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해롭다고 해서 ‘전자담배’로 바꿨는데...

2026-03-10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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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담배로 바꿔도 디스크 위험 높다... 비흡연자보다 최대 42%↑

담배 연기 자료사진 / 픽사베이
담배 연기 자료사진 / 픽사베이

전자담배로 바꿔도 척추 디스크 위험이 비흡연자보다 훨씬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소형 담배를 전자담배로 교체한 것만으로는 디스크 질환 예방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의 권지원 교수와 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의 신재원 교수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 빅데이터를 활용해 326만여 명의 흡연 습관과 척추 디스크 질환 발생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전자담배 사용과 근골격계 질환의 연관성을 전국 단위 대규모 집단을 대상으로 검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 결과는 미국척추학회 공식 학술지 '더 스파인 저널(The Spine Journal, 영향력 지수 4.7)' 최신호에 실렸다.

척추 디스크 질환은 척추뼈 사이에서 충격을 흡수하는 디스크(추간판)가 손상되거나 밀려 나와 주변 신경을 압박하는 질환이다. 목 디스크와 허리 디스크가 대표적이며, 통증과 저림 증상을 유발한다. 흡연은 디스크에 산소와 영양을 공급하는 혈관을 수축시켜 디스크 퇴행을 앞당기는 위험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2019년 1월부터 6월까지 국가건강검진을 받은 20세 이상 성인 약 560만 명 중 연구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부적합 대상자를 제외한 326만 5000여 명을 최종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이후 약 3년 6개월간 추적 관찰하며 디스크 질환 발생 여부를 살폈다. 단순 병원 방문이 아니라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체계에 따라 척추 디스크 질환으로 2회 이상 외래를 방문하거나 입원한 기록이 있는 경우만 환자로 분류해 연구 신뢰도를 높였다.

연구팀은 대상자를 흡연 형태에 따라 비흡연군, 연소형 담배군, 궐련형 전자담배군, 액상형 전자담배군으로 나눴다. 연소형 담배군과 궐련형 전자담배군은 현재 흡연 지속 여부와 과거 흡연 후 금연 여부로 다시 세분했고, 흡연량·흡연 기간·금연 기간도 분석에 포함했다. 액상형 전자담배군은 사용 빈도에 따라 4단계로 구분했다.

비흡연군의 디스크 발생 위험비를 1.000으로 뒀을 때 연소형 담배군은 1.174, 액상형 전자담배군은 1.153, 궐련형 전자담배군은 1.132였다. 두 종류 전자담배를 함께 쓰는 군은 1.174로 연소형 담배군과 같은 수준이었다. 흡연 형태와 관계없이 모든 흡연군이 비흡연군보다 디스크 발생 위험이 통계적으로 의미 있게 높았다.

연소형 담배에서 궐련형 전자담배로 바꾼 경우 디스크 발생 위험이 약 11% 줄었다. 그러나 비흡연자와 비교하면 여전히 9.2% 높은 위험도(1.092)를 보였다. 담배를 끊지 않는 한 전자담배로 교체하는 것만으로는 디스크 질환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는 뜻이다.

연소형 담배에서 액상형 전자담배로 전환한 경우는 상황이 더 좋지 않았다. 디스크 발생 위험이 연소형 담배를 계속 피우는 경우와 거의 같았고, 비흡연자와 비교하면 궐련형 전자담배로 바꾼 집단보다 오히려 더 높은 위험도(1.339)를 보였다. 액상형 전자담배는 사용 빈도가 늘수록 디스크 위험도 함께 상승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매일 액상형 전자담배를 사용하는 경우 비흡연자보다 디스크 발생 위험이 약 42%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목 디스크와 허리 디스크 모두에서 공통으로 확인됐다. 과거에 연소형 담배를 피운 이력이 있으면 전자담배로 바꾼 뒤에도 디스크 위험이 지속되는 경향을 보였다. 흡연이 디스크 질환에 미치는 악영향이 오랜 기간에 걸쳐 누적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그동안 호흡기계와 심혈관계에 국한됐던 전자담배 유해성 연구를 근골격계 분야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기존 연구들은 전자담배가 금연 보조 수단으로서 호흡기·심혈관 독성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 주로 초점을 맞춰왔다. 그러나 척추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연구되지 않았다.

권 교수는 "전자담배가 연소형 담배보다 인체에 덜 해로운 대안이라는 통념을 척추 질환 분야에서 재평가한 전국 단위 최초 코호트 연구"라며 "이 연구가 향후 전자담배 규제 정책과 금연 전략 수립은 물론, 임상 현장에서 환자 교육에 중요한 근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자담배가 장기적으로 근골격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추가적인 추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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