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도로'…바퀴 아래로 동해가 일렁이는 드라이브 명소
2026-03-11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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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선과 나란히 달리는 유일한 길, 강릉 헌화로
가속 페달을 밟는 발끝에 바다의 박동이 전해진다. 창문을 내리면 소금기 머금은 바람이 차 안으로 밀려오고, 수평선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해안 드라이브는 목적지로 향하는 이동 수단이 아니라, 바다와 나란히 호흡하며 고요한 자유를 만끽하는 과정이다. 강원도 강릉에는 이러한 해안 드라이브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길이 있다.

강릉 헌화로는 신라 시대 향가인 ‘헌화가’에서 이름이 유래했다. 강릉 태수로 부임하던 순정공의 아내 수로부인이 절벽 위에 핀 꽃을 탐내자, 소를 끌고 가던 한 노인이 위태로운 절벽을 올라 꽃을 꺾어 바치며 노래를 불렀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전설 속 노인이 올랐던 험준한 지형은 오늘날 바다와 가장 가까운 해안도로가 되어 여행객을 맞이한다.

이 도로는 옥계면 낙풍사거리에서 시작해 정동진역 앞 삼거리까지 이어진다. 사계절 내내 변화무쌍한 자연경관을 선사하며, 특히 금진해수욕장에서 심곡항에 이르는 구간은 헌화로의 백미로 꼽힌다. 해안 단구의 깎아지른 듯한 절벽을 따라 조성된 도로는 해수면과 높이 차이가 크지 않아, 파도가 높게 치는 날에는 바닷물이 도로까지 들이칠 정도로 바다와 밀접해 있다.
금진리에서 심곡리까지 약 2km 구간은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둘러선 이국적인 풍광을 자랑한다. 도로는 해안의 곡선을 그대로 살려 굽이치며, 안전을 위해 설치된 철제 펜스 너머로 끝없이 펼쳐진 동해를 감상할 수 있다. 다만 헌화로는 해안선을 따라 급격한 굴곡이 이어지고 바다와 매우 인접해 있어 안전 운전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경관에 몰입해 전방 주시를 소홀히 하지 않도록 해야 하며, 보행자가 있을 수 있는 만큼 반드시 서행하면서 도로 흐름을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도로 중간중간에는 차를 잠시 세울 수 있는 소규모 주차 공간과 벤치가 마련돼 있어, 잠시 엔진을 끄고 파도 소리에 집중하는 시간을 갖기에도 적당하다.

길 끝자락에 위치한 심곡항은 어선들이 정박해 있는 작고 평화로운 항구다. 이곳에서 다시 급경사로를 따라 언덕을 넘어가면, 해돋이 명소이자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한 정동진에 도달한다. 정동진은 이미 대중적인 관광지로 자리 잡아 숙박시설과 음식점이 고루 갖춰져 있어 드라이브 여정을 마무리하기에 편리하다.
헌화로는 별도의 입장료가 없는 공공 도로이며, 상시 개방된다. 다만 바다와 매우 인접한 지형 특성상 기상 악화나 너울성 파도가 발생할 경우 강릉시가 차량 통행을 제한할 수 있다. 따라서 방문 전 기상 상황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