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모르면 '등산 마니아' 아닙니다…퇴계 이황이 반한 '거북 능선' 절경
2026-03-11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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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양 팔경의 정수, 기암절벽과 남한강이 빚어낸 구담봉의 비경
충청북도 단양군 단성면과 제천시 수산면의 경계에서 남한강 물줄기를 굽어보는 구담봉은 단양팔경 중에서도 그 기세가 유독 남다르다. 깎아지른 듯한 기암절벽이 강물에 비치는 모습이 마치 거북 한 마리가 맑은 호수 속에 잠겨 있는 듯해 구담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명승 제46호로 지정된 이곳은 수많은 역사 속 인물들의 이야기가 층층이 쌓인 명소다.

조선 인종 시기 백의재상이라 불리던 이지번은 관직을 뒤로하고 이곳에 은거하며 자연과 하나 된 삶을 살았다고 전해진다. 그가 흰옷을 입고 푸른 소를 탄 채 구담봉의 좁은 협곡 사이를 칡덩굴로 연결해 나무 비학을 타고 다녔다는 이야기는 이곳을 찾은 이들에게 마치 신선의 세계에 들어온 듯한 묘한 기분을 선사한다. 구담봉 맞은편 장회나루 근처에는 퇴계 이황을 평생 그리워했던 기녀 두향의 묘가 자리하고 있어, 절경 속에 숨은 애틋한 사연이 잔잔한 물결과 함께 흐른다. 특히 단양 군수로 재임했던 이황은 단양의 여러 명소 중에서도 "구담의 경치가 가장 낫다"라고 손꼽으며 이곳을 수시로 찾을 만큼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그를 비롯해 이이, 김만중 등 당대 최고의 학자들과 묵객들이 이곳의 아름다움을 극찬하며 시문을 남긴 이유를 짐작하게 한다.

구담봉은 제비봉과 금수산, 그리고 멀리 월악산 줄기에 감싸여 있어 주변 산세와의 조화가 탁월하다. 겸재 정선과 단릉산인 이윤영 등 화가들은 구담의 절경을 화폭에 담아 후대에 전했으며, 퇴계 이황은 단양의 산수를 유람하며 기록한 글에서 구담봉을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손꼽았다. 특히 충주호 위를 지나는 유람선에서 바라보는 구담봉은 육로에서 볼 때와는 또 다른 웅장함을 보여준다. 물 위로 솟구친 바위들의 생생한 질감과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는 나무들이 어우러진 모습은 마치 한 폭의 진경산수화를 현실로 옮겨놓은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구담봉으로 향하는 여정 자체도 매력적이다. 단양읍에서 이곳으로 이어지는 36번 국도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이름을 올렸을 만큼 수려한 풍광을 자랑한다. 굽이치는 길을 따라 펼쳐지는 남한강의 풍경은 구담봉에 도착하기 전부터 여행자의 기대를 충만하게 채워준다. 사계절 내내 각기 다른 매력을 뽐내지만, 특히 가을철 오색 단풍이 기암괴석과 어우러질 때의 화려함은 잊지 못할 장면을 선사한다.
구담봉은 별도의 입장료 없이 누구나 그 경치를 누릴 수 있다. 다만 주차장을 이용할 경우 소정의 주차요금이 발생하므로 참고하는 것이 좋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처럼 구담봉 인근에서는 지역 특산물인 쏘가리회와 민물매운탕, 정갈한 산채정식 등을 맛보며 여행의 미식까지 챙길 수 있다. 웅장한 자연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옛 선비들이 느꼈을 풍류를 경험해 보고 싶은 이들에게 구담봉은 더할 나위 없는 선택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