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나는 밥상]"제발 맛없게 만들어라!" 허쉬가 일부러 초콜릿을 망친 이유 #특명

2026-03-13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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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을 버린 초콜릿, 30억 개로 병사들 생명을 구하다
히틀러의 비밀 병기? 허쉬가 만든 벽돌 같은 초콜릿의 진실

폼나는 밥상
"제발 맛없게 만들어라"… 초콜릿 명가 허쉬가 맛을 포기한 사연

세계적인 초콜릿 브랜드 허쉬(Hershey's)의 역사에는 매우 기묘한 기록이 하나 남아 있습니다. 바로 최고의 맛을 자랑하는 초콜릿 명가가 일부러 ‘세상에서 가장 맛없는 초콜릿’을 개발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던 사건입니다. 달콤함의 대명사인 초콜릿이 어떻게 군인들 사이에서 ‘히틀러의 비밀 병기’라 불리게 되었는지, 그 이면에 숨겨진 눈물겨운 전략을 짚어보았습니다.

■ "삶은 감자보다 조금만 낫게"… 황당한 주문의 시작 1937년, 미국 육군의 폴 로건 대령은 허쉬사에 군용 비상식량 개발을 의뢰하며 네 가지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했습니다. 무게는 4온스로 가벼워야 하고, 열량은 높아야 하며, 고온에서도 녹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가장 당혹스럽게 만든 것은 마지막 조건이었습니다. 바로 "맛은 삶은 감자보다 조금만 나은 수준일 것"이라는 주문이었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것이 기업의 숙명임에도 불구하고 군 당국이 이토록 황당한 요청을 한 이유는 명확했습니다. 비상식량이 너무 맛있으면 병사들이 정말 위급한 상황이 오기 전에 간식처럼 미리 다 먹어버릴 것을 우려했기 때문입니다. 즉, "정말 죽을 것 같을 때만 먹어라"라는 처절한 생존 전략이 담긴 요청이었습니다.

■ 벽돌 같은 식감과 씁쓸한 맛, ‘D-레이션 바’의 탄생 이렇게 탄생한 초콜릿이 바로 ‘D-레이션 바(D-Ration Bar)’입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부드럽고 달콤한 초콜릿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보존력을 높이고 단맛을 줄이기 위해 설탕은 최소화하고 카카오 함량은 높였으며, 여기에 귀리 가루까지 섞어 맛은 형언하기 힘들 정도로 씁쓸하고 퍽퍽했습니다.

게다가 제형이 거의 벽돌만큼 딱딱해서 그냥 깨물어 먹다가는 이빨이 부러질 정도였습니다. 병사들은 이 초콜릿을 칼로 얇게 깎아서 먹어야 했으며, 포장지에는 "30분에 걸쳐 천천히 녹여 드시오"라는 주의 사항이 적혀 있었을 정도입니다. 오죽하면 전선의 병사들 사이에서 아군이 아닌 적군의 무기라는 의미로 ‘히틀러의 비밀 병기’라는 흉흉한 별명까지 붙게 되었습니다.

■ 맛은 버렸지만 생명은 지켰다, 허쉬의 헌신 1943년, 맛이 너무 없다는 병사들의 아우성이 빗발치자 허쉬는 맛을 조금 개선한 ‘트로피컬 바’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병사들의 냉정한 평가는 여전했습니다. "D-레이션보다는 낫지만 여전히 별로"라는 반응이 지배적이었고, 결국 이 초콜릿들은 버려지거나 현지 민간인들의 음식과 교환되는 신세로 전락하곤 했습니다.

비록 맛에 대해서는 혹평이 쏟아졌지만, 허쉬의 공로는 결코 작지 않았습니다. 허쉬는 2차 세계 대전 기간 동안 무려 30억 개가 넘는 초콜릿을 전선으로 보냈습니다. 이 초콜릿들은 최전방에서 굶주림에 허덕이던 수많은 병사들의 소중한 생명줄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허쉬는 미 육·해군으로부터 생산 우수상인 'E 어워드'를 다섯 번이나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습니다.

가장 맛있는 초콜릿을 만드는 회사가 가장 맛없는 초콜릿을 만들어야 했던 아이러니한 역사. 이는 단순한 우스갯소리가 아니라,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 병사들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한 치열한 고민의 산물이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즐기는 달콤한 허쉬 초콜릿 뒤에는, 맛을 포기함으로써 수많은 생명을 지켜냈던 묵직한 역사가 숨어 있습니다.

home 허지혜 기자 hzezze04@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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