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유족 오열 “10분만 빨랐어도 100명 살았다”

2026-03-12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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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주관한 청문회

이태원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청문회에서 생존자들의 증언이 이어지며 유가족들이 눈물을 흘렸다. 특히 “구조가 조금만 더 빨랐다면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존자의 발언이 나오자 청문회장 곳곳에서 탄식과 눈물이 터져 나왔다.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는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주관한 청문회가 열렸다. 이번 청문회는 참사 발생 전후 경찰과 소방, 지자체 등의 대비 태세와 대응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는지 확인하고 책임 소재를 규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12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 청문회에서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 / 뉴스1
12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 청문회에서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 / 뉴스1

마이크를 잡은 생존자 민성호 씨는 당시의 상황을 비교적 차분한 목소리로 증언했다. 그는 “심장부가 눌리면서 숨을 못 쉬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며 극심한 압박 속에서 공포를 느꼈던 순간을 떠올렸다. 이어 구조가 늦어진 점을 언급하며 “구조대가 빨리 오지 않은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민 씨의 발언 가운데 특히 “10분만 빨랐다면 100명은 살았을 것”이라는 말이 나오자 청문회장에 있던 유가족들 사이에서 울음이 터져 나왔다. 당시 현장에서 구조를 기다리며 버텼던 시간들이 떠오른 듯 많은 이들이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훔쳤다.

현장에서 구조 활동에 참여했던 외국인의 증언도 이어졌다. 형과 함께 한국을 방문했다가 현장에서 응급 구조를 도운 파키스탄 출신 간호사 무함마드 샤비르 씨는 당시 상황을 증언하며 “현장에 경찰이나 구조 인력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장에서 심폐소생술을 실시해 한국인 4명과 미국인 1명을 살렸다고 밝혔다.

샤비르 씨는 이어 “한국 같은 선진국에서 안전 관리와 응급 대비가 부족했다는 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의 증언은 당시 현장에서 시민들이 직접 구조에 나서야 했던 상황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받아들여졌다.

12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 청문회에서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 / 뉴스1
12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 청문회에서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 / 뉴스1

이번 청문회는 참사와 관련된 기관들의 대응 과정 전반을 점검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유가족과 피해자, 구조 참여자들의 발언을 시작으로 이틀 동안 진행되며, 증인 54명과 참고인 23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날 청문회에는 당시 정부와 관련 기관 책임자들도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전 경찰청장,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 남화영 전 소방청장 직무대리,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이 증인으로 참석했다.

송기춘 특별조사위원장은 개회사에서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고 강조했다. 그는 “누군가는 이제 다 밝혀진 것 아니냐고 말할지도 모르겠으나 아직은 그렇지 않다”며 “감춰진 사실을 밝히고 외면된 책임이 없는지 끝까지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12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 청문회에서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 / 뉴스1
12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 청문회에서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 / 뉴스1

유가족 측도 진상 규명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의 송해진 운영위원장은 “지난 정부가 유가족에게 준 대답은 침묵과 외면이었다”며 “증인들은 알고 있었던 것과 내린 판단, 무엇을 했고 무엇을 하지 않았는지 있는 그대로 말해달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청문회에 증인으로 채택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재판 대응을 이유로 불참을 통보했다. 이에 유족 약 50여 명은 청문회장에 “윤석열, 진실 뒤에 숨지 마라”, “159명의 희생자가 지켜본다”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참석하며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home 김민정 기자 wikikmj@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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