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잠수교 아래 캐리어 속 시신, 신원 밝혀졌다

2026-03-3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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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북구 칠성동 잠수교 아래에서 발견된 캐리어 속 시신

대구 도심 한가운데를 흐르는 신천에서 시신이 담긴 여행용 캐리어가 발견된 가운데, 캐리어 속 시신의 신원이 밝혀졌다. 경찰이 지문과 DNA 감식을 통해 확인한 결과, 숨진 여성은 50대 한국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31일 오전 10시 30분쯤 '신천에 수상한 캐리어가 있다'는 신고를 접수한 경찰이 대구 북구 칠성동 잠수교 주변을 수색하고 있다. / 뉴스1
31일 오전 10시 30분쯤 "신천에 수상한 캐리어가 있다"는 신고를 접수한 경찰이 대구 북구 칠성동 잠수교 주변을 수색하고 있다. / 뉴스1

31일 대구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30분쯤 북구 칠성동 잠수교 아래 신천에서 "물 위에 이상한 큰 가방이 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신천 산책로 인근에서 아침 운동을 하던 주민이 수상한 물체를 목격하고 경찰에 알렸다. 출동한 수사관들이 캐리어를 건져 내부에 담긴 여성 시신을 확인했다.

목격자는 "큰 사과 상자 크기의 캐리어가 강변에 걸려 있었다"며 "크기가 작아 시신이 들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경찰이 수거한 캐리어는 은색 계열의 1인용 여행 가방이었으며, 발견 당시 신천 물줄기에 반쯤 잠긴 채 표류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가방 안에는 신분증을 비롯한 어떤 소지품도 없었다.

시신은 물에 떠다닌 영향 등으로 외관이 다소 변형된 상태였으나 크게 훼손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흉기에 의한 외상 흔적 역시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지문 채취와 DNA 분석을 거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 최종적으로 숨진 여성이 50대 한국인임을 확인했다.

경찰은 독극물 등에 의한 사망 가능성도 열어 두고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인을 규명할 방침이다. 아울러 숨진 여성이 생전에 스토킹이나 가정 폭력 등 관계성 범죄 피해로 경찰에 신고한 이력이 있는지도 함께 들여다볼 계획이다.

경찰은 대구 북구 통합관제센터 등에서 확보한 폐쇄회로(CCTV) 영상을 정밀 분석하며 시신 유입 경로와 범인의 동선을 추적하고 있다. 다만 발견 지점 인근에 공영주차장이 위치해 있음에도 강변을 직접 비추는 CCTV는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돼 수사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경찰은 전날 내린 비로 불어난 신천의 수위를 고려해 캐리어가 상류 쪽에서 떠내려왔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대구 북구 칠성동 잠수교 인근을 수색 중인 경찰 / 뉴스1
대구 북구 칠성동 잠수교 인근을 수색 중인 경찰 / 뉴스1

이번 사건처럼 시신을 캐리어나 여행용 가방에 담아 유기하는 수법은 발각을 최대한 늦추려는 이른바 '지연 발견형' 범죄로 꼽힌다. 시신을 외부에 노출하지 않고 일반 짐처럼 위장하면 주변의 의심을 사지 않고 이동이 가능하다는 점을 악용한 범죄 전형이다. 2023년 부산에서도 20대 여성 정유정이 피해자를 살해한 뒤 시신 일부를 여행용 가방에 담아 낙동강 인근에 유기했다가 검거된 바 있어, 유사한 범행 패턴이 사회적 경각심을 키우고 있다.

수사 전문가들은 캐리어를 이용한 시신 유기가 증거를 훼손하고 사체 부패를 앞당겨 수사 초기 실체 파악을 가로막는다고 지적한다. 특히 이번 사건처럼 수중에서 시신이 발견된 경우, 사망 원인 규명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사망한 여성의 신원이 밝혀진 만큼 시신 상태와 발견 경위를 분석해 사망 경위와 범죄 혐의 유무 등 종합적으로 수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home 윤희정 기자 hjyun@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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