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흑백영화 촬영 거장' 전조명 촬영 감독 별세…향년 93세
2026-03-14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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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편의 작품 담아낸 원로 촬영감독, 영화사에 남긴 유산
한국 영화계 원로 전조명 촬영감독이 별세했다. 향년 93세.

14일 유족에 따르면 전조명 촬영감독은 지난 13일 오전 경기도 용인의 한 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 빈소는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5호실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6일 오전 5시 40분이다. 장지는 분당 자하연이다.
1933년 평안남도 개천에서 태어난 고인은 사진관을 운영하던 부모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카메라와 필름에 익숙한 환경에서 자랐다. 중학교 3학년이던 1949년 홀로 월남한 뒤 용산고를 거쳐 한양대학교 화공학과에 입학했다. 이후 영화에 대한 꿈을 이루기 위해 1953년 개교한 서라벌예술대학 연극영화과 1기로 입학해 촬영을 공부했다.
1956년부터 1957년까지 국방부 정훈국 영화과에서 군 복무를 하던 중 김수용 감독과 인연을 맺었고, 제대 후 김 감독의 영화 ‘공처가’에서 조감독으로 영화계에 발을 들였다. 1959년 작품 ‘삼인의 신부’로 촬영감독으로 데뷔했다.

전 감독은 김수용 감독과 함께 작업한 ‘갯마을’(1965) 촬영으로 대종상, 청룡영화상, 부일영화상, 아시아영화제 등에서 촬영상 트로피를 받으며 1960년대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촬영감독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밖에도 ‘혈맥’(1963), ‘저 하늘에도 슬픔이’(1965), ‘잘 있거라 일본땅’(1966), ‘증언’(1973), ‘레테의 연가’(1987), ‘영원한 제국’(1994), ‘창’(1997), ‘해적, 디스코왕 되다’(2002), ‘아홉살 인생’(2004) 등 약 140편의 작품 촬영을 맡았다.
촬영뿐 아니라 연출자로도 활동했다. 1967년 김영수의 단편 소설을 영화화한 ‘소복’, 황순원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잃어버린 사람들’을 비롯해 ‘찬란한 슬픔’(1967), ‘가슴이 터지도록’(1971) 등의 멜로드라마와 ‘신검마검’(1969), ‘비호상쟁’(1978) 등 액션·무협 영화도 연출했다.
1973년 영화진흥공사 기술과장으로 입사해 제작 제2부장을 지냈고, 1997년부터 1999년까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서 강의하며 후학 양성에도 힘썼다. 2005년에는 원로 영화인 모임 ‘충무로시대’ 회장을 맡았다.
그의 공로는 여러 상으로 이어졌다. 2002년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대통령상을 받았으며 2017년 한국영화평론가협회 공로영화인상, 2021년 대한민국예술원상을 수상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도재옥 씨와 2남 2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