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묘' 이을까…개봉하자마자 박스오피스 3위 꿰찬 실화 기반 '한국 영화'
2026-03-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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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묘 잇는 한국 오컬트 기대작, 배우들의 200만 관객 공약에 눈길
'왕과 사는 남자'가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극장가에 뜨거운 흥행바람을 불어넣고 있는 가운데, 사이비 종교의 어두운 민낯을 파헤치는 오컬트 공포 영화 '삼악도'가 개봉 다음날 전체 박스오피스 3위에 오르며 흥행 분위기에 합류했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삼악도'는 개봉 하루 만인 지난 12일 7,169명을 동원해 누적 관객 수 1만 9,168명을 기록하며 전체 박스오피스 3위에 올랐다. 개봉 첫날인 3월 11일에는 1만 1,185명을 끌어모으며 동시기 개봉작 중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재개봉작 'F1 더 무비' 등 다양한 경쟁작들을 제치고 거둔 성과로 의미를 더했다.
극장가 전반의 분위기도 고무적이다. 3월 12일 전체 관객 수는 20만 3,762명으로 집계됐고, 1위 '왕과 사는 남자'는 하루에만 15만 8,650명을 동원하며 누적 관객 수 1,221만 4,093명을 돌파했다. 누적 매출액도 1,176억 원을 넘어섰고, 천만 돌파 이후에도 일일 관객 15만 명대를 유지하는 흥행 탄력이 쉽게 꺾이지 않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영화 매출 점유율이 85.3%에 달하는 것은, 한국 영화가 극장의 주인 자리를 다시 단단히 잡았다는 방증이다.

사이비 종교의 어둠을 파고드는 오컬트 스릴러
'삼악도'(감독 채기준, 제작 영화사 주단, 배급 더콘텐츠온)는 일제강점기 이후 자취를 감춘 사이비 종교 '삼선도'를 둘러싼 예언과 비밀을 추적하는 취재팀이 외딴 마을에서 마주하게 되는 지옥 같은 사건을 그린 작품이다. 곽시양·조윤서 주연의 이 작품은 '파묘'(2024)처럼 일제강점기의 역사적 소재를 오컬트 장르 안으로 끌어들인다는 점에서 개봉 전부터 장르 팬들 사이에서 주목받아 왔다.
영화의 중심에는 '세 가지 선의 길'을 표방하지만 실상은 악을 향해 나아가는 종교 집단 '삼선도'가 있다. 이들은 겉으로 깨달음과 구원을 내세우지만, 내부에는 잔혹한 광기가 자리한다. 취재팀이 파헤치는 이 집단은 교주의 권위를 유지하기 위해 그의 어린 딸 사토 나미를 화형에 처하는 극단적인 의식을 치르는 등 충격적인 악행을 숨기고 있다.

주인공 채소연(조윤서)은 시사 고발 프로그램의 연출자로, 사이비 종교와 관련한 사건을 주로 다뤄 이름을 얻은 인물이다. 그에게 어느 날 자신을 콕 집어 취재 제휴 겸 제보를 하려는 일본인 기자 마츠다(곽시양)가 등장하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이들은 사이비 종교 삼선도의 본산인 천년신사가 있다고 여겨지는 곳을 찾아가고, 인근 마을 주민들은 기괴하고 묘한 분위기를 풍겨낸다. 결국 취재팀은 천년신사에 잠입하게 되고, 그 안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진실과 마주한다.
여기에 걸그룹 스텔라 출신인 임소영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PD 우아람 역으로 가세해, 세 인물이 공포의 심장부를 향해 나아가는 구조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파묘' 계보 잇는다…백백교에서 시작된 실화 기반 오컬트
'삼악도'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한 장르물을 넘어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는 점이다. 채기준 감독은 인터뷰에서 "할머니 댁에서 독특하게 제사를 올리는 풍습을 본 적이 있다. 그것에서 착안한 것과 함께 우리나라에 있었던 '백백교'라는 사이비 종교, 그리고 일제강점기 시대를 조합하면 독특한 풍습의 문화가 나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작품의 출발점을 직접 밝혔다.

백백교는 일제강점기인 1920~30년대 경기도 가평군에서 창궐한 사이비 종교로, 신도 350여 명을 살해 후 암매장한 희대의 범죄집단이었다. 교주 전용해는 신도들에게 "머지않아 물과 불로 심판하는 날이 오니 교단의 피난처에 은거해야 한다"며 현혹했고, 재산이 부족한 신도에게는 딸을 바치게 해 첩으로 삼는 등 범죄를 자행했다. 일본 패망 이후 소멸한 이 집단의 역사가 영화 속 '삼선도'의 뼈대가 된 셈이다.
2024년 '파묘'가 일제강점기의 역사적 상처를 오컬트의 언어로 풀어내며 1200만 관객을 돌파한 데 이어, '삼악도' 역시 같은 시대적 토양 위에서 실존했던 사이비 종교의 잔혹한 민낯을 공포의 문법으로 되살렸다. '파묘'가 땅 아래 묻힌 식민의 기억을 끄집어냈다면, '삼악도'는 그 시대가 낳은 인간의 광기와 종교적 폭력을 정면으로 파고든다.

이 같은 설정은 현실의 문제의식에도 맞닿아 있다. 영화 '사바하'(2019)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2023) 등이 실제 기괴한 종교 단체를 조명하며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가운데, '삼악도' 역시 폐쇄적인 사이비 종교 집단의 구조와 폐해를 장르적 긴장감 속에 녹여냈다.
배우들의 새로운 도전, 그리고 '200만' 공약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조윤서와 곽시양은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미스터리 공포 장르에 도전했다.
조윤서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2022), '올빼미'(2022), 드라마 '웰컴투 삼달리'(2023) 등에서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여온 배우로, 이번 작품에서는 이성적인 판단력과 강단을 지닌 인물의 내면이 서서히 붕괴되는 과정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채기준 감독은 조윤서에 대해 "캐릭터의 단단함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배우"라며 캐스팅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곽시양은 '목격자'(2018),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2019), '6시간 후 너는 죽는다'(2024) 등에서 폭넓은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준 배우로, 이번에는 냉철한 시선으로 사건을 바라보면서도 점차 진실의 핵심으로 파고드는 일본인 기자 마츠다를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임소영은 특유의 밝고 적극적인 성격으로 촬영팀의 활력소 역할을 하는 인물을 연기했다. 취재가 깊어질수록 드러나는 기괴한 진실 앞에 점차 압도되어가는 감정 변화를 현실감 있게 그려냈다.
배우들의 흥행에 대한 열망도 뜨겁다. 채기준 감독은 "영화 시장이 많이 침체기였는데 최근 들어 분위기가 올라오고 있다. 일단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걸 목표로 하고 있고, 만약 넘기게 되면 그다음 공약을 걸고 싶다"며 소박하지만 진지한 바람을 밝혔다.

곽시양은 "개인적인 희망으로는 200만 명은 들었으면 좋겠다. 만약 넘는다면 조윤서 씨와 함께 노래든 춤이든 감사 영상을 준비해서 올리겠다"고 간절함을 내비쳤다. 조윤서도 "200만 명이 넘으면 너무 감사할 것 같고, 사실 100만 명만 돌파하더라도 춤을 출 것 같다"며 "선배와 협의하에 흥을 표출할 수 있는 콘텐츠를 꼭 올리겠다"고 웃음 섞인 다짐을 전했다. 이들의 공약이 현실이 되려면 지금의 입소문이 주말을 넘어 얼마나 이어지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왕과 사는 남자'가 천만의 벽을 넘어 여전히 스크린을 장악 중인 가운데, '삼악도'는 그 그늘 안에서도 조용히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백백교라는 실제 역사의 공포를 스크린으로 되살린 이 작품이 '파묘'의 계보를 잇는 한국 오컬트의 새 이름이 될 수 있을지, 배우들의 '200만 공약'과 함께 극장가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