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수단 동원” 한미연합훈련 축소에도 위협 수위 높인 북한, 왜?
2026-03-10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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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자' 김여정 위협 담화…도발 명분 쌓기 나섰나

북한 권력 서열 2인자인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이 한미연합훈련 '자유의 방패'(프리덤실드·FS) 개시 하루 만에 고강도 위협 담화를 내놨다. 핵 무력 사용 가능성까지 시사하는 이번 담화는 단순한 반발을 넘어 정치적 계산이 깔린 전략적 메시지로 풀이된다. 북한이 FS 연습을 빌미로 긴장 수위를 끌어올리면서 향후 군사 도발 명분을 쌓으려는 의도가 담긴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 부장은 10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전날 시작된 FS 연습을 두고 "우리 국가의 주권 안전 영역을 가까이하고 벌리는 적대 세력들의 군사력 시위 놀음은 자칫 상상하기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겁박했다.
이어 "적들이 우리의 인내와 의지, 능력을 절대로 시험하려 들지 말아야 한다"며 "압도적일 수밖에 없는 모든 가용한 특수 수단들을 포함한 파괴적인 힘"을 행사할 수 있다고 공언했다. 특수 수단은 핵무기를 포함한 전략 무기를 지칭하는 북한의 관용적 표현이다.
이번 담화가 주목받는 이유는 타이밍과 수위 모두에서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FS 연습은 한미가 매년 봄 실시하는 연합 훈련으로, 올해는 야외기동훈련(FTX) 건수도 지난해의 절반 수준인 22건으로 오히려 줄었다. 북한의 반발 명분이 약해진 상황임에도 담화 강도는 되레 높아진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대내외적 복합 메시지로 분석한다. 대외적으로는 미국과 한국에 대한 협상 레버리지 확보, 대내적으로는 군부와 주민에게 강경 노선을 과시하는 목적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부장은 담화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등 국제 정세를 언급하며 "전 지구적 안전 구도가 급속히 붕괴되고 도처에서 전란이 일고 있는 엄중한 시기"라고 규정했다.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국제 질서를 부각함으로써 자국의 핵·군사력 강화가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덧씌운 것이다.
"적수들에게 우리의 전쟁 억제력과 그 치명성에 대한 표상을 끊임없이 그리고 반복적으로 인식시킬 것"이라는 대목도 의미심장하다. 단발성 위협이 아닌 지속적·반복적 압박을 예고한 것으로, 향후 미사일 발사 등 실질적 도발 가능성을 열어둔 표현이다.

김여정의 이번 담화는 훈련 자체에 대한 반발을 넘어, 향후 도발의 책임을 한미에 돌리기 위한 명분 축적 성격도 짙다. 북한은 대규모 한미연합훈련 때마다 미사일 발사나 무력시위로 대응해 왔는데, 이번에도 최고 수위의 문구를 동원해 긴장을 끌어올린 뒤 후속 행동에 나설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보인다.
한미 양국은 FS 연습을 예정대로 오는 19일까지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북한이 훈련 기간 중 추가 담화나 군사 행동으로 긴장 수위를 높일지가 당분간 한반도 정세의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