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평] 금쪽같은 내 언론
2026-03-24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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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만의 사과, 언론 책임과 자유의 경계는?
오보 논란을 둘러싼 권력과 언론의 갈등
이재명 대통령이 과거 자신을 조직폭력배와 연루시켰던 SBS ‘그것이 알고 싶다’(그알) 보도와 관련해 “미안하다는 진솔한 한마디를 듣고 싶다”고 공개적으로 사과를 요구하면서, 언론 책임과 언론 자유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으로 확산되고 있다.
발단은 2018년 7월 방영된 ‘그알-권력과 조폭, 파타야 살인사건 그 후 1년’ 편이다. 당시 방송은 성남 지역 폭력조직과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연루 의혹을 제기했다. 이후 해당 의혹은 정치권과 일부 언론, 온라인 공간에서 반복적으로 재생산됐고, 2021년 대선 국면에서도 쟁점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이 이른바 ‘조폭 연루설’을 제기했던 장영하 변호사에게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를 계기로 이 대통령은 지난 20일 X(옛 트위터)를 통해 “그알 PD의 기적의 논리, 김상중 씨의 리얼 연기 덕분에 졸지에 살인 조폭으로까지 몰렸다”며 “정치적 목적으로 사람을 매장하는 일이 재발하지 않으려면 반성과 사과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과욕일지 모르지만 미안하다는 진솔한 한마디를 듣고 싶다”는 표현도 덧붙였다.
이에 ‘그알’ 제작진은 시청자 게시판을 통해 “확실한 근거 없이 의혹을 제기한 것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공식 입장을 냈다. SBS 역시 뉴스 보도를 통해 사과 사실을 전했다. 8년 만의 공식 사과였다.
하지만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는 별도의 성명을 내고 “권력 감시는 언론의 고유 기능”이라며 “사과 요구라는 압박으로 언론 독립을 침해하지 말라”고 반발했다. 노조는 대통령의 발언이 언론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며 ‘언론 탄압’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여권 인사들은 노조의 태도가 적절하지 않다고 맞섰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혹을 최초 보도한 매체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면 사과·정정 보도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SBS 노조의 반발은 적반하장”이라고 비판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역시 “오보에 대해 사과하라는 게 왜 언론 탄압이냐”고 가세했다.
이 대통령도 재차 글을 올려 “권리에는 의무가,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며 “언론이 정치적 목적으로 사실을 왜곡한다면 일반인보다 더 큰 책임을 지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전우용 역사학자의 글을 인용하며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거듭 언급했다.
쟁점은 크게 두 갈래다. 하나는 과거 보도가 충분한 근거 없이 의혹을 제기했는지, 그에 대한 사과가 적절한지의 문제다. 다른 하나는 현직 대통령의 공개 사과 요구가 언론에 대한 압박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다. 제작진은 사과했지만 노조가 이를 ‘언론 탄압’으로 규정하면서 논란은 언론 자유 대 권력 비판, 그리고 언론 책임이라는 더 큰 프레임으로 확장됐다.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시작된 이번 논쟁은 단순한 과거사 정리를 넘어, 공적 인물 검증의 기준과 오보에 대한 언론의 책임, 그리고 권력과 언론의 관계를 둘러싼 근본적 질문을 다시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