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피치 미국 추기경 “역겹다” 트럼프 맹비난

2026-03-09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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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오락화... 실제 사람들이 죽는데 비디오게임처럼 다뤄”

블레이즈 쿠피치 시카고 대교구 추기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I 툴로 만든 사진.
블레이즈 쿠피치 시카고 대교구 추기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I 툴로 만든 사진.

블레이즈 쿠피치 시카고 대교구 추기경이 백악관이 미국의 이란 공습 영상을 인기 액션 영화 장면과 혼합 편집해 게시한 데 대해 "역겹다"고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전쟁을 오락으로 전락시키고 있다고 규탄했다.

교황 레오 14세의 최측근인 쿠피치 추기경은 8일(현지시각) 시카고 대교구 명의로 '양심의 호소'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미사일 공습으로 이란에서 1000명 이상이 숨진 상황에서 백악관 공식 X 계정이 지난 5일 이란 공습 실제 영상을 인기 액션 영화 장면들과 혼합 편집해 올렸다고 지적했다.

해당 영상에는 ‘정의, 미국식으로(JUSTICE THE AMERICAN WAY)’라는 문구가 달렸다. 희생자 중에는 등교했다가 변을 당한 어린이들도 다수 포함됐으며, 이란에서 숨진 미군도 6명에 달한다고 성명은 밝혔다.

쿠피치 추기경은 "실제 전쟁에서 실제 사람들이 죽고 실제로 고통받는 현실이 비디오 게임처럼 다뤄지고 있다"며 "이는 역겹다"고 했다.

그는 미국 정부가 이란 국민의 고통을 오락의 배경으로 삼고 있다며 "마치 마트 계산대 줄을 서면서 그냥 스크롤해 넘기는 콘텐츠처럼 취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가 군사력의 파괴력에 흥분할 때 우리는 인간성을 잃어버린다"며 "폭발 장면의 스펙터클에 중독되는 사이 전쟁의 진짜 대가에 무감각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쿠피치 추기경은 전쟁을 도박의 소재로 삼는 예측 시장 문제도 함께 비판했다. 그는 "기자들은 이 현상을 전쟁의 게임화라고 부른다"며 "이는 실제 사람들에게서 인간성을 빼앗는 심각한 도덕적 실패"라고 했다. 특히 예측 베팅 플랫폼 칼시(Kalshi)가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의 퇴임 시점에 베팅한 이용자들에게 지급 관련 분쟁으로 집단소송에 직면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는 "'공습 한 방'은 점수판의 점수가 아니라 우리가 외면한 채 오락과 이익을 우선시한 유족들의 슬픔"이라고도 했다.

성명을 마무리하며 쿠피치 추기경은 "미국인들은 이보다 나은 사람들"이라며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이 오락이 아니라 전쟁임을, 이란이 남들이 즐기는 비디오 게임이 아니라 사람들이 사는 나라임을 우리는 충분히 알고 있다"고 했다.

앞서 쿠피치 추기경은 바티칸 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이란 공격의 명분 자체가 "매우 의심스럽다"며 이란으로부터의 즉각적인 위협이 없다는 점을 들어 전쟁의 정당성을 강하게 문제 삼았다. 쿠피치 추기경이 트럼프-밴스 행정부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은 올해 들어 이번이 다섯 번째다. 앞서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이민 단속이 인종 프로파일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교황 레오 14세도 9일 삼종기도 후 이란 전쟁 확산에 깊은 우려를 표했다. 교황은 중동 지역에서 계속 전해오는 소식이 "깊은 경악"을 자아낸다며 "안정과 평화는 상호 위협이나 파괴와 고통, 죽음을 뿌리는 무기가 아니라 이성적이고 진정성 있고 책임감 있는 대화를 통해서만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교황 레오 14세는 미국의 이란 공격이 시작된 이후 최소 세 차례 공개적으로 평화를 호소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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