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도 반한 세계유산 '한국 사찰'…무료로 만끽하는 '봄 매화' 정취
2026-03-24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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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 선정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찰'
매화 꽃비 내리는 산사, 순천 선암사
529년 비로암으로 시작해 신라 경문왕 1년인 861년 도선국사가 창건한 선암사는 10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묵묵히 제 자리를 지켜왔다. 서쪽 산 중턱의 송광사와 함께 조계산을 대표하는 명찰로 꼽히며, 2018년에는 그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세계적인 매체 CNN이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찰 33곳 중 하나로 소개했을 만큼, 선암사는 오랜 역사와 빼어난 미학을 함께 품고 있다.

선암사로 향하는 길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보물로 지정된 승선교다. 자연 암반을 기단으로 삼아 세운 아치형 돌다리는 주변 숲과 어우러져 한 폭의 산수화를 떠올리게 한다. 다리 아래 홍예 한가운데 매달린 용머리 장식은 묘한 신비로움을 더하며, 사찰로 들어서는 길목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경내 왼쪽 등산로를 따라 오르면 높이 7m의 거대한 바위에 새겨진 마애불도 만날 수 있다. 중심 공간의 고요함과는 또 다른 결을 지닌 장소로, 선암사의 깊이를 한층 더 느끼게 한다.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풍경 또한 선암사를 찾게 하는 이유다. 특히 3월이면 원통전과 각황전 담장을 따라 수백 년 된 '선암매'가 꽃망울을 터뜨리며 사찰 전체를 매화 향으로 채운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이 매화는 선암사의 봄을 알리는 상징과도 같다. 이와 함께 수백 년 된 상수리나무와 동백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루며 깊은 운치를 더한다. 이른 봄 경칩 무렵에는 지리산이나 백운산처럼 고로쇠나무에서 채취한 약수를 맛보려는 발길도 이어진다. 조계산 등산로를 따라 걷다 마주치는 수정처럼 맑은 계곡물은 길 위에 쌓인 피로를 잠시 내려놓게 할 만큼 서늘하고 깨끗하다.

선암사의 또 다른 특별함은 800년 전통의 야생차밭에 있다. 사찰 뒤편 칠전선원 인근에 자리한 이 차밭은 삼나무와 참나무가 드리운 그늘, 조계산의 습한 안개가 어우러져 독특한 풍미를 만든다. 이곳에서 생산된 야생차는 구수하면서도 깊은 맛이 특징이지만, 수확량이 많지 않아 쉽게 접하기 어려운 귀한 차로 꼽힌다. 수행 공간인 칠전선원은 태고종의 종합수도도량으로, 지금도 많은 스님이 참선에 정진하며 사찰의 수행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연중무휴로 개방되는 선암사는 입장료가 없다. 방문객들은 언제든 이곳을 찾아 천년의 역사가 깃든 산사의 풍경을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