운행 중에는 핸들에서 5초 이상 손을 뗄 수 없다. 회차역(열차가 종착한 뒤 방향을 바꿔 다시 출발하는 역)에서 주어지는 짧은 시간이 사실상 유일한 화장실 이용 기회지만, 열차 지연을 우려해 그 시간조차 화장실에 가지 못하고 참는 경우가 많다고 기관사들은 전했다.

실제로 운행 중 화장실을 이용하다 징계받은 사례도 있었다. 한 기관사는 운행 중 화장실이 너무 급해 자리를 비운 탓에 열차가 5~10분가량 지연됐다는 이유로 징계받았다. 또 다른 기관사는 "여유 있는 걸음걸이로 화장실에 갔다"는 사유로 징계받기도 했다. 이 같은 사례들이 알려지면서 기관사들 사이에서 공분이 일었고, 준법 투쟁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계기가 됐다.

영상을 접한 누리꾼들은 "정말 극한 직업이다", "미친 시스템이다", "특별한 노하우가 있는 줄 알았는데", "인간적으로 이건 아니다"며 경악스럽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유튜브 채널 'EBS 다큐'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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