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너머의 본질을 조각하다"~화순서 펼쳐지는 침묵의 사유 ‘형태의 잠언’展
2026-03-23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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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군립최상준미술관, 조각의 본질적 가치 재조명하는 기획전 개최
6월 14일까지 돌·나무·금속에 응축된 인간의 사유와 세계관 선보여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글자로 기록된 문장이 아니라, 차가운 돌과 거친 나무의 결이 내뿜는 ‘형태’가 우리에게 말을 걸어온다. 
화순군(군수 구복규)이 지난 20일 화순군립최상준미술관에서 문을 연 ‘형태의 잠언’ 전은 조각이라는 매체를 통해 인간이 세상을 바라보는 심오한 시선을 담아내며 지역 문화예술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 ‘언어 이전의 언어’… 물질에 새겨진 인간의 근원적 사유
이번 전시는 ‘형태는 언어 이전의 언어’라는 철학적 명제에서 출발했다. 전시는 조각을 단순한 입체 조형물로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인간의 감각과 사유가 물질 속에 어떻게 응축되어 있는지를 탐구한다. 전시장을 가득 채운 작품들은 마치 짧지만 강렬한 울림을 주는 ‘잠언(箴言)’처럼 관람객에게 다가온다. 화순군 관계자는 "물질이 형태를 갖추는 과정 자체가 인간과 세계의 관계를 증명하는 행위임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 돌과 나무, 금속의 변주… 재료 본연의 성질이 빚어낸 철학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돌, 나무, 금속 등 각기 다른 성질의 재료를 활용해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구축했다. 깎이고 다듬어진 재료들은 딱딱한 물질성을 넘어 시간과 존재의 의미를 내포한 예술적 생명체로 거듭난다. 언어로 다 설명할 수 없는 삶의 본질적 질문들이 작가의 손끝을 거쳐 하나의 형태로 응축되었으며, 관람객들은 그 응축된 에너지를 통해 형태가 지닌 고유한 메시지를 읽어낼 수 있다.
◆ 관객의 시선에 따라 흐르는 의미… 소통으로 완성되는 공간
‘형태의 잠언’ 전의 가장 큰 특징은 관람객의 참여로 완성되는 ‘열린 해석’에 있다. 작품의 의미는 고착되어 있지 않다. 전시장 내부로 흘러드는 빛의 각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그림자, 그리고 작품을 바라보는 관람객의 위치와 심리 상태에 따라 형태는 매 순간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관람객들은 작품 앞에서 스스로 의미를 구성하며, 조각과 나 사이의 보이지 않는 대화를 나누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 화순의 문화 품격 높이는 예술 정원… 6월 14일까지 무료 관람
지난 20일 열린 개막식에는 지역 예술인과 군민들이 대거 참석해 작품이 전하는 깊은 울림을 공유했다. 이정석 화순군 문화예술과장은 “이번 전시는 조각이라는 매개를 통해 인간 존재의 근원을 되짚어보는 수준 높은 예술적 여정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군민들이 일상 속에서 깊이 있는 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차별화된 기획 전시를 이어가겠다”고 전했다.
이번 기획전은 오는 6월 14일까지 계속되며, 매주 월요일을 제외한 모든 요일에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전시와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미술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