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안전공업 화재 실종자 14명 모두 사망… 사상자 74명 대참사

2026-03-21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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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복층 공간, 대형 화재 참사의 숨겨진 원인?
나트륨 200㎏과 샌드위치패널, 빠른 확산의 주범

대전 대덕구 문평동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안전공업에서 불이 났다. / 뉴스1
대전 대덕구 문평동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안전공업에서 불이 났다. / 뉴스1

대전 대덕구 문평동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안전공업에서 발생한 화재로 연락이 두절됐던 직원 14명이 모두 숨진 채 발견됐다. 부상자 60명을 합산하면 이번 화재로 인한 사상자는 총 74명. 국내 제조업 공장 화재 사고 중 손꼽히는 대형 참사다.

불은 20일 오후 1시 17분쯤 안전공업 공장 1층에서 시작된 것으로 소방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화재 당시 공장에는 170여 명이 근무 중이었다. 불이 난 건물은 3층짜리 공장 2개 동이 연결 통로로 이어진 구조였는데, 최초 발화 건물은 전소됐고 불길은 곧바로 옆 동으로 옮겨붙었다.

불길이 이처럼 빠르게 번진 데는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했다. 금속 가공 공정에 쓰이는 절삭유와 방청액 등 기름 성분 물질이 건물 곳곳에 배어 있었고, 건물 외벽이 불에 약한 샌드위치패널로 시공돼 있어 연소 확산이 극도로 빨랐다. 더 심각한 변수는 공장 내부에 보관 중이던 나트륨 약 200㎏이었다. 나트륨은 물과 반응하면 수소가스를 발생시켜 폭발 위험이 큰 물질로, 일반적인 방식의 소화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소방당국은 나트륨 보관 구역으로 불이 번지지 않도록 집중 대응하면서 내부 진입과 철수를 반복해야 했다. 대전 대덕소방서는 건물 구조와 급격한 연소 확대, 내부 폭발 위험 물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불이 난 시각이 직원들이 점심 식사를 마치고 휴식을 취하던 시간대였다는 점도 피해를 키웠다. 검은 연기가 계단을 타고 2층과 3층으로 순식간에 퍼지면서 건물 안에 있던 직원들은 제대로 대피할 시간조차 갖지 못했다. 소방대원이 현장에 도착하기도 전에 건물 밖으로 뛰어내리는 직원들이 속출했다. 가까스로 탈출한 한 직원은 연합뉴스에 "온통 까만 연기뿐이어서 길을 찾지 못해 죽겠구나 싶었다"며 "창문 쪽으로 가서 버텼는데, 나이 든 직원들은 기절해 있기도 했고 창문 밖으로 뛰어내린 사람도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실종자 수색 모습. / 뉴스1
실종자 수색 모습. / 뉴스1

다수의 인명 피해가 확인되자 소방당국은 신고 접수 9분 만에 대응 1단계를, 14분 만에 2단계를 발령했다. 이어 오후 1시 53분 국가소방동원령을 내리고 헬기까지 투입하는 총력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철골 구조물의 열변형으로 인한 붕괴 우려와 내부 폭발 위험 물질 때문에 구조대원들은 현장에 쉽사리 진입하지 못했다. 불은 화재 발생 약 10시간 30분 만인 오후 11시 48분께 완전히 꺼졌다.

소방당국은 완진 직후인 오후 10시 50분쯤부터 4인 1조로 구조대원을 건물 내부에 투입해 수색을 시작했다. 수색 개시 10여 분 만인 오후 11시 3분쯤 2층 휴게실 입구에서 4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어 21일 0시 20분쯤 2층 복층 공간, 즉 직원들이 낮잠을 청하던 헬스장에서 사망자 9명이 한꺼번에 나왔다. 이튿날에는 붕괴 지점을 중심으로 탐지견과 중장비를 동원한 수색이 이뤄졌고, 낮 12시 10분부터 오후 5시 사이에 남은 실종자 4명을 모두 발견했다. 화재 발생 약 28시간 만에 수색이 완전히 끝나면서 사망자는 14명으로 확정됐다.

사망자 9명이 집중 발견된 헬스장은 건축 도면에 아예 존재하지 않는 불법 복층 공간이었다. 이 건물은 대형 기계 설치를 위해 층고가 5.5m로 높게 설계됐는데, 3층 주차장으로 올라가는 경사로와 3층 사이에 생긴 자투리 공간을 막아 복층처럼 임의로 꾸며 쓴 것으로 파악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대형 화재로 인명피해가 발생한 대전 대덕구 자동차 부품 제조 공장을 찾아 피해 상황을 살피고 있다. /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대형 화재로 인명피해가 발생한 대전 대덕구 자동차 부품 제조 공장을 찾아 피해 상황을 살피고 있다. / 뉴스1

박경하 대덕구 주택경관과장은 해당 공간이 도면상에 없다면서 창 부분에 별도 계단을 만들어 올라간 것으로 추측된다고 밝혔다. 이 복층 구조는 정면에 창문이 없고 한쪽에만 창문이 나 있어 화재 발생 시 대피가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였다. 직원들이 낮잠을 자던 시간에 불이 났다는 점과 맞물려 인명 피해를 대폭 키운 결정적 요인으로 지목된다.

손주환 안전공업 대표이사는 이날 홈페이지에서 "이번 사고로 소중한 생명을 잃고 다친 모든 분과 가족 여러분께 깊은 애도와 진심 어린 사과를 드린다"며 "피해를 본 분들과 유가족 여러분께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필요한 지원과 피해 복구에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경찰과 검찰은 전담 수사팀을 꾸려 정확한 화재 원인 규명에 나섰으며, 관계 기관은 조만간 합동 감식을 실시할 방침이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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