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벽 위 '400년 정자'의 비밀…국내 최초 백과사전이 탄생한 곳, '무료' 무릉도원

2026-03-23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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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천 초간정, 역사와 자연이 함께 흐르는 정자

번잡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자연 속에서 온전히 숨을 고르고 싶을 때 떠오르는 풍경이 있다. 깎아지른 듯한 기암괴석 위에 단정하게 자리한 정자, 그리고 그 아래를 굽이쳐 흐르는 계곡물이 어우러진 곳이다. 경상북도 예천에 있는 초간정은 예로부터 빼어난 경관으로 이름난 명소로, 계절마다 다른 분위기의 자연을 보여주며 방문객들에게 차분한 휴식을 선사한다.

초간정 / ⓒ한국관광 콘텐츠랩
초간정 / ⓒ한국관광 콘텐츠랩

초간정은 조선 선조 때의 문신 초간 권문해가 관직에서 물러난 뒤 심신을 수양하기 위해 세운 정자다. 권문해는 퇴계 이황의 제자로 알려져 있으며, 대구부사와 좌부승지 등 여러 관직을 지낸 인물이다. 이곳은 우리나라 최초의 백과사전으로 평가받는 ‘대동운부군옥’을 편찬한 역사적 장소로도 의미가 있다. 자연을 벗 삼아 학문에 몰두했던 선비의 자취가 지금도 정자와 주변 풍경에 고스란히 배어 있다. 본래 이름은 ‘초간정사’였으나, 세월이 흐르면서 오늘날에는 ‘초간정’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지게 됐다.

초간정 / ⓒ한국관광 콘텐츠랩
초간정 / ⓒ한국관광 콘텐츠랩

초간정의 역사는 순탄치 않았다. 처음 세워진 이후 임진왜란과 화재 등으로 소실과 재건을 거듭하는 시련을 겪었기 때문이다. 현재의 건물은 후대에 원래 터에서 자리를 옮겨 지은 뒤 다시 보수한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정자 앞 늪에서 빛이 뿜어져 나와 그곳을 파보았더니 잃어버린 현판이 묻혀 있었다는 설화는 초간정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한다. 정면 3칸, 측면 2칸 규모의 건물은 온돌방과 대청마루가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사방에 난간을 둘러 주변 풍경을 두루 조망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초간정 / ⓒ한국관광 콘텐츠랩
초간정 / ⓒ한국관광 콘텐츠랩

초간정의 가치는 건물 자체에만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정자를 둘러싼 원림과 계곡 풍경이 어우러질 때 그 매력이 더욱 또렷해진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계류의 암반 위에 세워진 덕분에 이곳은 마치 속세를 잠시 벗어난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오래된 노송이 숲을 이루고, 기암괴석 사이를 흐르던 물줄기는 정자 아래에서 절묘하게 방향을 꺾으며 풍경에 리듬을 더한다. 특히 이른 아침이나 비가 내린 뒤 물안개가 피어오를 때면 초간정 일대는 한층 깊고 고요한 인상을 남긴다. 이러한 경관 덕분에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등의 촬영지가 되기도 했다.

초간정은 별도의 입장료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찾을 수 있다. 관람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연중무휴로 운영된다. 다만 정자 내부 출입은 제한될 수 있어 방문 전 참고하는 것이 좋다. 이곳은 명승으로 지정된 문화재 보호구역인 만큼, 취사나 쓰레기 투기 등 환경을 해치는 행위는 엄격히 금지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초간정 / ⓒ한국관광 콘텐츠랩
초간정 / ⓒ한국관광 콘텐츠랩

조용한 숲속에서 들려오는 새소리와 계곡물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걷다 보면, 일상에서 쌓인 피로와 복잡한 마음도 조금씩 가라앉는 경험을 하게 된다. 초간정은 화려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관광지가 아니라, 오랜 시간 그 자리를 지키며 자연과 역사, 그리고 사색의 시간을 함께 내어주는 예천의 고즈넉한 명소라 할 수 있다.

예천 초간정 / 구글 지도
home 양주영 기자 zoo123@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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