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조 규모 에픽 프로젝트…AI 메모리 왕좌를 향한 SK하이닉스의 '숨은 수'

2026-03-1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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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메모리 병목 현상, SK하이닉스가 풀다

글로벌 반도체 장비 선도 기업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가 SK하이닉스와 손잡고 미국 실리콘밸리 에픽(EPIC) 센터에서 인공지능(AI) 및 고성능 컴퓨팅용 차세대 메모리 개발을 위한 장기 연구개발(R&D)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고대역폭메모리(HBM) 기술 주도권 확보를 위한 초격차 협력 체제를 구축했다.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와 SK하이닉스 /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와 SK하이닉스 /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양사 엔지니어들은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어플라이드 에픽 센터에 상주하며 차세대 D램과 HBM, 낸드 플래시 스토리지 개발 전반을 공동 수행한다. 메모리 아키텍처(설계 구조)가 기존 양산 공정의 한계를 넘어 차세대 노드(반도체 미세 공정 단계)로 진입함에 따라 신소재 도입과 공정 통합, 3D 첨단 패키징 분야의 혁신이 필수 과제로 떠올랐다. 이번 협력은 단순히 장비를 공급하는 관계를 넘어 설계 초기 단계부터 양산까지 기술 스택을 공동으로 최적화하는 고속 공동 혁신 모델을 지향한다. 인공지능 연산 수요가 폭증하면서 발생하는 메모리 병목 현상과 전력 소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료 공학적 관점에서 칩 성능을 개선하는 것이 핵심 목표다.

게리 디커슨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회장은 재료 공학 혁신을 통해 첨단 메모리 칩의 에너지 효율을 높여온 양사의 협력 역사를 강조하며 SK하이닉스를 에픽 센터의 창립 파트너로 맞이한 것에 기대를 표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인공지능 시스템 확장이 가져온 에너지 효율적 메모리 수요에 주목했다. 메모리 속도와 프로세서 성능 사이의 격차를 줄이는 것이 인공지능 발전의 최대 과제인 만큼 이번 협력을 통해 최적화된 차세대 메모리 솔루션 로드맵을 제시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공동 연구 프로그램은 신소재 탐색과 복합 공정 통합, HBM급 첨단 패키징 구현에 집중한다. SK하이닉스는 싱가포르에 위치한 어플라이드의 첨단 패키징 R&D 역량도 함께 활용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디바이스 수준의 혁신을 이종 집적(서로 다른 공정의 칩을 하나로 묶어 성능을 극대화하는 기술) 기술과 연계해 3D 패키징 분야의 새로운 난제들에 대응한다. 프라부 라자 어플라이드 반도체 제품 그룹 사장은 메모리 기술 발전이 패키징 전반의 재료공학 혁신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리콘밸리의 연구 역량과 싱가포르의 패키징 기술을 결합함으로써 양산 가능한 메모리 혁신 속도가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사장과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사장과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차선용 SK하이닉스 미래기술연구원장은 인공지능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웨이퍼 팹(반도체 제조 공장) 장비 개발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어플라이드 엔지니어들과의 현장 협업은 학습 주기를 단축하고 양산 수준의 기술 검증을 조기에 완료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특히 열 관리 기술과 공정 통합 방식의 최적화는 고성능 메모리의 고질적인 문제인 발열 제어에 결정적인 돌파구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가는 에픽 센터는 50억 달러 규모의 투자가 집행된 미국 내 최대 첨단 반도체 장비 R&D 기지다. 칩 제조사들은 이곳에서 어플라이드의 최신 기술 포트폴리오에 조기 접근해 차세대 기술의 양산 전환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어플라이드 입장에서도 고객사의 멀티 노드 관점을 미리 확보해 R&D 투자 방향을 정교하게 설정하는 이점을 얻는다. 이번 파트너십은 한국의 메모리 제조 역량과 미국의 장비 기술력이 실리콘밸리라는 전략적 요충지에서 결합했다는 점에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기술 리더십을 강화하는 상징적 사례로 평가받는다.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이 단순한 설계 능력을 넘어 공정 기술과 소재 혁신으로 이동하는 가운데 양사의 결합은 향후 수년간 이어질 차세대 메모리 경쟁에서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리콘밸리의 기술 생태계와 국내 반도체 거점 간의 실시간 협업 체계는 기술 유출 방지와 보안을 강화하는 동시에 글로벌 표준을 선점하는 전략적 발판이 될 전망이다.

home 조희준 기자 chojoon@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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