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이고 XX이고”…앞에선 사과, 뒤에선 막말한 안전공업 대표 녹취 파장

2026-03-25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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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들 모아 “누가 기자 만났냐” 폭언

사망자 14명이 나온 대전 자동차부품 공장 화재 참사 이후 희생자 유족 앞에서 고개를 숙였던 업체 대표를 둘러싸고 평소 직원들을 상대로 폭언과 인격 모독성 발언을 했다는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손주환 안전공업 대표가 지난 23일 경찰·대전노동청 관계자들이 화재로 74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대전 대덕구 안전공업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안전공업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 뉴스1
손주환 안전공업 대표가 지난 23일 경찰·대전노동청 관계자들이 화재로 74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대전 대덕구 안전공업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안전공업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 뉴스1

25일 연합뉴스 등 보도에 따르면 화재 참사로 7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안전공업 손주환 대표의 막말 의혹를 두고 한국노총 안전공업지부 등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앞서 공개된 내부 회의 녹취에 따르면 손 대표는 임원들을 상대로 언론 대응과 회사 운영 문제를 거론하며 고성을 질렀다. 특히 언론 제보자를 찾아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과 함께 거친 욕설을 쏟아냈고 유가족을 언급하는 과정에서도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희생자들을 두고는 늦게 대피한 사람들이 숨졌다는 취지로 말했고 일부 희생자의 실명까지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 앞에서는 사과의 뜻을 밝혔지만 정작 내부 회의에서는 전혀 다른 태도를 보였다는 점에서 비판이 커지는 분위기다.

손 대표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돼 노동 당국 조사를 받고 있다. 노조는 해당 발언이 임원진이 참석한 자리에서 나온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조 측은 유가족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며 강한 유감을 나타냈고 피해 보상과 책임자 처벌이 이뤄지도록 대응하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유튜브, SBS 뉴스

◈ 반복된 폭언 의혹 불거져

이번 논란은 참사 직후 내부 회의에서 나온 발언에 그치지 않고 과거 직장 내 분위기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 23일 서울신문 단독보도에 따르면 손 대표는 평소 직원들을 상대로 욕설과 고성을 반복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보도에 따르면 안전공업 내부에서 촬영된 영상에는 손 대표가 직원들을 향해 “이 XX들이 정신나간 짓거리를 하고 말야” “몇 번을 얘기하는데 이 XX들 딴짓하고 있냐” “나가버려 이 XX들아” “뭐하러 회사 출근하냐” 등 거친 표현을 쏟아내는 장면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언행이 일회성이 아니었다는 내부 증언도 뒤따랐다. 같은 보도에서 장기간 근무 중인 직원 A 씨는 “사무실에서 거의 매일 대표의 고함과 질책을 들어야 했다”며 “볼일 보고 물 내리는 비용도 아깝다. 컴퓨터 전기세가 아깝다. 내일부터 나오지 마라 같은 말이 일상적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에는 특정 직원을 향해 생각이 없으면 왜 사느냐는 식의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지난 24일 오전 사상자 74명이 발생한 대전 안전공업 공장 화재 참사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안전보건공단, 노동당국, 소방이 현장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 뉴스1
지난 24일 오전 사상자 74명이 발생한 대전 안전공업 공장 화재 참사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안전보건공단, 노동당국, 소방이 현장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 뉴스1

회사 안에서는 이런 분위기 속에 일부 중간 관리자급 직원들이 회사를 떠났고 일부 직원들은 사실상 퇴사를 염두에 두고 육아휴직을 선택할 정도로 근무 환경이 악화됐다는 증언도 나왔다.

서울신문은 이 같은 고압적인 조직 문화가 안전관리 부실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함께 짚었다. 직원 A 씨는 입사 이후 크고 작은 화재를 30건 넘게 겪었다고 주장했다. 경보가 울리면 전문 대응 인력이 움직이는 구조가 아니라 사무직 직원들이 직접 현장으로 뛰어가는 식이었고 체계적인 대응 시스템보다는 즉흥적으로 상황을 처리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사고 원인 가운데 하나로 거론된 집진 설비 역시 15년 이상 교체되지 않은 노후 장비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기 점검과 청소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고 노동조합이 유증기 관리와 설비 개선을 계속 요구했지만 경영진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또 다른 직원 B 씨도 서울신문에 “대표 승인 없이는 업무 진행이 어려운 구조였지만 안전 문제에는 관심이 낮았다”며 “일관성 없는 지시가 현장의 혼란을 키우는 경우도 많았다”고 말했다.

손주환 안전공업 대표(왼쪽)와 임직원들이 지난 22일 오전 10시30분 대전시청 1층에 마련된 공장 화재 사망자 합동분향소에서 묵념하고 있다. / 뉴스1
손주환 안전공업 대표(왼쪽)와 임직원들이 지난 22일 오전 10시30분 대전시청 1층에 마련된 공장 화재 사망자 합동분향소에서 묵념하고 있다. / 뉴스1

◈ 안전 관리 부실 지적도

공장 안에서 이전에도 화재가 반복됐다는 증언도 나왔다. 24일 중앙일보 단독보도에 따르면 화재로 부상을 입은 직원의 가족 C 씨는 인터뷰에서 “가족이 병원에 입원해 있는데 과거 공장에서 불이 나 119에 신고했다가 상사에게 혼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작은 화재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있었고 1년에 한두 번 정도는 반복됐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장에 근무 중인 또 다른 직원 D 씨도 중앙일보에 비슷한 취지의 증언을 내놨다. 그는 “화재가 종종 발생했고 불이 커져 소방서가 출동한 적도 있었다”며 “규모가 작은 불은 신고하지 않고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끄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화재 발생이 잦아질 경우 감독이 강화되는 등 불이익을 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인식도 퍼져 있었다는 설명이다.

앞서 손 대표는 사고 이후 이틀째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을 이어가며 “드릴 말씀이 없다. 유족분들께 죄송하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내부 회의 녹취와 과거 폭언 의혹, 반복된 화재 정황까지 잇따라 불거지면서 사과의 진정성을 둘러싼 논란은 더 커지는 모습이다.

현재까지 손 대표 측은 관련 의혹에 대해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서울신문은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응답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역시 손 대표 발언의 배경을 확인하기 위해 안전공업에 수차례 전화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home 정혁진 기자 hyjin27@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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